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미 팩트시트 최종 확정…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정이 큰 역할”

-.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핵잠 한국 건조·美 연료 공급 명문화 -. 관세 조정, 투자 확대, 확장억제 재확인, 국방비 증액, 미군 지원 -. 자동차·목재 15% 인하, 의약품 15% 상한…반도체는 ‘한국 불리하지 않게’

2025-11-14     장덕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마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29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문서화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를 직접 발표하며, 장기간 이어졌던 관세·통상·안보 협상이 최종 타결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며 “국익을 위해 묵묵히 기다리고 협상에 힘을 보탠 국민과 기업인, 공직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관세 조정, 투자 확대, 원자력 협정 주요 조항 변화, 확장억제 재확인, 국방비 증액, 미군 지원, 핵추진 잠수함 협력 등 경제·안보 전 분야를 포괄하며,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숙원사업’으로 언급해온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문제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특히 원잠과 농축·재처리 문제는 그간 한미 간 논의 과정에서 가장 급박한 쟁점이었음에도, 미국이 문서에 명시적으로 한국 측 절차 이행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기존 원자력 협정 관리 체계 이후 처음 있는 진전이다.

이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이번 결과가 단순한 관세 조정이나 투자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경쟁을 위해서는 훌륭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없었다면 이런 협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팩트시트 관련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이[뉴시스]

또한 “내란과 그로 인한 국가적, 사회적 혼란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선에 섰다”면서 “한미 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한 호혜적 지혜를 발휘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한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를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양국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공여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식했다”고 말했다.

관세협상 최종 타결, 반도체는 ‘한국 불리하지 않게’

팩트시트에서 가장 먼저 정리된 분야는 ‘관세 관련’이다.

미국 측 자료와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핵심은 미국의 232조 관세를 전반적으로 조정해 한국 제품의 관세 부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 자동차·자동차부품

– 기존 25% → 15% 인하

– 자동차에 부과되는 232조 관세율은 앞으로 미국의 FTA 관세, MFN 관세 중 높은 세율 또는 15% 중 높은 세율을 적용

–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간 5만 대 안전기준 상한 폐지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량이 4만7천대 수준인 점을 보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양국 간 규제 장벽을 해결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 의약품

– 향후 부과될 수 있는 232조 관세는 최대 15% 상한

● 반도체·반도체 장비

– 미국이 향후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 합의한다면 “한국에 그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 적용”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 상대국인 대만과의 향후 미국 협상을 고려한 조항으로 풀이되며, 사실상 한국의 불리한 관세 조건을 구조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 항공기·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특정 천연자원

– 232조 관세 철폐

김 실장은 “7월 합의에는 없던 신설 조항이며,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 신규 품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 농산물·식품

– 시장 추가 개방은 없으며

– 미국과 비관세 장벽 해소 협력

–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 전담 U.S. Desk 설치

● 외환시장 안정 장치: 연간 200억달러 상한…시장 불안 시 조달 시점 조정 가능

투자 MOU에 따라 한국이 미국 측에 제공할 투자 조달 방식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양국은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장치를 명문화했다.

– 한국의 연간 조달액은 최대 200억 달러 상한

이에 대해 한국은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경우 조달 금액 및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으며 미국은 “신의를 갖고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우려하는 시각을 해소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평가했다.

투자협력: 조선 1,500억달러·전략투자 2,000억달러…총 3,500억달러 규모

이번 합의는 투자 분야에서도 최대 규모의 협력 체제를 규정했다.

● 조선 산업 투자

– 미국 승인 기준 1,500억 달러 규모

● 전략투자 MOU

– 한국이 미국 핵심 산업에 2,000억 달러 추가 투자

양국 정상은 이 합의를 통해 조선, 원전, 반도체, 핵심광물, AI·양자 컴퓨팅 등 전략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협력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을 가진 미국과 제조혁신 역량을 갖춘 대한민국이 손을 잡아 세계 무대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분야 협력도 강화되었다.

