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 여행작가의 미리가는 K-페스티벌-48] 서울 빛초롱 축제
벌써 2025년 을사년을 되돌아봐야 하는 12월이 다가왔다. 한해의 마무리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변변한 추억거리 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무하다. 허무함은 미안함으로 바뀐다. 가족, 친지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 성취를 위한 희생이라는 위로조차 무색해할 뿐이다. 그래도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혹시 올해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마감할 수 있는, 추억으로 초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없을까.
- 지난해 축제 때,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가...한국적일루미네이션 페스티발
- 반짝이는 등(燈)과 빛의축제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청계천 일대
있다. 한해를 마감하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빛초롱축제도 그중 하나다. 반짝이는 등(燈)과 빛의 축제는 오는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청계천 일대(청계광장~삼일교)와 우이천 일대(우이교~수유교)에서 열린다.
서울빛초롱축제? 축제 이름이 헷갈린다. ‘서울빛’의 축제인지, ‘초롱’ 축제인지 혼란스럽다. 빛초롱이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어 생긴 의문이다. 궁금증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축제가 등(燈)공예작품으로 꾸며진다. 그런데 축제를 주관하는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조차 서울을 대표하는 ‘빛의 축제’로 소개하고 있다. 초롱이 등으로, 등이 빛으로 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등(燈)공예작품, 초롱으로 꾸며지는 환상의 축제
초롱(燭籠)은 전기가 없던 때의 등불이었다. 고리를 달아 매달거나 손으로 직접 들 수 있게 만든 휴대용 조명기구다. 초를 넣은 것을 초롱, 등잔을 넣을 것을 등롱(燈籠)이라고 한다. 좀 거창하게 설명하면, ‘동양의 샹들리에’다. 궁궐에서 주로 사용했다. 혼사에도 사용됐다. 이때는 청사초롱을 쓴다. 청사초롱에 불을 붙이면 결혼식이 시작됨을 알린다. 또 행렬의 맨 앞에서 신랑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서울빛초롱축제에서는 우리가 아는 초롱이나 등롱은 거의 볼 수 없다. 등공예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혹시 등공예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도 등공예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는 불교국가였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연등제가 열렸다. 연등제에 메인이벤트는 연등달기다. 다양한 연꽃 모양의 등을 만들어 달았다.
연꽃 모양만 만든 게 아니다. 나비, 탑, 종, 향로 모양 등 사찰의 기물을 본떠 등을 만들었다.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칠보연등도 그중 하나다. 등공예가 한국 전통문화와 상징성을 간직한 중요한 유산이라는 얘기다. 근래에 들어 이런 전통예술에 현대 예술가의 혼이 가미됐다. 설치미술이나 행위예술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홀로그램, 미디어파삳, 아나모픽 화려한 미디어기술 선보여
여기에 화려한 미디어 아트기술이 접목됐다. 레이저 빔을 이용한 홀로그램, 주변 건물을 스크린 삼아 파노라마 영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파사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아나모픽 ,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기법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동원됐다. 초롱이 전통이고 빛은 현대다. 서울빛초롱축제는 이 같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조형언어와 스토리로 전하는 빛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인 일루미네이션 페스티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울의 겨울밤을 화려하게 즐기고 싶다면 서울빛초롱축제를 놓치지 말길 당부 드린다. 다양한 형태의 조명과 불빛으로 장식된 청계천변을 걷어보자. 신비로운 빛의 향연과 로맨틱하고 달콤한 겨울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꾸며진 화려한 200여개의 등불을 배경으로 찍는 인생샷은 덤이다. 지난해 축제 때,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필자도 그 중 한명이었다.
2009년부터 시작, 올해로 17회 째를 맞는 이번 서울빛초롱축제의 주제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이다. 주최 측은 우리의 소망과 꿈이 서울 밤하늘을 밝히는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한 축제관계자는 “나와 우리 그리고 서울을 빛으로 연결하는 서울이야기 될 것”이라고 귀띔을 줬다. 과연 축제의 주제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 궁금하다. 그것이 가능할 때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
서울 청계광장부터 수표교까지 약 1.3km 구간
축제의 시그네쳐라고 할 수 있는, 행사장 입구를 장식하는 ‘상징적 구조물’에 주제의식은 담기기 마련이다. 아직 축제의 상징구조물이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빛을 놀이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지난해 축제에는 청계천 모전교에 세워진 ‘광화문’이었다. 그 아래로 산패놀이와 어가 행렬을 재연한 오색찬연한 조형물이 청계천을 등불 물길로 만들었다. 청계천이 빛의 회랑, 즉 빛의 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향토적이면서도 독특한 등롱의 매력, 등롱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예술이 혼에 대한 찬사였다.
과연 올해는 어떤 거대한 예술의 공간이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개막일인 12월 12일 오후 6시에 등에 불이 켜진다. 그 순간 종전에 보지 못하던 청계천의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전시공간은 서울 청계광장부터 수표교까지 약 1.3km 구간이다. 이를 4등분(청계광장/청계분수~광통교/광통교~장통교/장통교~수표교)된 구역마다 소주제별로 환상적인 빛 조형물, 전통 한지등 등이 전시된다. 또 첨단 미디어 아트, 조명 아트 쇼 등도 펼쳐진다. 전통과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빛의 향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예쁜 조명을 켜두는 게 아니다. 비정형적인 빛의 움직임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각 구역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곁눈질할 여유도 없다.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해 축제 때 청계천을 걸으면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청계천을 밝히는 등불은 오늘의 축제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어둠을 밝힌 ‘참빛’일지도 모른다”고.
올해는 처음으로 청계천에 한정됐던 축제 공간을 우이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새로운 공간인 우이천에서 어떤 창의적이고 신선한 빛의 전시가 벌어질지 기대된다. 각 주제별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관람객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청계천 광교갤러리 ‘빛초롱 놀이터’ 체험프로그램도
이번 축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종합안내소 앞에서는 청계광장에 설치된 증기기관차 모형의 꼬마기차가 운행된다. 청계천 광교갤러리 ‘빛초롱 놀이터’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실생활에 필요하거나 기념이 될 만한 다양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LED 오너먼트 만들기, 눈사람 무드 등 만들기, 산타할아버지 무드 등 만들기, 꽃자수·자개 손거울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