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의 취중진담(取中珍談)] ‘대장동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시킨 유능한 정치인
경기도 부천 출신인 필자는 대장동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집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의 종점이 대장동이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5월 3기 신도시로 대장동이 지정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대장동에 살고 있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안도했던 적이 있다.
부천시는 서울보다도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임에도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어려운 곳이 많았는데, 신도시로 지정되었으니 땅값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살림살이도 좀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부천시 대장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성남시 대장동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필자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비리 게이트가 터졌을 때, 성남시 대장동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과 관련하여 고등학교 후배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지인이 “당신 고등학교 동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이네”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을 들어주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대장동 비리 게이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이 이루어졌던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물론 헌법 제84조라는 든든한 방탄조끼를 입고 있는 관계로 앞으로 4년여 동안은 안심일 테지만, 그 이후에도 안심할 수 있을지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월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른바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 결과와 그 이후의 움직임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2021년 10월 기소된 지 4년 만의 1심 판결은 5명 모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만배, 유동규 징역 8년, 전민용 징역 6년, 정영학 징역 5년, 남욱 징역 4년이었다. 이들은 모두 법정구속 되었지만, 자신들의 죄가 무겁다며 5명 모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검찰의 대응이었다. 2025년 11월 7일 자정까지 항소를 해야 했던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준비를 다 마쳤고, 항소를 하겠다는 보고까지 했지만, 11월 7일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자신의 책임하에 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항소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명령에 복종하기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검찰 조직은 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했다는 자괴감에서인지 항소 포기 하루 만에 사퇴했다. 그날 새벽 수사 검사들은 검찰 내부 게시판에 “윗선의 부당한 지시 때문에 항소가 좌절됐습니다”라고 썼다. 그들에게 윗선이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을 뜻할 것이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하자 칼날은 그 윗선인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결국 그도 13일 사퇴했다. 그의 퇴임사에는 검찰을 성원해달라는 뻔뻔한 내용은 있었지만, 자신에게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의 윗선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답변에서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항소 포기를 지시하려고 했다면 서면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수사 지휘권을 행사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어법과는 매우 다르나 국회방송에서 생방송으로 확인했으니 정성호 장관임이 틀림없다. 실질적으로 장관 지휘권을 쓰지도 않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참으로 유능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에 버금가는 유능한 정치인의 탄생을 목도 하면서, 그 사람이 정성호이니 내심 잘됐다며 안도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의 활약상을 보면서 여러 면에서 안심하고 있을 테니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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