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룰의 전쟁’ 점화... 당원·여론 비율 관건

민주당 대선 후보들 [뉴시스]
민주당 대선 후보들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경선연기론’을 두고 대선 주자들 간 내홍을 겪던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규정이던 9월로 일정을 확정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선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속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룰, 반이재명 연대 파급범위,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여권의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변수 하나라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경선 결과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이 민주당 경선을 둘러싸고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선두인 이 지사의 막판 변수 가능성에 대해 취재했다. 

-형수 욕설·여배우 스캔들... 이재명 ‘산 넘어 산’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일단락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 대표는 7월 초에 경선 레이스 시작해 오는 9월 본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헌에 규정된 원칙에 따라 20대 대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부는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하에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도 양해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선 경선연기론에 관해 연기론을 주장한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과 와 원안대로 해야한다는 사수파인 송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간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2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7월 초 예비경선 ‘컷오프’에서 추려진 6명의 주자가 두 달간 본경선 레이스를 벌인 뒤 오는 9월5일 대선 후보를 확정하게 됐다. 본경선에서 어떤 대선 후보도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오는 9월10일 1~2위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로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이재명 후보와 함께 일정 사수를 주장했던 대선 주자들은 곧바로 환영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후보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박용진 후보도 “선수는 룰을 따라야 한다”고 반응했다. 

연기를 주장했던 후보들도 SNS에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정세균 후보는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 실시가 최선이지만 지도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썼고 이광재 후보는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적었다. 이낙연 후보는 지도부의 결정 6시간 만에 올린 글에 “의원들과 수많은 당원의 충정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귀중한 에너지로 삼겠다”고 썼다. 

경선연기론에 대한 논란은 매듭지어졌지만 친문진영이 다른 방식으로 이 지사에 대한 반전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권에선 경선룰, 반이재명 연대, 네거티브 공세 등이 친문진영의 대표적인 반전카드로 꼽힌다. 

지난달 29일 본지와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연기론이 가까스로 매듭지어졌지만 경선룰 갈등, 반이재명연대, 네거티브 공세, 결선투표 등을 방식을 통해 언제든 치열한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 ‘과반 확보’ 우선 과제... 본선 진출 ‘첩첩산중’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논란을 빚은 경선연기론을 매듭짓고 ‘9월경선’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여권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가 유리해진 모양새다. 이 후보측도 이런 흐름으로 굳히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선연기론을 주장했던 경쟁 후보들은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경선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등 경선룰을 둘러싼 ‘제2라운드’ 공방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당 지도부에서 경선연기론을 교통정리 한 이후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론조사에선 1위지만 친문이 주류를 형성한 당내에선 경쟁 상대인 이낙연 후보 와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의 바람과 달리 경쟁 주자들은 이번엔 경선 방식 다변화를 주장하며 경선룰을 변화를 주장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슈퍼스타K나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등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을 도입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보자는 것이다. 토론 대결, 집단합숙, 프레젠테이션 경연 등도 언급된다. 이낙연, 최문순, 이광재 후보 등이 이런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기존 경선 방식을 변경하는 것인 만큼 이를 놓고 후보들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후보와 비이재명 후보들간 갈등이 주목된다.  

민주당 경선은 오는 7월 12~13일 컷오프를 시작으로 14일부터 8월 2일까지 선거인단 모집, 3일부터 9월5일까지 순회경선을 통해 5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만약 1~2위가 결선투표에서 과반수이상을 받지 못한다면 9월10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에서는 당원이나 일반 선거인 모두가 동등한 1표를 행사하게 돼있어 전국대의원·권리당원·국민·일반당원·재외국민이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선에선 70∼80만명의 권리당원에 더해 각 캠프가 얼마나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느냐가 승패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00만표의 싸움이라고 불리는 경선에서 유력 주자들은 선거인단 모집에 혈안이 돼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출판기념회나 각종 포럼 등 지지조직을 출범하고 조직력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내 경선의 경우, 선거인단 모집 단계에서 조직의 중요성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50%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 지지층이거나 무당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친문 진영의 조직적 대응에 나서느냐에 따라 경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당내 조직에서 열세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의 경우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대권에 출마한 추미애 후보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비호감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여권 내 지지율 3~4위를 다투며 약진해 친문 당원들의 조직적 지지의 중요성이 증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본선의 경우 반영 비율이 아직까지 당원 90%, 여론 10%이기 때문에 비율이 특별히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지사가 예비경선을 문안하게 통과했을지라도 당내 가장 큰 조직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친문의 입김에 따라 승패가 바뀌거나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후보는 대선 경선룰을 두고 상황에 따라 다른 친문과 갈등할 수 있는 모습이다. 

