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보석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주겠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 3륜’의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할 당사자들의 계속되는 일탈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은 지 오래다. ‘법조 3륜’의 비리는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사회 근간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비리를 막을 효과적인 대안책도 없다. 대안책이 제시된다고 해도 문제가 제대로 해소될지도 의문이다. 그만큼 사회정의와 국민신뢰가 무너졌다. 일요서울에서는 ‘법조 3륜’중 변호사들이 벌인 일탈 행동 사례를 정리해봤다.  

“금감원 및 검찰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
구속 대비 주요 증거들 은닉·폐기하기도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를 계기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회장의 ‘구명 로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로비를 조건으로 받은 금품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어서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사건 2개
100억 원 수익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첫 번째 인물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2014년 3월 ‘법복’을 벗었다. 

최 변호사는 수임료 반환 문제로 정운호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뒤 경찰 고소 과정에서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을 일으켰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 해외 원정 도박 사건 항소심 변론을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정 대표에게 “친분이 있는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도록 하고, 재판부 청탁 등을 통해 항소심에서 반드시 보석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다. 그 대가로 50억 원을 달라”고 먼저 요구했다. 

당시 상습도박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정 대표는 이 말을 믿고 착수금 20억 원 및 성공보수금 30억 원 등 모두 50억 원을 건넸다. 돈을 건넨 시점은 1월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2015년 6~9월 이숨투자자문 송모(40) 전 대표로부터 보석·집행유예에 대한 재판부 교제청탁 명목으로 총 50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최 변호사는 2015년 6월 송 전 대표에게 인베스트컴퍼니 사기 사건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20억 원을 우선 받아 챙겼다. 

이후 송 전 대표가 2015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다시 접근해 “보석으로 석방시켜 주겠다”며 추가로 10억 원을 받아냈다. 같은 달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에 대한 금감원 및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20억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5월 3일 최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복원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돼 있는 등 주요 증거들이 은닉 또는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유정 변호사는 5월 9일 전북 전주에서 체포됐다. 이후 5월 11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최 변호사와 최 변호사 가족 명의의 대여금고를 압수수색, 현금 등 13억여 원을 압수하자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자신의 이력을 무기로 의뢰인들로부터 거액의 착수금·성공보수금을 챙겼다. 정운호 대표 사건과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으로 챙긴 돈만 100억 원에 이른다. 일반 변호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청탁 명목’으로 돈 받고
‘몰래 변론’으로 소득 축소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정운호 대표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 계약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 등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홍 변호사는 ‘몰래 변론’등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소득 신고를 누락해 세금 10억여 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300억 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수사해 지난해 10월 구속기소했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징역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의 항소심 구형이 1심때보다 6개월 낮춰진 점, 회사 돈으로 도박자금을 갚았다는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나 홍 변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정 대표의 2014~ 2015년 300억원대 마카오 원정 도박 무혐의 사건도 조사했으나 당시 홍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고, 홍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각각 3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 시, 전관예우 차원 
솜방망이 처벌하기도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가졌던 만큼 이들의 구속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 비리를 일으키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사례도 많다. 특히 전직 판사나 검사의 경우 일반 변호사가 비리를 일으킨 경우보다 약한 처벌을 받고 있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1일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불법으로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지난 3월 법무부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률사무소 사무직원 2명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은 대가로 1000만 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피해자에게 피해를 대신 변제하겠다며 약속어음을 발부했으나 미지급한 혐의도 있다. 

A 변호사는 징계에 승복할 수 없다며 5월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때 ‘집행정지’ 청구도 함께 냈는데 법원은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직 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 소개·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징계와 별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실제 A 변호사는 소개비 교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약식기소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관대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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