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기휴무는 어디로?”… VIP행사 앞에 멈춰 선 백화점 노동자들
백화점 업계 전반서 반복되는 ‘휴무 취소’ 관행 도마 위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백화점 노동자들은 정기휴무일에도 VIP행사가 예정되자 백화점 노동자들이 ‘휴식권 침해’를 주장했다. 노조는 “약속된 쉼이 더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실적 회복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현장 노동자들의 휴식권 역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정기휴무 보장’ 약속... 3년 연속 지켜지지 않아
-“대체 휴무를 통해 휴식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한화갤러리아 압구정점 앞에서 ‘정기휴무를 지켜달라’는 요구를 담은 시화전을 열었다. 정기 휴무일임에도 VIP 행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노조는 백화점 노동자들이 “단 하루 주어지는 정기휴점마저 빼앗기고 있다”며 시(詩)를 통해 현실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는 노동자들이 직접 쓴 13편의 시가 선정돼 낭독·게시됐다. 작품 속에는 ‘행사 때문에 사라지는 휴식’,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 ‘쇼핑의 무대 뒤에서 제자리 없이 돌아가는 노동’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노조는 한화갤러리아가 2022년 정기휴무 보장을 약속했음에도, 2023년부터 올해까지 휴무일에 VIP 행사를 반복 개최해 사실상 휴무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출 감소를 이유로 정기휴무 자체를 없애고 이른바 ‘무휴(無休)월’을 만드는 관행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정기휴무는 백화점 직원들이 함께 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인데, 매출 논리 앞에서 쉽게 지워지고 있다”며 “백화점이 ‘문은 닫되 사람은 일하게 하는’ 방식으로 법적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한화갤러리아(천안)와 AK(분당, 수원, 평택)는 정기휴점을 취소하고, 한화갤러리아(압구정)와 롯데백화점(수원, 동탄, 인천, 월드타워)은 VIP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수많은 백화점 노동자들이 정기휴점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휴식권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또한 “정기휴무는 백화점 노동자들에게 한 달 중 ‘단 하루’뿐인데, 이 하루조차 기업의 마케팅 일정에 밀리고 있다”며 “수많은 판매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휴식권을 누리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비판에 관해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갤러리아 소속 직원들은 대체 휴무를 통해 휴식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라며 "입점 브랜드 직원의 경우 각 브랜드 결정 사항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법적 휴일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56억 원, 영업이익 3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도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명품·하이엔드 주얼리 등 주요 상품군 판매가 증가하면서 백화점 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에 맞춰 노동자들의 휴식권 및 근무환경을 개선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