 

- 정세균·이광재 단일화 합의... 反이재명연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지난 1일 대권 출마를 본격화하며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 후보는 줄곧 여권의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온 데다 최근 ‘룰의 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당내 집중 견제와 도덕성 논란 등으로 그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내 주류인 친문에 남은 반감은 이 후보에게 아픈 부분이다. 경선 연기, 기본소득 정책을 등을 놓고 대립해온 ‘반이재명계’ 주자들이 친문의 반감을 이용해 결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래서 정세균 후보와 이광재 후보가 시작한 단일화 논의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어디까지 확산될지도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두 후보는 오는 5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하고, 다른 경쟁 후보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여권에서 이재명 후보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은 이낙연 후보 등이 합류하면 여권 1위 이 후보라도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선투표의 경우 오는 9월5일 치러질 민주당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0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그런 만큼 치열한 물밑 단일화 논의가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은 확고한 대세론을 구축해 반이재명 연대의 파급력을 최소화하면서 1차 투표에서 끝낸다는 전략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범친문진영의 대선 경선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추미애, 김두관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추 후보와 김 후보 모두 친문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반이재명 연대를 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승조, 최문순, 박용진 후보의 경우 계파색이 옅어 상황에 따라 범친문진영, 이재명 후보 진영 중 선택하거나 아님 끝까지 완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후보의 ‘친문 끌어안기’ 전략도 얼마만큼 성공할지 주목되는 포인트다.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은 당 경선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세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친문진영의 우려를 불식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막상 대선 본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중도진영 공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도진영 공략이 이번 대선의 핵심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경선에선 친문 끌어안기를 할 수 있지만 본선에 가선 결국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중도진영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문이 이 후보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 “권리당원도 여론 흐름 따라갈 것”

이재명 후보에겐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 도덕성 검증도 남아 있다. 이미 과거 경선 과정에서 노출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번엔 여권 1위 대선 주자로서 검증 강도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형수 욕설 등 도덕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다 인정한다. 제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며 해명과 사과로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는 “7남매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이신데 저희 형님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서 어머니에게 불 지른다 협박했고, 어머니는 보통의 여성으로 견디기 어려운 폭언도 들었고 심지어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져 제가 참기 어려워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어머니, 형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그런 참혹한 현장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갈등의 최초 원인은 가족들의 시정 개입, 이권 개입을 막다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그런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와 여배우 스캔들 의혹의 중심에선 김부선씨는 이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1일 SNS를 통해 “재명아 나는? 내 딸은?”이라며 글을 남겼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 후보가 과거 친형의 아내인 형수 욕설 등 사생활 논란에 대해 언급한 기사를 링크한 뒤 이렇게 올렸다. 

앞서 김씨는 이 후보와 1년 이상 교제한 불륜 관계였다고 밝히고 이 후보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2018년 일명 ‘여배우 스캔들’ 논란 당시 자신을 향해 ‘허언증 환자’, ‘마약 상습 복용자’로 몰아세워 정신적·경제적 손해를 입어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가 이날 올린 글은 이 후보가 자신과의 관계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과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 후보를 향해 “‘미안하다’는 한 마디면 된다”고 말했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에도 SNS에 “나는 한 번도 이재명을 유혹하거나 만나자고 하거나 전화번호조차 요구한 적이 없다. 혼자 흥분했고 먼저 연락 왔고 혼자 사기쳤다”면서 “적폐는 다름 아닌 이재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재명이 대선후보라는게 블랙 코미디 아닌가”면서 “지도자의 덕목은 정직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 국민들이 피눈물 흘리지 않길 진심으로 기도한다”며 “내가 끝까지 침묵 한다면 먼 훗날 역사는 날 죄인으로 기록할 것”라고 적었다. 

지난달 30일 본지와 통화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선을 지나 본선에 갈 경우 당원반영 비율 높기 때문에 당내 기반이 약한 이 후보가 불리해 질수 있다”며 “아직까지 이 후보가 대세로 보일지 모르지만 반이재명 연대, 네거티브 공세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바뀔 수 있어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2일 본지와 통화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권리당원도 여론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경선에서 권리당원 및 여론 반영비율과 상관없이 이 후보가 꾸준히 선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후보가 당내 경선을 둘러싼 친문과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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