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 ‘상간 행위’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2025-11-14     김정아 기자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

필자에게는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아 종종 법률문제를 물어오는 친한 비법조인 지인이 있다. 그는 기사를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법원의 판단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예상치 못한 의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얼마 전 그 지인은 “상간 소송 말이야. 평생을 함께하자고 가족과 친구, 사회 앞에서 정조를 약속했던 내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면, 그 약속을 깬 사람은 배우자잖아. 그런데 왜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제3자가 위자료를 물어내는 거지?”라고 물었다.

순간 필자는 “민법 제760조에 공동불법행위라는 규정이 있어서…”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곧바로 “왜 공동이야? 상대방은 원래 나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잖아. 오히려 알고도 넘어간 내 배우자가 더 잘못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당황스럽지만 일견 타당해 보이는 질문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그 의문, 즉 상간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법적 근거와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상간 소송이란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제3자)을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법적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이다.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의 평온이 깨지고 배우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그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란 단순한 간통(즉 결혼한 사람이 제3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뿐 아니라 배우자의 정조 의무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직접적인 성관계가 확인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요즘은 점차 부정행위의 그 외연이 확장되며 단순 성적 접촉뿐만이 아니라 애정이 어린 호칭으로 상대방을 부르거나, 통화 내용,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해서 친밀한 관계를 지속한다고 보이면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추세이다.

즉, 소 제기자의 측면에서 보면 두 상간 남녀(혹은 동성일 수도 있다)의 행위가‘나의 혼인 생활을 파탄시킬 정도의 부정행위’라고 인정이 될 정도가 되어야 하며, 그 상간 당사자들이 합심하여(?) 나의 혼인 생활의 평온을 깨뜨려 정신적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는 것이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세부적인 이유도 그 근거가 된다.
 
1. 혼인 관계는 단순한 두 사람의 약속이 아니다.

혼인은 단순한 사적 합의가 아니라 사회와 법이 보호하는 제도적 계약이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의 동거·부양·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조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포괄적 성실의무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제3자가 이를 알면서도 개입해 혼인의 평온을 깨뜨렸다면, 이는 법질서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2. 만약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혼인 파탄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배신감을 주는 대상은 배우자일 것이다. 하지만 상간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배우자의 일탈 행위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제3자가 기혼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유혹하고 관계를 지속한 경우라면, 이는 단순한 소극적 동조가 아니라 혼인의 안정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적극적 행위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상간자는 혼인 파탄의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3. 사회적 억제 장치로서의 필요성
 
만약 사회가 오직 개인의 양심과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성숙하다면, 이러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배우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상간자는 전적으로 면책한다면, 기혼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는 혼인 제도 자체를 약화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데, 실제로 상간자에게 위자료 책임을 인정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보호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전수련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