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전자를 둘러싼 의혹... “고의로 상폐 유도하는거 아니냐”
‘자발적 상폐’ 대신 ‘당하는 상폐’? 절차 차이 논란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중견 전자부품업체 대동전자를 두고 “고의로 상폐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회사는 3년 연속 비적정(한정) 감사 의견을 받았지만, 그 배경에는 홍콩 자회사 감사자료 미비 외에도 지나치게 높은 자사주·특수관계인 지분율(약 94%) 등 ‘폐쇄형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이 소액주주를 배제한 채 대주주 중심으로 짜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감사 ‘한정’ 3년째... “자료 고의 누락 의혹”
-‘3차 상법 개정안’ 변수... 자사주 소각 의무화 후폭풍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로도 대동전자를 둘러싼 구설이 많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고의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폐지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회계 투명성과 경영 의도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확정한 이유는 회계 투명성 문제였다. 회사는 2년 연속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면서 상장유지 심사 대상이 됐고, 외부감사인이었던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관계기업 주식 300억 원대 평가액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문제는 이 회계결함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부실’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감사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 사유를 만든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런 의혹은 대동전자의 비정상적인 지분구조와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대동전자의 최대주주는 싱가포르 법인 ‘다이메이쇼우지(DAIMEI SHOUJI)’와 창업주 강정명 회장의 아들 강정우 씨다. 두 주체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60%를 넘는다. 다이메이쇼우지는 원래 대동전자의 관계사였다.
-공개매수 생략 구조에 “대주주만 이득” 주장
하지만 20여 년 전 회사가 해당 지분을 처분하며 공식적 관계가 끊겼다. 그러나 이후 강정명 회장이 개인적으로 이 법인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면서, 사실상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주주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대동전자가 상장사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족회사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결과적으로 회계투명성 논란과 지배구조 문제가 맞물리며, 대동전자를 둘러싼 ‘고의 상폐’ 의혹은 단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현행 법상 기업이 스스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이 경우 회사는 시장에 남은 주식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회계상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처분을 당할 경우에는 별도의 공개매수 절차가 없다. 정리매매만 거치면 대주주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상장폐지를 ‘신청’하는 대신 ‘당하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사주 33% 보유한 대동전자, 새 법안 직격탄 우려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를 대량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동전자 역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 중 하나다. 회사는 전체 지분의 33.36%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와 합산하면 약 93%에 달한다.
즉,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 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그간 기업들은 자사주를 보유한 채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나 승계, 주가 관리 등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정 기간 내 미소각 자사주는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처분해야 한다. 법안의 취지는 주주가치 제고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에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자사주를 경영권 안정장치로 활용해온 중소·중견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대동전자처럼 자사주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의 경우, 개정안 시행 시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나 상장 유지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를 염두에 둔 구조적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사주 소각 의무로 인해 오너 측의 지배력 유지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동전자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고의 상폐 의혹에 관해 대동전자는 앞서 복수의 매체를 통해 “외부 감사인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사전에 상장폐지를 의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한 것이 고의상폐를 의도적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