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12.3 비상계엄의 밤 기록 ‘넘고 넘어’ 출간

-. “담을 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순간의 기록… 국회의 책무 국민 앞에 보고한다”

2025-11-26     장덕수 기자
[사진: 아시아 출판사]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와 그 이후 긴박한 4개월의 기록을 담은 회고록 ‘넘고 넘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 국회의장의 기록’(아시아 출판사)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단순한 자전적 기록을 넘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어떻게 완수했는지 보고하는 보고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민주주의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생생히 증언한다.

비상계엄 선포 후 17분, 국회의장 ‘국회로 돌진’… 긴박했던 헌정수호 4개월 재구성

책은 2024년 12월 3일 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 의장이 17분 만에 공관을 빠져나와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시계열 구조로 재구성했다.

강변북로를 달리며 국회의장은 “설마 했지만 이상했던 조짐들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회고를 남겼다.

특히 김성록 경호대장이 “국회경비대에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지시하며 상황을 촉각에 곤두세워 대응한 장면,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의장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전 층의 불을 켜고 뛰어다닌” 장면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긴박한 비화들이 상세히 기록됐다.

우 의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 처리를 두고 “지체 없이”라는 문구를 둘러싼 해석을 둘러싸고 극도의 압박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적었다.

그는 “통고가 오지 않은 것을 대통령의 귀책사유로 해석하고 절차 개시를 선포했다”며 계엄군이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올 가능성까지 대비했다고 밝혔다.

국회 직원·보좌진·경호대가 만든 ‘혼연일체의 민주주의 수호’

책은 헌정위기 극복 과정에 국회의장실, 국회사무처, 보좌진, 경호대 등이 ‘하나의 움직이는 조직’처럼 대응한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국회 비서진과 직원들이 국회 경내에 있던 계엄군 한 명 한 명에게 계엄 해제 사실을 알리고 즉시 퇴거를 요구하고 의원들의 격앙된 감정이 돌발 상황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의사진행발언을 중단한 의장의 판단 등 국회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탱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우 의장은 “국회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해당 기록이 향후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의 역사 의식… 국회 공간혁신과 국가 정체성 연결

책은 비상계엄 해제 과정뿐 아니라 우 의장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대목도 담고 있다.

우 의장은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자로, 국회 앞마당에 ‘독립기억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이 항일·광복의 흐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배경을 책에서 상세히 소개한다.

그는 독립운동·민주화·헌정을 “하나의 계보”로 바라보며, 2024년의 헌정 위기 극복 경험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연장선에 위치시켰다.

계엄 해제부터 탄핵까지… 민주주의 위기 4개월의 완전한 기록

책은 크게 ▲비상계엄의 밤 ▲비상계엄 해제 ▲탄핵의 길 ▲제2의 비상계엄 ▲파면의 밤 ▲역대 최고 신뢰도 등 6부로 구성됐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부터 2025년 4월 4일 대통령 탄핵까지, 한국 민주주의가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들을 국회의장이 직접 목격한 기록으로 담고 있다.

아시아 출판사는 이 책을 “대한민국 헌정사의 실제 작동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평가하며, “위기 속에서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고 소개했다.

“기억되는 것만이 역사다”… 우 의장, 민주주의 수호의 의미 강조

우원식 국회의장은 책머리에서 “담장을 넘은 다리와 의사봉을 두드린 손은 나의 것이었지만, 그 결단을 가능케 한 힘은 거리·가정·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의 의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는 위기의 순간에야 비로소 그것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며, 이번 회고록이 국민과 함께 쓴 기록이자 앞으로의 위기 대비를 위한 기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