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조직 휘청?" 고강도 개혁 발표...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 "수의계약 금지, 사건·사고 발생 시 농축협 지원 전면 중단" - 고강도 혁신 착수...책임경영·청렴농협 추진 '3대 전략‘ 마련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농축협 비위를 뿌리 뽑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전면 가동한다. 농협은 부정행위가 확인된 농축협에 대해 수사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즉각적으로 지원을 제한하고 이미 지원한 자금에 대해서도 회수 조치하는 등 고강도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과연 농협 내부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농협은 중앙회 운영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기로 했다. 대표, 임원, 집행 간부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더불어, 임원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퇴직자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에게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책무 구조도를 도입해 중대한 비위 행위 발생 시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등 엄중히 문책하기로 했다. 또한, 불공정 이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농축협의 횡령 등 부정부패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 사건·사고가 발생한 농축협에 대해 중앙회 지원을 전면 중단하며, 엄격한 비용 집행 가이드라인과 위반 시 제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선거관리 기구와 신고센터를 즉시 운영하고, 부정선거 행위가 적발되면 신속히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지역 농축협에 중앙회의 예산과 자금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 되기 위한 공익적 역할도 강화한다. 농업인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해 신용 회복을 돕고, 혁신 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생산적·포용 금융’에 향후 5년간 108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강당에서 열린 제3차 임시 대의원회에 앞서 '청렴 농협 구현 결의대회도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전국 대의원 조합장 294명을 비롯해 농협중앙회장, 임원, 집행 간부 등이 참석해, 범농협 차원의 고강도 혁신을 통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결의대회는 최근 농축협 내외부에서 다양한 이슈와 우려가 제기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더 높은 윤리의식과 투명성을 스스로 확보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마련됐고 ▲ 신뢰받는 농협중앙회 구현 ▲ 깨끗하고 청렴한 농축협 실현 ▲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도약의 세 가지 추진 방향을 제시하며 자정과 혁신 의지를 천명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번 결의대회는 인사·조직·제도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농업인과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는 약속”이라며 “청렴·공정·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 범농협이 함께 혁신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 '사건·사고 농축협' 무관용 원칙 적용
앞서 농협은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로 조직 근간이 휘청인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출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회장 선거 직후 농협유통이 특정 용역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찰·계약 유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산청군농협 조합장 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본부장 손치복)는 12일 창원에 있는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청군농업협동조합장이 ▲ 조합장의 겸업 금지 위반, ▲ 매장(마트) 정육점 입점 의혹, ▲ 상임감사 선거 논란, ▲ 산불·수해 구호 물품 횡령 의혹 등에 휘말린 가운데 노동조합이 농협중앙회의 감사와 경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 경남본부에 산청군농협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했고, 경남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이에 조합 감사위원회는 산청군농협을 방문해 산불 피해 구호 물품의 사적 사용 의혹과 경업 금지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 조사를 했다. 위원회는 17일부터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조합장 및 관련 직원에 대해 즉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중앙회는 공신력 훼손에 대해 자금 지원 제한 등 제재도 검토 중이다.
또 올해 경남 지역 농축협 8곳에서 부실 등으로 직원 40여 명이 징계 조치를 받았는데, 농협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릉의 한 농협에서는 분식 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농협 직원이 조합원 명의를 도용해 9억 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받은 바 있다.
지난달 28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체 감사에서 지역 농·축협이 대출 부실 관리로 지적(권고, 업무 개선, 주의, 주의 촉구, 문책, 문책 위임)받은 사례는 총 870건에 달했다.
이처럼 비위가 위험수위에 이르자, 농협중앙회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조직 내 50% 임원 교체라는 초강수 쇄신안은 파격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는“이번 개혁 추진 계획은 과거의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라며 “조직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회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협, 농업인에게 힘이 되는 농협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