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으로 ‘진화’하는 기술 혁신
[제4의 공간, 멈추지 않는 기회의 땅] 조현민 저 / 출판사 쌤앤파커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전기차는 이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인류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용하고 넓은 내부, 그리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전력 공급은 자동차를 더 이상 이동을 위한 기계로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감상하며 일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전기차의 내부는 ‘바퀴 달린 방(room with wheels)’이자 개인의 시간을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제4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저자 조현민은 신간 「제4의 공간, 멈추지 않는 기회의 땅」에서 이러한 전기차의 진화를 기술적 변화가 아닌 공간혁명으로 규정하며 인간의 생활과 문화를 재편하는 새로운 문명적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전기차의 진정한 가치를 ‘이동성’이 아닌 ‘공간성’에서 찾는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차량은 소음과 진동, 엔진의 제약으로 인해 운전 그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도구였다. 그러나 전기차는 정숙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반으로 운전 외의 행위가 가능한 공간, 즉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제4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배터리를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은 이동 중에도 전자기기 사용을 자유롭게 하고 노트북 충전이나 영상 회의, 콘텐츠 감상 등 다양한 목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차량 내부의 기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의 개념 자체가 변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저자 조현민은 이를 “공간의 재구성”이라 표현한다. 이동 중에도 일하고, 쉬고, 배우는 일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으며, 전기차는 그 중심에 선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운전자가 더 이상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이동은 곧 ‘생산’의 연장선이 된다. 출퇴근은 노동의 전후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창의의 시간으로 재편된다.
이처럼 전기차는 단순히 도로 위를 달리는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 플랫폼’, 즉 개인이 자신만의 리듬과 목적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카페나 오피스, 라운지, 극장이 모두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동은 곧 ‘머무름’이 된다.
책 「제4의 공간, 멈추지 않는 기회의 땅」은 이 새로운 공간 개념을 “집(제1의 공간), 직장(제2의 공간), 사회적·여가공간(제3의 공간)”에 이어 등장한 ‘제4의 공간(The Fourth Space)’으로 정의한다. 제4의 공간은 이동 중에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화된 환경이며 자율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생활의 중심이다.
이 공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정지와 이동의 구분이 사라지고 인간의 일상은 유동적으로 이어진다. 출퇴근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도로 위에서도 회의나 창작, 휴식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전기차는 인간에게 새로운 시간의 자유를 제공한다”며, 기술이 아닌 생활의 철학에서 전기차 혁명의 본질을 찾는다.
전기차의 발전은 도시와 사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심형 사무실의 개념이 재편되고, 교외나 이동형 근무 환경이 활성화되며, 개인의 생활 반경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제4의 공간의 실체는 ‘도로 위에서 일하고, 생각하고, 창작하는 시대’ 다. 더 나아가 전기차는 AI와 결합하면서 ‘스마트 공간’으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이 운전자의 일정, 감정, 선호도를 파악해 최적의 조명과 음악, 경로를 제안하고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을 관리한다. 운전자는 단순한 승객이 아니라 공간의 주체이자 설계자가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축은 산업 구조의 재편이다. 전기차가 제4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순간,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기계 제조업’이 아니다. 이는 에너지, IT, 가전, 콘텐츠 산업이 융합된 거대한 생태계로 진화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내부를 ‘공간 디자인 산업’으로 확장하고 통신사는 차량 기반의 데이터 서비스를, 콘텐츠 기업은 운전 중 시청에 최적화된 스트리밍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한 에너지 기업은 충전 인프라를 넘어 차량 자체를 에너지 허브로 재정의한다.
저자 조현민은 이를 “멈추지 않는 기회의 땅이다. 전기차가 멈추는 순간에도 소비는 이어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생산은 지속된다”고 강조한다. 이동의 모든 순간이 산업의 무대가 되고 정차조차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에게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저자는 “자동차를 단순히 파는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공간을 설계하고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인간의 감정, 경험, 효율을 함께 설계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책의 마무리 장에서 저자는 다시 인간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모든 공간의 가치는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전기차 혁명의 본질도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시간을 어떻게 바꾸고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모든 결정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편리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다. 즉, 제4의 공간은 인간이 스스로의 시간과 자유를 되찾는 과정이다.
저자 조현민은 “공간의 혁명은 기술의 혁명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이동 중의 30분, 대기 중의 10분, 정차 중의 5분이 모두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생산성과 행복의 지형을 만든다.
신간 「제4의 공간, 멈추지 않는 기회의 땅」은 전기차를 통해 다가올 미래의 사회적 변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기술과 인간, 효율과 감성, 이동과 정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은 전기차를 단순한 산업의 혁신이 아닌 인간의 생활혁명으로 바라본다.
저자가 전하는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움직임 속에서 공간을,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설계하라”라는 메시지는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변화의 선언이다. 전기차는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는 도구이며, 제4의 공간은 그 자유를 실현하는 무대다.
전기차가 열어가는 미래는 결국 ‘공간의 혁명’이자 ‘사람의 혁명’이다. 멈추지 않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이제 어디서나 머물고, 일하고, 꿈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