[핫이슈] 취준생의 눈물 “5분 만에 바뀐 합격 여부”... 현대그린푸드 채용 번복 논란

인사 담당자 실수라지만... “대기업서 있을 수 없는 일”

2025-11-10     이지훈 기자
현대그린푸드 CI . [로고 = 현대그린푸드]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모든 지원자를 ‘서류전형 합격’ 처리했다가 불과 2분 만에 공지를 삭제하고 번복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채용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인사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잘못된 결과가 노출됐다”
-“신뢰 훼손” 목소리 확산... 커뮤니티·SNS 분노


최근 대기업 채용이 축소되고 청년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번 사태는 취업준비생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더 키웠다. 전문가들은 “지원자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인재 확보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9월부터 2025년 하반기 본사 일반직 공개채용을 진행해 왔다. 모집 분야는 ▲경영전략·기획 ▲경영관리 ▲총무 ▲재경 등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단체급식 업계 TOP 5에 꼽히며, 단체급식·식자재유통·리테일·외식·건강식 등 식품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지난달 30일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모든 지원자가 ‘합격’으로 표시된 공지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가 불과 2분 만에 삭제됐다. 이후 10분 뒤 수정된 결과가 다시 올라왔지만, 이미 수백 명의 지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공정성을 가볍게 다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복수 매체를 통해 회사 측은 “인사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잘못된 결과가 노출됐다”며 “잘못된 안내를 받은 지원자에게 개별 사과 전화를 진행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실수” 해명에도 번복 과정 석연찮아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해도 이런 규모의 오류는 이해하기 어렵다”, “수정에 10분이 걸린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인사팀이 예전부터 업무 오류가 많았다” 등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네티즌은 “내부 검증 절차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며 시스템 관리의 허점을 지적했다.

취업 커뮤니티와 SNS에는 “동생이 이번 공채 지원했다”라며 “서류 합격해서 좋아했는데 5분 뒤에 불합격으로 바뀌어 울고 있다. 인사팀에서 사과 전화가 오긴 했지만, 너무 허탈해 보였다”, “대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느냐”, “지금 하나하나가 간절한 사람들인데”, “지원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구직자들은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정성과 신뢰마저 흔들리면 버틸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체결’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1차 서류전형 단계에서 발생한 행정 오류로,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현대그린푸드의 ‘전원 합격’ 해프닝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공정성 불안과 기업 신뢰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취업 관련 전문가는 “수백 명의 지원자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검증 절차와 내부 통제는 필수”라며 “이번 사건은 시스템 오류라기보다 관리체계 미흡이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청년 일자리 구조적 위기... 단기 회복 어려워”

결국 현대그린푸드의 ‘전원 합격’ 해프닝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공정성 불안과 기업 신뢰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채용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기업과 구직자 간 신뢰를 형성하는 첫 관문이다. 현대그린푸드가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할지, 채용시장 전체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현재 취업시장은 ‘한파’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얼어붙은 상태다. 주요 대기업의 하반기 공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10~20% 줄었고, 일부는 수시 채용이나 인턴 전환 중심으로 인력 선발 방식을 바꿨다.

청년층의 취업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9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낮아졌으며, 17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 한파가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건설업 부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이 경력직 중심으로 인력을 선발하면서 청년층의 구직 기회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에는 경기 회복과 함께 청년 고용이 반등했지만, 지금은 경제가 신규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