특히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360억 달러) 가 소개되었으며, 한국 기업의 1,500억 달러 대미 직접투자도 재확인됐다.

안보 조항 핵심: 확장억제 재확인·국방비 GDP 3.5% 증액…전작권 전환도 가속

안보 섹션은 확장억제, 주한미군, 국방비 증액, 무기체계 획득, 전작권 전환, 사이버·우주 협력 등 고강도 조항으로 구성됐다.

한미 팩트시트 관련, 백악관 홈페이지

● 확장억제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 국방비 증액

이 대통령은 “한국은 가능한 한 조속히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할 계획을 공유했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

● 미군 장비 구매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 구매 계획을 밝혔다.

● 주한미군

한국은 330억 달러 규모 포괄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을 공유했다.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양국은 전작권 전환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위성락 실장은 “임기 내 가급적 빨리 한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핵심 진전 ①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큰 줄거리·방향 합의”

이번 팩트시트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원자력 협력, 그중에서도 한국이 수십 년간 미국 측과 협의해온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다.

백악관과 대통령실 자료에는 다음 내용이 명시됐다.

– “미국은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 이는 미국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위성락 실장은 “두 문제(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방향이 정해졌고 양측의 동의가 있었다”며 “앞으로의 협의는 그것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하는 단계로 갈 것”, “이는 순전히 경제적·산업적 목적이며 핵무장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핵심 진전 ② 핵추진 잠수함: “한국 건조, 미국 연료 공급 협의”

기존에는 미국이 동맹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하지 않아 한미 간 이슈였던 원잠 도입 문제도 명확하게 진전됐다.

팩트시트에는 다음 문구가 포함됐다.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미국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위 실장은 “우리 원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논의는 없었다”면서 “모든 전제가 한국 원잠은 한국이 건조한다는 것이었으며 협조 요청은 핵연료에 관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또한 필요하다면 미국 원자력법 91조 예외 조항, AUKUS(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협의체 모델) 등을 참조해 절차를 조정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선·원전·핵심기술 협력: 美 상선·해군함정 한국 건조 가능성 명시

팩트시트는 한미 조선 산업 협력도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 운영 ▲유지·정비·보수,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 등 협력

위 실장은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해, 가능한 빨리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함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는 미국 해군 함정이 한국에서 건조될 수 있음을 적시한 문구로, 한국 조선업계에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뉴시스]

디지털·지재권·노동·환경 분야 비관세 장벽 해소

한미 양국은 디지털 서비스 시장, 지식재산권, 경쟁절차, 노동권, 환경 등 다양한 비관세 분야에서도 규범적 조치를 합의했다.

▲한국은 디지털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 ▲정보의 국경간 이전 원활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강화 등 경쟁 관련 공정성 확대 ▲특허법조약(PCT) 가입 조치 추진 ▲강제노동 근절 협력 ▲WTO 수산보조금 협정 이행 등 환경 기준 준수 등이다.

대통령 “한미 동맹 르네상스…경제·안보·기술 전 분야 협력 개막”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진정한 미래형 전략적 포괄동맹으로의 발전”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을 향한 길은 더욱 넓어지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토대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한미 동맹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언급…“실용 외교로 외교 지평 넓힌다”

이 대통령은 발표문 후반부에서 한중 관계와 글로벌 외교 방향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 조짐이 있었다”며 “양국 간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는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하자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사회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고 강조하며 국익 중심 외교를 재확인했다.

 “경제·안보·기술의 모든 축이 연결된 합의”…후속 협의 즉시 착수

이번 팩트시트는 ▲관세 조정 ▲3,500억달러 투자 ▲우라늄 농축·재처리·핵잠 협력 ▲확장억제 및 국방비·미군 지원 ▲조선·원전·AI·반도체 협력 ▲비관세 규범 정비 ▲외환시장 안정 장치 등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 합의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특히 원잠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분야에서 미국과 후속 실무협의를 즉시 시작할 계획이다.

위성락 실장은 “협의 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조속히 실무 협의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