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강론’에 탄력 받은 ‘홍·유·원’...與 ‘정·김·이’ 反이재명 연대 승부수

(좌측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좌측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 尹 일가 의혹 등 與 융단폭격에 “이대로는 불안” 野 자강론 부상
- 丁·李 단일화, 反이재명 연합전선 기폭제...친노 업은 김두관 변수 
- 지지율 ‘박스권’ 극복 관건...색채 뚜렷한 ‘정치 브랜드’ 구축 필요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내년 3.9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량급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퉈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의도가 ‘대선 슈퍼위크’를 거치며 용광로 정국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했고, 국민의힘도 당내 경선을 두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정권 교체 기수 만들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여야 잠룡들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현재까지 청와대에 가장 근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각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그 뒤를 잇는 대권주자들의 역동성도 간과할 수 없다.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야권 잠룡들은 국민의힘 경선 일정에 맞춰 대선 출마 채비에 한창이고, 정세균·이광재·김두관 등 여권 주자들도 경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칼을 갈고 있다. 이제 차기 대선까지 9개월이다. 지반이 물렁한 현 대선 지형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춘추시대를 맞아 중앙무대 진출을 노리는 군소주자들의 격한 몸부림이 예상된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있듯이, 공식에 끼워 맞추면 정답이 도출되는 수학과 달리 정치는 인문학적 요소가 짙은 분야다. 한마디 말에 판이 뒤집히는 곳이 정치권이다. 상수보단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현대 정치판에서 대세는 있을지언정 부동의 왕좌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대선 국면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유력 대권주자로 지목돼 피아를 가리지 않은 혹독한 검증 공세에 노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상처를 봉합할 틈이 없다.

지지율 강세인 윤 전 총장에게 꾸준히 구애의 손길을 보냈던 국민의힘은 아웃복싱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스탠스를 바꿔 자당 후보들을 키우자는 ‘자강론’을 띄우는 모양새다.

민주당도 주류 계파인 친문계를 중심으로 1강 주자인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전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당장 경선 컷오프에서부터 이변이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자강론’과 함께 1.5군 급부상  

윤석열 대망론이 지배적이었던 국민의힘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야당 정당 지지도가 오르고, 중도·무당층 등 외연 확대에 탄력이 붙자 자강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후발주자들이 치고 나오는 모양새다. 최근 안방으로 복귀한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4.4%를 기록하며 야권 주자로선 윤 전 총장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컨벤션 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여전히 야권에선 그의 잠재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중도 지지층 확장이 절실한 이번 대선 정국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유 전 의원에게 거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야당 대표와 오랜 기간 정치 철학을 공유한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규에 따라 오는 12일 예비후보등록과 동시에 대선 비전선포식을 가질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 주요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공정’ 가치를 부각하며 교육, 경제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거기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을 배려한 정책 어젠다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정책으로 유권자 포섭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민의힘으로 복당한 백전노장 홍준표 의원도 야권 기대주다. 강경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홍 의원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대선 출마, 당대표 사퇴, 국민의힘 복당까지 우여곡절 스토리를 품은 백전노장이다. 홍 의원은 복당과 함께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에게 듣다’ 비전 설명회를 진행, 국가 현안을 진단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등 대권주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유독 대립각을 세우며 사실상 야당 자강론의 중심에 서 있다고도 평가된다. 다만 원외 범야권 대권주자와 갈등으로 중도 확장성을 배제했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꼽힌다. 홍 의원은 오는 8월 말 ‘미래비전 발표’를 통해 대선 어젠다를 밝히는 한편, 국민의힘 경선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잠재적 야당 주전으로 지목된다. 정책자문그룹인 ‘원코리아혁신포럼’ 출범에 이어 이달 대선 비전을 정리한 대담집을 펴낼 방침이다. 이와 함께 7~8월 제주지사 직을 내려놓고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지사는 보수 개혁파로서 중추적 역할론도 기대된다. 이준석 당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그는 당의 전면 쇄신 기조에 최적화된 후보로 꼽힌다. 대권 출마 이후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 단일화에 힘을 모으기로 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좌)와 이광재 의원(우) [정두현 기자] 
민주당 경선 후보 단일화에 힘을 모으기로 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좌)와 이광재 의원(우) [정두현 기자] 

경선 돌입한 與...丁·李 단일화 승부수 나비효과 변수?  

최근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 1강 체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비등하고 있다.

‘빅3’ 궤적에서 이탈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당권파의 지지에도 지지율이 정체된 이광재 의원이 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내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일각에서 지지율이 부진한 두 후보의 단일화가 경선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이들 후보 단일화가 이번 당내 경선에서 나비효과가 될 것이란 예상도 만만찮다.

이낙연 전 대표까지 합종연횡에 동의할 경우 ‘친문·친노·호남’ 공통분모로 민주당 주류 계열의 응집력을 대폭 키울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민주당 경선 결선투표 룰을 두고 당원투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경선 룰이 바뀌게 될 경우 후보 단일화에 따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세균 캠프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와 친문·친노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는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최대 변수인 이낙연 후보도 단일화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만큼, 결국 물리적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두관 의원이 8일 백범김구기념회관에서 열린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에서 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김두관 의원이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에서 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민주당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와 오랜 인연으로 민주 진영에서도 친노계 중심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김두관 의원도 당내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권과 차별을 없애겠다며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와 당장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결국 정·이 연합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김 의원은 줄곧 연방제 기반의 선진국형 자치분권국가 모델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정책 모델과 철학을 상당 부분 흡수, 계승한 그가 지지율 반등 계기만 마련한다면 당내 경선에서 이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경선 구도를 획기적으로 돌파할 만한 돌발 변수 창출 가능성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