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소)장(인)을 찾아서-242] 2025 단풍지도 [4] 경북권 가을빛으로 물드는 신라 천년의 길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경주의 가을은 유난히 고요하다. 붉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돌계단을 오르면, 신라의 숨결이 아직도 살아 있는 듯한 불국사(佛國寺)가 모습을 드러낸다.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15년(528년), 한 재상이 어머니의 뜻을 따라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며 창건했다. 이후 경덕왕 10년(751년)에는 재상 김대성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절을 다시 짓고 현재의 규모로 정비했다.
신라의 품격이 깃든 천년 고찰, ‘불국사’
오랜 세월 동안 불국사는 전란의 소용돌이를 견뎌냈다. 임진왜란 때 건물과 문화재 대부분이 불타거나 약탈되었고 1920년 이전까지는 일부 건물과 석탑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복원 작업을 통해 지금은 국보 7점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를 품은 대사찰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국보 제20호 청운교·백운교, 국보 제21호 다보탑, 국보 제22호 석가탑(삼층석탑) 등이 있다. 정교한 곡선과 균형미를 자랑하는 탑과 교량은 단풍빛과 어우러질 때 더욱 그 신비로움이 배가된다.
가을의 불국사는 고즈넉한 전각과 단풍이 어우러져 신라 천년의 시간을 걷는 듯한 정취를 선사한다. 청운교를 지나 단풍잎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면 세속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불국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평온이 찾아온다.
오색 단풍 물드는 옛 과거길, ‘문경새재’
경북 문경에는 옛 선비들의 숨결이 깃든 문경새재(聞慶鳥嶺)가 있다. 백두대간의 조령산 자락을 넘는 이 고개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험준한 요충지였다. ‘새재(鳥嶺)’라는 이름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문경새재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역사적 사연이 깃든 유적과 설화가 풍부하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에는 세 개의 관문(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세워져 국방의 요새로 기능했다. 지금은 복원된 관문들과 더불어 ‘산불됴심’ 비석, 조령원지, 혜국사 충렬비 등이 남아 있어 조선 시대의 역사와 풍속을 전한다.
이 일대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주흘산과 조령산을 중심으로 수옥폭포, 팔왕폭포, 여궁폭포, 그리고 청량한 영천약수 등이 어우러져 자연경관을 빛낸다. 가을이 되면 산자락마다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고개를 오르내리는 길마다 옛길의 운치가 깊어진다.
가을철에는 탐방객을 위해 생태공원과 자연학습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습지·야생화원·생태미로공원 등을 따라 걷다 보면 오색 단풍이 어우러진 자연의 교향곡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근에는 수안보온천, 문경온천, 선유동계곡, 희양산 봉암사 등 휴양 명소가 함께 자리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인기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품은 영남의 불보사찰, ‘통도사’
경남 양산에 위치한 통도사(通度寺)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한국 3대 사찰로 손꼽힌다. 불상을 모시지 않고, 그 자리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법신(法身)의 가르침을 전하는 곳이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또한 “승려가 되고자 하는 이가 반드시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수행의 의미와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돌아와 왕명으로 창건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는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고 금강계단을 쌓아 신라 불교계의 중심을 세웠다. 임진왜란으로 사찰이 소실된 뒤 두 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며,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각각 국보 제290호, 제290-1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