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어렸을 적 기억으로 돌아가 보자.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머리’를 하면서 잡지를 더듬어 보는 장면이다. 다른 기억도 있다. 시의성 충만한 패션 트렌드를 훑어보기 위해 서점에서 잡지를 살펴보는 여성들도 많았다.

잡지 안에는 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광고도 있고, 요리 콘텐츠, 문화 콘텐츠, 패션·미용·라이프 스타일 관련한 정보도 많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2021년 새로운 세대는 잡지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을까.

 29CM TV, 많은 패션 업체들이 그들의 라이브 커머스에 주목
 2018년 95억 원->2019년 150억 매출…앞으로 더 기대돼


우선 오프라인 잡지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독자가 잡지를 통해 무언가를 사고 싶다면 잡지에서 발견한 정보를 메모해 두었다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행여 해당 상품의 재고가 없다면 구매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잡지의 정보 전달 방식 또한 소비자로서는 마냥 불편했다. 특히 의류의 경우 텍스트와 이미지가 합해진 상품 정보만으로는 구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PC와 휴대전화가 충분히 보급된 이후 우리나라에도 많은 온라인 셀렉트샵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29CM 앱은 잡지의 시대에 보았던 여러 콘텐츠를 온라인에 너무도 잘 옮겨 두었다. 눈에 확연히 끌리는 세련된 화면과 아트한 카피, 잘 정돈된 깔끔한 디자인은 물론 영상을 보면서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마저 장착했다.

-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상품 판매 온라인 셀렉트샵

29CM는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셀렉트샵이다. 하지만 이 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세련된 화면에 먼저 제압당할 수밖에 없다. 안정감 있는 UI는 물론 구석구석 예쁨 가득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일관된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데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 또한 ‘29CM화’ 된다. 쇼윈도에 걸린 상품을 보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어 보고 싶게 만들고 이 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 또한 잘 전달해 준다.

또한, 상품 소개 글은 과장하지 않고 정제돼 있다. ‘분위기를 머금은 옷’, ‘누구에게나 필요한 캐주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분위기’, ‘시대를 초월하는 자유로움’, ‘손이 자주 가는 옷’, ‘소년이 된 듯한 기분’ 등등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카피일 뿐인데 모델의 자연스러운 사진과 29CM만의 톤 앤 매너가 과하지 않게 잘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WELOVE’ 카테고리는 인테리어, 음식, 오브제 등등 라이프스타일 관련된 상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 돼있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만큼 잘 만든 잡지 콘텐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분명 상품의 상세 페이지를 보고 있는데 ‘정보’가 콘텐츠화 돼 있어 꼭 잡지를 한장 한장 넘기는 기분이다.

29CM는 2018년 약 9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에는 150억 원을 넘어선 온라인 샵이다. 이들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에는 블로그나 잡지에서 보았던 상품을 구매 단계까지 원스톱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데에 있다. 29CM의 숫자 ‘29’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C’는 Contents, ‘M’은 Media의 약자라고 하니, 스타트업 초기 당시부터 미디어와 콘텐츠가 결합한 온라인셀렉트샵을 전략적으로 기획한 것이다.

- ‘29초 콘셉트’ 영상…. 상품의 특장점 임펙트 있게 표현

29CM 앱이 색다른 지점은 최근 론칭한 ‘29TV’에 있다. 영상은 ‘29초 콘셉트’을 유지하고 있는데, TV 광고보다 약간 긴 편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영상을 통해 상품의 특장점을 임펙트 있게 보여 준다. 기능성 등산복을 홍보하는 영상은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산 속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계곡 물에 옷이 젖어도 별문제 없다는 듯, 영상 속 건강한 남성은 툭툭 털어 버리고 역동적인 걸음으로 계곡을 건너간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울울창창한 산속 풍경이 화면에 잡히는데, 이것은 유튜브 영상 정도가 아닌 TV CF 느낌이 들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 이렇게 잘 만든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29CM 매니저가 직접 상품을 추천하는 영상도 있는데, 카톡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신선하다. 커튼 상품을 소개하는 영상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다만 볕이 좋은 날, 바람에 하늘거리는 커튼 자락만 보일 뿐이다.

29CM는 구매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영상을 시청하는 도중에도 톡 하고 화면을 건드리면 제품 정보가 보이고,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면 빠르게 결제 단계로 넘어간다. 실시간 라이브상거래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29CM의 이커머스 퀄리티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다.

29CM는 고객과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큐레이터 그룹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이 만든 물건을 개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미디어커머스로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배민, 우리의식탁, 마켓컬리와 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부분, 콘텐츠마케팅 영역에서 남들보다 앞서 나갔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상품을 과하게 홍보하기보다는 적절한 거리를 두고 소비자의 니즈를 콘텐츠에 슬며시 녹여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잡지인지, 온라인샵인지 경계를 허물어 버린 29CM 전략이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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