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姑婦)갈등의 원인(?)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오며 가족의 개념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남자의 지위와 영향력은 커진 반면 여자인 시어머니와 딸 그리고 며느리는 불리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동일한 조건과 비슷한 입장에 있으면서 상호간에 화목하지 못하고 온정적이지 못하며, 불화와 불신의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한 불화와 마찰 상태를 고부갈등이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립적 관계의 고부간의 갈등은 모든 여성들의 피할 수없는 숙명처럼 여겨졌고 고전설화나 문학작품속의 흔한 얘기꺼리가 되었다.

큰 바위산 아래로 집이라고는 십여 호 남짓 듬성듬성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중년의 시어머니와 젊은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여느 고부 사이처럼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행동하나하나를 트집 잡아 책망하고 꾸짖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보름여정으로 사냥을 떠나 집을 비우게 되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앞세워 이른 아침부터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산비탈의 밭으로 김을 매러갔다.

김을 매는 동안 쪼그리고 앉아 끊어질듯 저려오는 팔다리의 아픔은 견딜 수 있었지만 사사건건 시비조로 이어지는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쉽게 견디어내기 힘들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며느리는 청개구리처럼 시어머니의 말을 따르는 척 하다가도 반대로 행하고 다시 꾸중을 들으면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또 실수를 저질렀네요.’하며 가식적인 반성으로 일관했다.

어느 날은 새벽부터 비가 내려 오늘은 김을 매지 않아도 되겠구나싶어 며느리는 간만에 찾아온 달콤한 새벽잠을 더 깊이 청하고 있었다.

“이 게으른 것아 지금껏 퍼질러 자면 일은 언제 하누 쯧쯧.”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어머니 지금 준비하고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며느리가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가다듬은 맑은 소리로 대답했다.

밖에서 계속되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며느리는 제대로 속옷을 갖춰 입지 않고 겉치마저고리만 대충 걸치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니, 쏟아지던 빗줄기는 자취를 감추고 독기어린 시어머니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굵은 침이 며느리의 얼굴과 저고리를 적셨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앞세워 산비탈 밭으로 향하는 큰 개울에 당도하니 징검 다리는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시어머니가 치마를 걷고 개울로 나아가니 며느리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개울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걷어 올린 치맛자락을 적셨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가 내리려면 억수같이 내려 개울을 불려 놓을 것이지... 이게 뭐람.’

며느리의 탄식도 잠시, 밭에 도착해 작은 도랑을 파고 김을 매는 동안 비는 다시 오지 않았다. 찐 감자를 먹고 다시 밭일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삽시간에 산 너머로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며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큰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해 보았지만 빗줄기는 두 여인의 몸속을 파고들며 증기를 피웠다.

비가 조금 잠잠해지자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개울에 도착하니 개울물이 엄청 불어 두 여인은 건너지 못하고 개울을 서성였다.

한참을 그렇게 발만 동동거리는데 한 청년이 나타나 말하기를,
“날이 어두워지는데 이처럼 내를 건너지 못하고 있으니, 제가 한 사람씩 업어 건너드릴까요?” 뜻밖의 제의를 하자 시어머니는 선뜻 그렇게 해달라고 하며 자부(子婦)부터 건너 주라고 말했다. 청년이 자부를 업고 개울을 건너니 물이 가슴까지 차올라 마치 살과 살이 맞닿는 듯 자부의 체온과 풍만한 젖가슴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개울을 건너 자부를 내려놓고 쳐다보니 치마가 몸에 달라붙어 자부의 미끈한 몸매와 속치마 한 겹 너머로 흑곡의 둔덕이 두드러지게 보이자 청년은 춘심(春心)을 이기지 못하고 자부를 안아 눕히며 거칠게 파고들었다. 저항하려해도 청년의 완력이 어찌나 강한지 자부의 저항은 청년의 흥분만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 이 광경을 건너편에서 보고 있던 시어머니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얘야, 빨리 몸을 엎쳐 청년의 그것을 못 들어가게 해라.” 하고 여러 번 반복하며 외쳤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자부는 저항을 멈추고 반듯이 누워 청년이 하는 대로 받아주며 방사(房事)를 끝마쳤다.

그러고 나서 청년이 다시 개울을 건너가 시어머니를 업고 개울을 건너는데, 자부와는 또 다른 농염한 중년의 몸매와 풍만함이 전해지며 청년의 아랫도리가 다시 부풀어 올랐다.

청년이 건너편 개울가에 다다르자 자부에게 했듯이 시어머니를 안아 벌러덩 누이며 거칠게 올라탔다. 청년의 숨결이 시어머니의 입으로 전해지자 오래전에 잊고 있던 그 음희(淫戱)의 기운이 되살아나며 질퍽이는 느낌에 휩싸였고 청년의 손길이 가슴과 둔덕을 지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신음은 지금껏 듣지 못한 환희 그 자체였으며 저항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다.

청년의 절구질이 시작되고 더 깊숙이 빠져드는 양물의 늠름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호합했다. 시어머니가 호합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이 며느리는 그 광경을 멀리서 쳐다보며 외쳤다.

“어머님은 저보곤 몸을 엎치라고 소리치시더니, 어머님께서 저와 같은 경우를 당하시곤 더 좋아하며 몸을 엎치지 못하시니 이건 또 무슨 경우입니까?”

며느리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맛보는 양물의 진맛에 깊이 빠져들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남을 책망하거나 꾸짖는 일은 잘하지만, 자신을 꾸짖는 일은 잘못 하는데 이 경우와 진배없을 것이다.

이 설화는 조선중기의 학자이자 시평가인 홍만종(洪萬宗:1643~1725)이 지은 한문 민담집 명엽지해(蓂葉志諧)에 기록된 설화로 고금소총(古今笑叢)에 수록되어 오늘에 전하며, 이 명엽지해는 홍만종이 서호(西湖)에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의 한담을 듣고 기록하였던 글로서 그 내용은 사회 풍자적이고 교훈적이며 경계하는 글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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