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50조·SK 128조·현대차 125조·LG 100조…통 큰 선물 쏟아내다

2025-11-17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가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SK·현대차·LG그룹도 각각 128조 원· 125조 원· 100조 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총수들이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 회의에서 이뤄졌다. 정부의 요청에 각 기업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모진과 재계 총수들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및 관계사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신입사원 공채 등 신규 채용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사업(CSR)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 

삼성은 협력회사와의 상생 위한 실질적 자금 지원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생펀드와 ESG 펀드를 적극 운용하고 협력회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평택사업장 2단지에 새롭게 조성되는 5라인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 추진된다.

향후 5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평택사업장의 전략적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역 균형 발전 투자를 위해서 삼성SDS는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남에 국가 컴퓨팅센터와 구미 AI데이터센터 등 다거점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건립할 SPC(특수목적회사) 컨소시엄의 주사업자로, 전남에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2028년까지 1.5만장 규모의 GPU를 확보하고 학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이를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AI G3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삼성SDS는 또 경북 구미 1공장에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AI 특화 데이터센터로 리모델링할 예정인 이 데이터센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 중심으로 AI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 계획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2022년부터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거점 생산 기지인 부산에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고성능화, AI·서버 시장 확대 등에 따라 급증하는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부산사업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서버용 패키지기판을 개발해 양산 중이다. 부산사업장에서 양산 중인 FC-BGA를 기존 빅테크에 공급 확대하고, AI 가속기용 신규 고객사 다변화를 강화해 정부의 AI 기반 성장 기조에 보탬이 될 것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면에서도 삼성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또 이 같은 직접 채용 이외에도 사회적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청년 교육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의 청소년 교육·상생 협력 관련 CSR 프로그램은 직/간접적으로 8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협력회사와 상생도 강화한다. 삼성은 1~3차 협력회사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설비투자, 기술개발, 운영자금 등에 필요한 자금 대출에 대해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재 1,051개사에 대해 2조321억원을 지원 중이다.

삼성은 또 중소/중견 협력회사에 대한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은 물론 ESG 경영 전환을 돕기 위해 2024년부터 협력회사의 안전/환경 투자 비용에 대해 무이자 대출 지원도 진행 중이다.
삼성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협력회사 임직원의 작업품질 향상, 사기진작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우수 협력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까지 총 8146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SK그룹도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트리니티 팹'(정부와 함께 구축 중인 첨단 반도체 개발용 미니 팹), 울산 AI 데이터센터, 한반도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검토 등은 국내 반도체·AI·소부장 생태계 인프라 강화로 이어지는 구상이다.

최태원 회장은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초대형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투자비가 늘어나 용인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팹 1기당 직·간접 고용 효과가 최대 2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 연간 1만4000명에서 2만명 수준의 고용 효과를 목표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125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다.

올해까지 직전 5년간 투자액(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늘었다. 특히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만 5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달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국내에 짓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어려움을 겪는 부품 협력사를 위해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지원하는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강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기존 차 부품 협력사들이 로봇 부품 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연구개발도 지원한다. 또 올해 7200명인 채용 규모를 내년엔 1만 명으로 늘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 원을 국내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과 생산 확충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과 개별 발표를 종합하면 삼성 450조원, 현대차 125조원, SK 128조원 등 세 그룹만 합쳐도 국내 투자 계획은 703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LG(국내 100조), 한화(국내 조선·방산 11조), HD현대(국내 15조)까지 더하면 800조원을 훌쩍 넘는다

한편 이날 회의에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면서도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