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檢 항소포기'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유죄 1심 판결문 쟁점보니...
- 1심 재판부 李 대통령 책임 암시? 배임 여부 최대 관심사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피고인 민간업자들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이 대통령도 대장동 사업 최종 결정권자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민간업자들과는 따로 재판을 받았다. 다만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헌법 제84조의 취지에 따라 재판 진행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국의 뇌관이 되고 말았다. 검찰의 항소포기로 범죄수익 대부분을 환수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검찰의 항소 포기로 1심 판단이 남은 재판을 좌우할 기준점이 됐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재판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다.
- 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유동규 등 전원유죄 선고
- 李 대통령 배임 재판 별도 진행 중…공모·가담 여부 기재 안해
- 판결문에 ‘李 대통령 몰랐다, 책임 암시 대목’ 둘 다 포함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달 31일 이들 일당에게 징역 4~8년을 선고하고, 약 478억원을 추징했다.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을 선고했고,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남씨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천만원을 선고받았고, 정용민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4년 간 재판이 이뤄지고 충분한 공방이 이뤄진 상태에서 1심 법원 판단이 있었고 중형이 선고된 상황”이라며 “피고인들에 대해서 도망의 염려가 인정돼 구속영장을 법정에서 발부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 선고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李 대통령 배임 가능성, 1심 재판부 배제하지 않아
조만간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배임을 저질렀는 지 여부가 재판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배임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배임 범행에 공모·가담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가 이 대통령이 몰랐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은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바,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수용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대통령의 책임을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판결문에 ‘이재명’과 ‘상남시 수뇌부’와 같은 표현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실제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선고 이유에서 “피고인이 공사 기획본부장으로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으나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고 했다.
또 “이재명은 유동규에게 공사 설립 준비, 대장동 개발사업과 위례 개발사업 계획 수립 등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기면서 성남시의 주무 부서나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자신 또는 정진상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실무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유동규는 수뇌부 결정의 중간관리자일 뿐이며, 단독으로 결정할 위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배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단군 이래 최대 이익환수사업’이라던 李 대통령
대장동 사업을 유착관계에 따른 부패범죄로 결론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지원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제안에 따라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추진 대장동, 위례 등 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이재명이 성남시장에 재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이 대통령이 ‘단군이래 최대의 이익환수 사업’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대장동 개발은 민간특혜개발 사업을 막고, 5천503억 원을 시민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인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억측과 곡해, 왜곡보도, 네거티브를 넘어선 마타도어가 난무한다”고 평가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동규는 사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정당한 추가 이익 배분 요구를 단념했다. 당초 고지·제안받았던 예상 사업 이익(4천억~5천억 원)보다 훨씬 줄어든 예상 사업 이익(약 3천600억 원)을 전제로 민간업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유동규·정민용의 일련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공사의 이익은 A10 블록의 협의 가액인 1822억 원으로 고정됐고, 이는 이 사건 사업 협약 체결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됐거나, 민간업자들로부터 제안받은 전체 개발이익 약 4천억~5천억 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보할 수 있었던 추가 이익이 유 전 본부장의 위법행위로 포기된 만큼, 성남시 수뇌부의 지휘와 보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향후 이 대통령 배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를 토대로 윗선의 지시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임죄 폐지하려는 당정, 반발하는 국민의힘
다만 변수가 많다.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의 항소로 진행되는 2심 공소유지 등을 지휘하는 자리로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임명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지휘선상에 있던 인물이다.
또 당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죄 폐지는 당정이 이미 9월에 공식화한 사안으로, 법무부는 최근 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에 대체입법 논의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강공 배경에는 여권 악재로 올라설 수 있는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배임죄는 국민의 자산과 기업 주주들의 자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이 대통령 방탄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철회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