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컷오프를 앞두고 ‘1강’ 이재명 후보와 전면 대치한 ‘비(非)이재명 연대’가 정세균(전 국무총리) 후보 중심으로 노선을 가다듬었다. ‘민주당 적통’ 명분으로 맞손을 잡았던 이광재 의원과 담판을 거쳐 정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것.

이렇듯 이번 여권 경선 레이스가 이재명(경기지사) 후보와 차상위 주자 간 힘싸움으로 양극화되면서, 정 후보 단일화가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전 민주당 대표) 후보와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오전 정세균 후보와 이광재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단일화는 여론조사나 TV토론 등 경쟁적 요소를 배제하고 두 후보 간 담판으로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의원의 대승적 판단이 주효했다는 게 정 후보의 변(辯)이다. 

이 의원은 “정세균 후보로 단일화를 결심하게 됐다”며 “대통령은 연습할 시간이 없다. ‘안정’ 속에서 개혁이 지속돼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정 후보를 공식 지지하겠단 입장을 냈다.

이에 정 후보는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 계승, 그리고 4기 민주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미래 경제 창달을 위한 혁신연대”라면서 “‘안정적인’ 대선 승리로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이날 단일 노선을 확정한 정 후보와 이 의원은 모두 ‘안정감’을 강조했다. 친문·친노·호남계를 아우른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도덕성 논란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견제성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이들은 ‘실용적이고 유능한 진보’라는 정치 철학을 대전제로 노선 통합을 전격 선언, 이번 경선에서 반드시 민주당 적통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정 후보와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 왔다. 범친노계 좌장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정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노계 핵심 멤버인 이 의원은 정치적 근간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이번 단일화로 정 후보는 평소 이 의원을 지지했던 친문·친노·강원의 표심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이 의원의 전격 지지 선언으로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親文)계’와 접촉면을 늘렸다는 점에서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反이재명 연대, 정세균·이낙연의 ‘동상이몽’

정세균 후보와 이광재 의원이 예고한 대로 5일 경선 후보 단일화를 일단락지으며 반(反)이재명 연대의 신호탄이 올랐다.

이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쟁점은 정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뭉친 빅텐트가 구성될 지 여부로 초점이 환기됐다.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후보, 박용진·김두관(민주당 의원) 후보 등은 현재로선 이합집산 없이 독자 노선으로 경선을 완주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 후보의 동향에 이목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후보는 연대 가능성엔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서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5일 민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이번 경선에선 도중하차 없이 완주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에 양 측의 후보 단일화 협상은 한 동안 표류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오는 11일 컷오프 경선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를 포함한 6명의 후보에 표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본 경선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결국 정세균·이낙연의 전략적 단일화가 실현될 공산이 크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한 정 후보의 지지율 반등 여부에도 초점이 모아진다. 정 후보가 이 후보를 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선 우선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정 후보는 지지율 모멘텀을 가져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반대로 이 후보는 본 경선까지 판세를 보면서 전략적 구상에 부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들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늘어지는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제3의 시각도 나온다. 자칫 두 후보의 이런 행보가 지나친 ‘간 보기’ 정치로 비추어질 경우, 되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