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보좌진 관계, 한국 국회의 구조적 한계 드러나…미·영 의회와 정반대
-. 미·영 의회가 보좌직원 보호를 위해 독립적 조사·징계 기구...의원까지 -. 고용계약, 독립적 조사기관 설치 등 국회의원 권한 견제 장치 마련 시급”
한국 국회의 의원-보좌직원 관계가 고용계약·근로권익·고충처리제도 모두에서 미·영 의회에 비해 구조적 취약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영국 의회는 보좌직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의원과 개별 고용계약, 독립적 고충처리기관, 반(反)괴롭힘 규범 적용 대상을 ‘의원 포함 전체 의회 구성원’으로 확대해 운영하는 반면, 한국은 의원-보좌직원 간 권력 불균형이 심각한데도 제도 개선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보좌진 관계, ‘고용계약 기반’ 미·영 의회와 달리 한국은 공무원 신분·폐쇄적 구조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1일 발간한 ‘미국·영국 의회의 의원과 보좌직원 관계: 고용계약과 고충처리제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와 영국 의회는 의원과 보좌직원이 개별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보좌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며, 업무·급여·근무 조건 등이 모두 고용계약으로 명시된다. 보좌직원은 의원에게 고용·해고·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근로권·차별금지·휴가·노동조건 보호 등 일반 노동법의 적용을 광범위하게 보장받는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최대 18명의 정규직 보좌직원 고용이 가능하며, 의원은 보좌직원의 급여·업무분장·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영국 의원도 평균 3~5명의 보좌직원을 직접 고용하며, 정규직·시간제·인턴 등을 의원 재량으로 운영한다.
반면 한국 국회의 보좌진은 국가공무원 신분으로서 보좌관·비서관·비서 체계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이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의원이 인사권을 절대적으로 행사하는 구조가 유지돼 권력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보좌직원은 의원의 판단에 따라 업무배분·근무여건·휴가 사용이 좌우되고, 문제 제기나 개선 요구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영국 의회, ‘독립적 고충처리기구’가 의원까지 조사…한국은 의원 조사 불가
보고서는 미·영 의회가 보좌직원 보호를 위해 독립적 조사·징계 기구를 두고 있다는 점을 핵심 차이로 제시했다.
○ 미국, OCWR(의회직장권리보호실)이 모든 의회 구성원 조사
미국은 1995년 제정된 의회책임법(CAA)을 통해 민간부문·행정부 공무원에게 적용되던 근로·차별금지·안전보건 관련 13개 노동·인권 법률을 의원과 보좌직원에게 똑같이 적용하도록 했다.
OCWR(Office of Congressional Workplace Rights)은 신고 접수, 조사, 행정적 분쟁해결(ADR), 교육·감독을 담당하는 독립기구로 운영된다.
특히 의원도 폭언·괴롭힘·차별 혐의의 피신고자가 될 수 있으며, 조사 결과는 윤리위원회로 이첩된다.
2023년 OCWR에 접수된 신고의 55.7%가 ‘차별 및 괴롭힘’ 관련이었다. 보고서는 “의원실이 폐쇄적 조직문화로 인해 외부에 문제 제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영국, ICGS(독립 고충신고제도)가 의원 징계까지 권고
영국은 2018년 ‘의회행동강령(Behaviour Code)’을 제정해 성희롱·괴롭힘·비윤리적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ICGS(Independent Complaints and Grievance Scheme) 가 조사한다.
ICGS는 필요 시 의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할 수 있으며, 조사 범위는 의원뿐 아니라 의회 사무처·보좌직원 전체를 포함한다.
2024~2025년 회기 기준 ICGS 신고자 중 가장 많은 집단은 하원의원 보좌직원(40%)이며, 피신고자의 41%는 의원이었다.
○ 한국 국회, 고충처리제도는 있으나 ‘의원은 조사 제외’…핵심 제도 비어 있어
보고서는 한국 국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의원에 대한 조사·징계 권한의 부재를 지적했다.
현재 국회의 보좌직원은 국가공무원법상 고충처리 절차 이용이 불가능하다. 국회 내 ‘국회인권센터’가 있지만 국회의원에 의한 인권침해는 조사할 권한이 없다.
또한 국회공무원 행동강령(사적 노무 요구 금지 등)은 적용 대상이 ‘국회공무원’에 한정돼 있으며, 국회의원은 아예 규율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윤리강령은 선언적 조항에 그쳐 실효성이 낮고, 보좌직원을 보호할 구체적 규정은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보고서는 “한국 국회의 구조적 특성상 의원-보좌직원 간 괴롭힘·부당한 대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리규범에 차별·괴롭힘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독립적 감독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 포함한 상호존중 규범’ 도입·독립기구 설치해야
NARS는 한국 국회가 미·영 의회의 사례를 참고해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① 의원-보좌직원 관계의 권력 불균형 해소가 핵심
의원실 단위의 폐쇄성, 인사권 집중 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보좌직원이 근로권·인권 침해를 제기할 독립적·비보복성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국회의원 윤리규범에 ‘차별·괴롭힘 금지’ 명문화
현재 윤리규범이 ‘품위 유지’ 등 선언적 규정에 머무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금지행위와 징계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 독립적 고충조사·징계기구 설치 필요
보고서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거나, 영국처럼 완전 독립조사기구(ICGS형 모델) 설치를 제안했다.
“보좌진 권익 보호는 국회 투명성·민주성 강화의 필수조건”
보고서는 결론에서 “의원-보좌직원 관계 개선은 단순한 근로조건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 책임성·투명성·민주성 향상과 직결된 구조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미·영 의회가 고용계약 기반·독립 조사기관·반괴롭힘 규범 강화 등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한국도 “의원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