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4000억 안 줘도 된다"....13년 악연 '론스타 소송' 한국 정부 승소

2025-11-19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에서 승소하며 13년에 걸친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결과로 2022년 중재판정에서 인정된 약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모두 사라졌으며, 취소 절차 과정에서 지출한 약 73억 원의 소송 비용도 론스타로부터 환수하게 됐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 795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하고있다.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 워싱턴DC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했다”며 “중재판정부가 인정했던 배상금 2억 1650만 달러와 이자 지급 의무가 전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써 당초 정부에 부과됐던 약 4천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소급해 소멸했다”며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는 오늘 취소위원회의 구체적인 취소 사유가 담긴 결정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홍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단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했다. 

ICSID 협약에 따르면 따르면 중재 판정이 취소되는 사유는 총 다섯 가지 경우다. 

협약 제52조는 ▲중재판정부 구성의 하자 ▲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인의 부패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 ▲중재판정 이유불기재 등 5가지를 취소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가운데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판정 이유 불기재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 등 3가지 사유를 들어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한 걸로 전해진다. 

대통령실도 이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위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과거 판정의 오류가 바로잡혔다”며 “이번 결정으로 대한민국의 배상 책임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제가 법무부 장관이었던 2022년 9월 론스타 ISDS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히 반대했다”라고 적시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한 전 장관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할 때 중수부 일원이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믿고 기다려 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민주당 트집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법무부 등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박스] 론스타 사태란?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론스타 사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00억 원에 인수하고 2012년 1월 하나은행에 이를 매각하며 4조 6635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일어난 논란이다. 

여기에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 '( ISDS )를 통해 국제중재까지 제기했다. 

론스타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론스타펀드2를 구성해 자산의 75%를 한국과 일본의 부실채권 에 투자했다. 이후 자산관리공사 로부터 5400억 원대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5조 원대 (장부가 기준) 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이 시기에 론스타가 사들인 국내 자산으로는 스타타워 등 부동산과 극동건설, 일본 도쿄쇼와은행 (현 도쿄스타은행) 과 외환은행 등이 있다. 

그러나 론스타가 2003년 1조 3800억 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두고 2005년 말부터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국세청의 탈세 혐의 고발을 시작으로 감사원의 감사 및 국회의 검찰 고발이 이어졌다. 론스타는 2006년 외환은행 매각을 두고 국민은행과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고, 2008년에는 HSBC와의 매각협상마저 글로벌 경제위기로 결렬됐다. 

그러다 인수 7년여 만인 2010년 하나금융에 외화은행을 매각했으나, 2011년 10월 금융당국의 적격성 판단으로 매각이 지연됐다. 그러다 2012년 1월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의 하나은행 인수를 승인하기로 결정하고, 논란이 됐던 외환은행의 대주주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1년 2개월 만에 외환은행을 최종 인수하게 됐으며,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4조 6635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8년 3개월 만에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고,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시민단체 등은 현행 은행법 (제2조 1항 9호) 상 은행 인수자의 자본 중 25% 이상이 산업자본이거나, 동일인 (본인+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경우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론스타는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부적격해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론스타가 2003년 당시 이미 산업자본 요건을 갖췄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채 묵인했기 때문에 주식 인수계약 자체부터가 무효라고 보고 있다.

론스타는 2012 년 11 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를 통해 46 억 7 950 만 달러(약 6조 3 215 억 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