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차기 대선 마이너리그의 반란은 현실화될 것인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온통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쏠려있지만 정치는 말그대로 생물이다. 막판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기대하는 여야 다크호스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박용진 의원,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차기 대선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면 이들 4인방은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 지지율은 아직 미약하지만 정치적 맷집과 컨텐츠 능력을 고려할 때 예측불허의 반란도 가능하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준석돌풍이 만들어졌던 것과 마찬가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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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vs 이재명 빅매치뒤흔들 다크호스 4인방
- 추미애, 친문 강경파지지 속 윤석열 저격수자처
- 하태경, 이준석 나비효과에 개혁보수 적임자 자처

추미애 전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의 잠재력도 기대 이상이다. 추 전 장관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윤석열 저격수자처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완의 대기로 불리는 유 전 의원은 배신자 꼬리표를 떼어내고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권도전을 차분하게 준비 중이다. 또 박 의원과 하 의원은 이준석돌풍에 따른 최대 수혜주다. 여야 정치권의 세대교체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예상밖의 파괴력을 선보일 수 있다. 오랜 방송출연을 통한 폭넓은 인지도는 물론 이슈 파이팅 능력에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마이너리그 4인방의 메이저리그 등판이 실패한다 해도 여야 대선경선의 흥행과 판도를 좌우할 핵심 인사들이다.

윤석열 저격수추미애, “촛불개혁 완수하겠다친문 구애

추 전 장관은 촛불혁명 완수를 내걸고 차기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돌이켜보면 추 전 장관의 정치역정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점찍은 차세대 리더였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탄핵 원죄론으로 친노진영의 표적이었다. 최근에는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면서 민주당의 대주주인 친문 강경파가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이 됐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 수장으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전 검찰총장과 대혈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차기 대권에 모든 것을 던지는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촛불개혁의 완수를 위해 민주정부 4, 정권 재창출의 출발점에 섰다대통령이 돼 촛불시민에게 약속한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추 전 장관은 촛불정국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이뤄낸 만큼 이제 촛불혁명의 완수를 본인이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다. 추 전 장관은 특히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지를 벤치마킹한 듯 사람이 돈보다, 땅보다, 권력과 이념보다 높은 세상을 향해 추미애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토지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과 이를 독점하는 소수의 특권은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리겠다. 지대개혁을 통해 특권을 해체해 극심한 양극화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출마 이후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추 전 장관의 비호감 이미지 탓에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존재감만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추 전 장관은 오히려 당당하다. 추 전 장관은 제가 대권 출마를 공식화하니까 지지율은 오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며 지지율 상승세를 예로 들면서 반박했다. 실제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은 일부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여권 후보 중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여야 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5위를 기록하면서 중위권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X파일 논란에도 참전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아내 의혹과 관련해 “(쥴리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대선후보는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주변 친인척, 친구관계 등이 다 깨끗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야당이 대선후보 탄압이다, 불법 사찰이라는 프레임으로 대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역대 어느 후보에게 들이댔던 것처럼 공정한 잣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보수유승민, “경제대통령컨텐츠 경쟁

유승민과 하태경 전현직 의원, 뉴시스
유승민과 하태경 전현직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은 일찌감치 보수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시절 여당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면서 소신발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정치적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배신자 이미지는 메가톤급악재였다. 보수몰락의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았다. 대선에 도전한 유 전 의원의 최대 강점은 중도 확장성이 가능한 개혁보수 성향에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이다. 판검사 출신의 후보들이 즐비한 차기구도에서 뚜렷한 차별점이다. 다만 본인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보다 확실한 민심회복은 여전히 숙제다.

