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점검 170건 넘으면 수수료 절반... 쿠쿠 성장 이면엔 임금 착취?

기이한 임금 체계... “경쟁사들은 일한 만큼 주던데, 우리는 왜”

2025-11-14     이지훈 기자
지난 1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쿠쿠지부는 서울 강남구 쿠쿠홈시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쿠홈시스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통해 방문점검원들의 수수료를 미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밥솥 명가로 알려진 쿠쿠가 렌탈사업을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 논란에 휩싸여서 이목이 쏠린다. 생활가전에서 렌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그 이면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방문점검원인 매니저들이 “일을 많이 할수록 수수료가 깎이는 기이한 임금 체계”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매출은 늘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어 일요서울이 귀기울여 봤다.

-업계 상위권 쿠쿠, 렌탈 사업 호황 속 불거진 노사 갈등
-“쿠쿠 ‘수수료 미지급 없다’ 반박... 노조 “최소 1억 피해”


지난 1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쿠쿠지부는 서울 강남구 쿠쿠홈시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쿠홈시스가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통해 방문점검원들의 수수료를 미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쿠쿠홈시스는 방문점검원들이 월 170건을 초과해 처리한 계정에 대해 건당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데 점검의 경우 170건 이하일 때는 건당 7000원을 지급하지만, 170건을 넘기면 3500원으로 절반 감소한다. 이 말은 즉 ‘더 일하면 더 손해’인 기이한 임금 체계임을 뜻한다.

문제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웰컴서비스(셀프 관리 고객 대상 방문 서비스)’에서도 같은 수수료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회사가 수수료 0원으로 산정되는 웰컴서비스 계정을 170건 이하 실적에 포함하면서, 정상적인 점검 계정이 ‘초과’로 분류돼 최저수수료만 받게 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경효 쿠쿠지부 지부장은 “지난 9월 노조 설립 이후 회사에 7월분 미지급 수수료 전수조사를 요구해 일부 수정 지급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2024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지급된 수수료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쿠쿠 방문점검원들은 이미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점검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라며 “수수료 지급 문제는 단순 행정상의 문제를 넘어 매니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다”라고 호소했다.

-방문점검원 생존권 ‘위협’... 회사는 ‘묵묵부답’

노조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내부 정책 문제가 아닌 ‘임금체불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남영희 쿠쿠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방문점검원들은 회사의 수수료 정책에 따라 실질적인 임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쿠쿠는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미지급 수수료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지난 5일 공문을 통해 지급 요구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를 정책상의 차이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현재 쿠쿠홈시스에 종사하는 방문점검 노동자 수는 대략 2000명에 달하며, 이 중 60% 정도가 수수료 미지급 문제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노조 측에서 정확한 미지급 수수료 규모를 산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현재 피해 규모를 가늠하는 중이다”라며 “정확한 수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략적으로 최소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현재 피해 규모를 가늠하는 중이다”라며 “정확한 수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략적으로 최소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으로부터 받은 방문점검원 A 씨의 수수료 계산 내역을 살펴보면 170건 안에 들어가면 안 되는 미점검 건이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급돼야 할 점검수수료가 최저수수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서비스연맹 법률원 오혜민 노무사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쿠쿠의 수수료 산정 방식 자체가 계약을 위반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채무불이행과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쿠쿠는 방문점검원과의 위탁계약에서 월 170건까지는 건당 8000원을, 170건 초과분은 3500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문제는 이 ‘170건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이 유료·무료를 구분하지 않고 무료 점검 건수까지 모두 170건 산정에 포함시키면서, 실제 발생한 유료 처리 건의 수수료가 불합리하게 깎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점검원이 한 달 동안 총 180건을 처리했을 때(유료 170건·무료 10건이라고 가정), 정상적인 지급액은 유료 170건 × 8000원 = 136만 원이다. 그러나 쿠쿠는 무료 10건까지 포함해 ‘170건 도달’로 계산한 뒤, 초과 10건만 3500원을 적용해 총 131만5000원만 지급하고 있다. 매달 4만5000원이 축소 지급되는 구조다.

오 노무사는 “이는 애초 계약에서 정한 방식대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은 명백한 채무불이행”이라며 “무료 점검을 근거로 수수료를 감액한 것은 법률상 원인 없이 회사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체불임금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민법상 위법 행위라는 취지다.

또한 월 170건을 넘기면 수수료가 사실상 절반으로 떨어지는 ‘역전된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도,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임금 규정 적용을 받지 않아 관련 법률로 직접 규율하기 어렵다”며 “결국 계약 내용의 적정성과 해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쿠쿠 측 조치가 없을 경우 예고된 손해배상 소송의 전망에 대해 그는 “동일 사례는 없지만 계약 위반 사실은 명백해 승소 가능성이 높다”며 “쿠쿠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6월분 수수료는 이미 정산해 지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쿠쿠 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모든 수수료 지급을 완료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미지급금은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과실에 의한 미지급·오지급이 확인될 경우에는 소급 지급하고 있으며, 추후 노사 교섭 과정에서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가 문제 삼은 ‘웰컴서비스’ 제도에 대해선 “필드관리자의 영업 지원과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운영된 정책”이라며 “정책 개선 요청에 따라 제도를 변경했으나, 노조가 주장하는 부분이 어떤 미지급에 해당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쿠쿠는 또 170건 상한 기준에 대해서도 “서비스 품질 보장과 과로 방지를 위한 합리적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적인 이동거리와 업무 난이도를 고려할 때 정상 근무 범위는 약 150건 수준이며, 이를 감안해 여유치를 둔 것이 170건”이라며 “이를 초과하면 서비스 품질이 현격히 하락하는 사례가 실제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쿠쿠의 수수료 감액, 민법상 채무불이행 및 계약 위반의 불법행위

이어 “일부 의료보험 수가처럼 건수가 늘면 단가가 낮아지는 정책은 합리적인 비용 통제를 위한 장치”라며 “지급 의무가 있는 부분이 확인된다면 당사는 응당 지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쿠홀딩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062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 13.4% 증가했다. 주력 제품인 밥솥 매출이 줄었음에도 인덕션·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결과, 기타 부문 매출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렌탈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성장 이면에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