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쿠팡 특검·금융 계급제 발언에 긴장 모드
- 기업들 향후 수사 범위와 결과에 촉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쿠팡 의혹 상설특별검사(이하 특검)에 안권섭 변호사(60•사법연수원 25기)를 임명하고, 금융계급제 발언을 던지면서 재계와 금융권이 긴장 속에 정부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마땅하지만 정부의 강경한 행보가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에 안권섭 변호사를 임명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안 특검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안권섭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전주 완산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법무부 법조 인력과 부장검사, 서울고검 공판부장,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 "재계·금융권, 정부 행보에 촉각"
이번 쿠팡 특검 임명이 유통·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안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경제범죄와 기업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아온 경험이 있으며,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공정거래·기업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부가 그를 특검으로 낙점한 것은 이번 수사가 단순한 기업 비리 차원을 넘어,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공정 경쟁 문제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쿠팡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물류·IT 기업들은 향후 수사 범위와 결과에 따라 사업 구조와 규제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특검이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문지석 부장검사는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그는 "부장 모르게 주임 검사를 청장실로 부른 다음에 최근 언론 보도에 나온 것처럼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던 것"이라며 당시 지청장이 담당 검사에게 미리 쿠팡을 불기소 처분하라는 방향을 주고, 핵심 증거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문 검사는 23일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주임 검사로부터 엄희준 청장이 그렇게 (압수수색 문건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걸 명백히 들었으며 '청장님 지시로', '청장님이 빼라고 하셨습니다' 두 번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쿠팡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1차 수사를 맡은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결론을 뒤집었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수사를 촉구한 것. 상설 특검은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가동할 수 있으며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금융권 개혁 방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금융 계급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이 대통령이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라고 지적한 지 2달 만에 또다시 금융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규제 체계 도입”으로 받아들이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자 수익으로 매년 역대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중저신용자 등 서민금융 역할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은 제도화 과정에서 기존 영업 관행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시장 금리체계 왜곡, 고신용자 이익 침해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용 위험에 따른 금리 차등은 금융시장의 핵심 원리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뒤틀면 시장의 자연스러운 위험 평가와 경쟁 구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시민단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대감
시민단체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과 금융권 모두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권섭 특검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와 금융 계급제 논의가 맞물리면서, 유통·금융 업계 전반에 걸친 긴장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