유 전 의원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경제대통령을 공언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전문가로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전략가다. 현존하는 여야 대선주자 중 경제문제에서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기회 있을 때마다 코로나 위기가 끝나면 앞으로 5, 다음 정부 임기 동안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경제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지사를 향한 공세도 강화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 전 의원은 기본소득을 가짜약에 비유하면서 “(이재명 지사가) 마치 기본소득이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만병통치약인 양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본소득의 대안으로 공정소득 개념을 제시하면서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국민이나 열심히 일해도 빈곤 탈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공정소득과 사회안전망을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복지제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 등장 이후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탄핵사태 이후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탄핵의 강을 어느 정도 건넌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범야권 지지도에서도 5% 미만이었던 유 전 의원은 최근 마의 5%벽을 넘어서면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미미한 지지율이지만 바닥을 찍고 상승추세로 전환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유 전 의원도 고무된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은 상당히 큰 변화의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가 상승을 자신할 정도다.

‘97세대 선두주자박용진, “남녀 평등복무파격공약

박 의원은 여야 정치권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 선두주자로 재선 의원이다. 운동권 민주화 세력으로 불리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후배 그룹으로 진보정당에서 건너온 이적생이다. 과거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의정활동은 화려했다.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유치원 3을 주도한 데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내부문건 공개는 물론 현대자동차의 리콜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벌저격수로도 활약했다. 특히 20대 국회 시절에는 민주당 비주류의 상징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스터 쓴소리로도 주목받았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일찌감치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20여명에 이르는 여야 대권주자 중 최초였다. 박 의원은 김대중의 40대 기수론 이후 두 번째 정치혁명을, 노무현 돌풍 이후 두 번째 한국 정치의 대파란을 약속한다불공정과 불평등에 맞서는 용기 있는 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 의원의 대선출마는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라는 파격적 공약을 내걸면서 국민적 이목을 사로잡았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청년들을 헐값에 강제로 징집하는 징병제는 안된다모병제 대상자에게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또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면서 법인세·소득세의 동시 감세를 주장하는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71년생인 박 의원의 파격적인 도전에 여론도 반응했다. 이준석 나비효과에 따른 부수 효과다. 박 의원은 그동안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더불어 빅3로 불리는 정세균 전 총리는 누르고 여러 차례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준석돌풍의 대항마로 여권 핵심 지지층이 박 의원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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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돌풍 재현하태경, “윤석열과 양강구도자신

하 의원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개혁보수의 선두주자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이과형 리더다. 또 이준석 대표와도 정치적 밀월관계를 형성해왔고 유력주자인 유 전 의원과도 거리가 가깝다. 하 의원은 부산 출신의 3선 중진으로 청년문제에 정통한 젊은 정치인이다. 특히 4.7재보선 정국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 압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국민의힘 현역 의원으로 최초로 대선 도전을 선언한 하 의원은 민심의 요구는 낡은 20세기 정치를 하루빨리 끝내라는 것이라며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특히 조국사태와 추윤갈등을 겨냥해 진영논리와 내로남불로 채우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라고 여권의 정국운영을 비판하면서 헌법정신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청와대와 내각, 입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검찰총장 직선제 도입과 법무부 폐지 현행 17개 시도체제 폐지와 광역단위의 행정구역 개편 세종시 수도이전 등을 약속했다.

하 의원은 개혁보수의 대선배인 유 전 의원의 대선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냐는 시각을 부인하면서 완주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은) 존경하는 분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안봐줄 것이라면서 어쨌든 1등이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시대 변화의 무게를 누가 더 잘 느끼고 있느냐가 대권 레이스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결국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제가 양강구도가 될 것이라고 개혁보수 적임자론을 내세웠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미애·유승민·박용진·하태경 등 마이너리그 4인방의 대선등판은 이재명 vs 윤석열빅매치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흥미롭게 하는 양념의 성격이 강하지만 여야 지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차기대선을 뒤흔들 예측불허의 변수라고 규정한 뒤 역대 대선에서는 늘 국민과 언론이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자릿수의 미약했던 지지율에도 국민경선 과정에서 불었던 이른바 노풍을 타고 대권을 거머쥔 전례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정치인생 모든 것을 내건 도전이라는 점에서 사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박용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대선도전을 통해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것은 물론 차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는 꽃놀이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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