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어디야?”... 카카오톡 新 기능 '친구 위치 확인' 사생활 침해 우려
실시간 위치 공유... ‘안전과 통제 사이’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통해 친구·가족·연인 간 실시간 위치를 무제한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편의는 늘었지만, 감시·통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1시간·6시간 등 시간 제한 공유 방식에서 ‘상시 노출’ 구조로 전면 재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의’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감시 위험도 존재
-카카오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
최근 카카오맵은 업데이트를 통해 ‘친구위치’ 기능을 재편했다. 기존처럼 친구 간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한 번 공유를 시작하면 사용자가 종료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상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용자는 카카오톡 친구를 최대 10개 그룹으로 나눠 위치를 공유할 수 있고, 대화 중에도 플러스(+) 버튼을 눌러 위치 확인 기능을 바로 불러올 수 있다. ‘위치 숨기기’ 기능도 제공되지만, 실시간 공유가 기본 옵션이 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카카오는 업데이트 공지에서 이 기능을 “가족의 귀가 확인”이나 “여럿이 움직이는 모임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소개했다. 즉, 안전과 일상 관리 수단으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카카오는 이번 기능의 안전장치를 “사용자가 명확히 승인해야만 공유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려의 핵심은 기술적 절차보다 그 기능이 투입되는 관계의 성격에 자리한다.
연인·가족·직장 등 거절이 쉽지 않은 관계에서는 동의 절차가 사실상 형식에 그칠 수 있다. 애인이 “왜 잠금해놨어?”, 부모가 “왜 나만 모르느냐”고 묻는 순간, 동의는 선택이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한 통과 의례가 된다.
결국, 쟁점은 ‘공유 의사가 있느냐’가 아니라 ‘공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보장되느냐’로 옮겨간다. 한국처럼 상호 의존도가 높고 관계적 기대가 강한 사회에서는 이런 기술이 손쉽게 통제나 감시의 수단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뮤니티에서는 “연인이 압박할 것 같다”, “가정 내 통제용으로 쓰일 수 있다”, “직장에서 요구할까 우려된다”는 걱정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의 ‘친구위치’ 기능 업데이트는 귀갓길 안전, 치매 가족 보호, 어린 자녀 확인 등 확실한 이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족 내 통제 수단, 직장 내 비공식 동선 확인 장치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단순한 ‘동의 버튼’ 이상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기적 재동의, 조회 기록 공개, 특정 시간대 자동 숨김 옵션, 비정상 사용 감지 알림 등이다. 스마트폰 자체 기능과 결합해 ‘강제 공유 상황’을 감지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하며 감시 악용 우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만큼, 향후 카카오가 추가적인 안전장치나 정책적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