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하영제, 불체포특권 자진 포기해야” 사법방탄 민주 역으로 압박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당론에 가깝고 (당내 의원들이) 여러 차례 약속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정부패 비리 혐의로 오는 30일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확정된 자당 하영제 의원에 대한 주 원내대표의 단호한 일성이다. 대장동 개발특혜 등 야권발 정치 비리를 연일 저격하고 있는 여당으로선 ‘50억 클럽’으로 특검 대상으로 지목되는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하영제 리스크’라는 제2의 내부악재가 돌출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 역(逆)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의 ‘이재명 대표 당직 유지’ 속전속결 등 사법방탄 행보와 맞물린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 당내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운동을 통해 사실상 하 의원 체포동의 가결 중론을 굳힌 상태다. 체포동의안 부결과 자의적 당헌 유권해석으로 펜스를 높게 친 이재명호(號)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3월 말 국회가 여야 사법리스크로 떠들썩하다. 국민의힘의 ‘하영제 리스크’와 민주당의 ‘이재명 리스크’가 교차하면서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도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 고유 권한과 여의도 정가의 고질적 비리 토착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정치권은 ‘특권 내려놓기’로 민심 조망에 나섰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자금 1억2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자당 하영제 의원에 대한 ‘읍참마속’(泣斬馬謖) 결단으로 ‘정치개혁’ 의제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확실히 선을 그으며 내년 총선에서 확실한 변별력을 가져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반면 민주당은 당무위원회가 지난 22일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예외조항 적용으로 이 대표와 기동민·이수진 의원을 구명, 당헌 80조의 ‘부정부패 혁신’ 취지를 무력화했다. 이는 동료 의원에 대한 온정적 처분을 사실상 포기한 국민의힘의 파격 행보와 전면 배치되는 만큼, 민주당은 사법방탄 프레임에 더욱 고착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뉴시스]

與 ‘하영제 리스크’ 단호한 대처로 이재명 압박 승부수

하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도의원 예비후보 공천을 도와준 대가로 후보 측으로부터 7000만 원가량을 수수하고,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 경비 등의 명목으로 575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2일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검찰이 지난 20일 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금품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하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개별 문자를 보내 “검찰 주장이 많이 부풀려져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사오니 국회 체포동의안 상정 시 저에게 온정을 베풀어 주시면 그 은혜가 바다와 같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며 “사실상 그 것이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못 박았다. 체포동의 표결에 부쳐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등에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해 왔던 만큼, 자당 의원에게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말로도 읽힌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부 등에 따르면 당 고위 당직자가 하영제 의원실을 찾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법적 판단을 받으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여당 지도부의 체포동의 가결 의지가 공고한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운동’에 동참한 국민의힘 소속 한 재선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취재에서 “줄곧 이재명 방탄 프레임에 공세를 펴 왔는데, 지금 와서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지 않나”라며 “동료 의원으로서 하 의원의 상황이 안타깝긴 해도, 구속수사로 결백을 입증하면 될 일”이라고 체포동의 가결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초선 의원도 “우리 당의 정치개혁 당위성을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보여줘야 한다”라며 “하 의원이 체포동의 표결 당일(30일)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법적 판단은 동료 의원들이 아닌 수사‧사법 기관의 몫”이라고 말했다. 국회 표결 당일 부결 호소가 아닌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 명분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그는 “(국민의힘은) 자율투표로 체포동의 표결에 임하지만 ‘가결’ 내부 기류가 확실하다. 당론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체포동의 표결에서 고민이 많은 쪽은 오히려 민주당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원칙주의는 여당 일부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운동’으로 전면 가시화됐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김형동·박정하·유의동·이태규·최형두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서’를 발표했다. 서약서 발표 당일 오후 기준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동참 의지를 보내 온 의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하 의원 체포동의 표결까지 서명운동 참여자는 적어도 70~80명 수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대쪽 행보’에는 부정부패 이슈에 휩싸인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당헌80조 예외(정치탄압) 적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민주당의 ‘방탄’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도덕성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與의원 체포동의안에 야당 딜레마가 깊은 ‘아이러니’

여당 의원 체포동의 국면에서 대여 집중공세를 펴야 할 169석 야당이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내로남불’ 화마 불씨가 자칫 이번 국회 체포동의 표결을 계기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   

민주당은 하 의원 체포동의 표결을 앞두고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린 상황. 가결이든 부결이든 최대 투표지분을 보유한 169석 다수당으로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 부결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으로선 하 의원의 체포동의를 가결할 경우 또 다시 ‘내로남불’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부결하더라도 국회의원 고유 특권에 집착하는 수구정당 또는 방탄정당 꼬리표가 굳어질 게 뻔하다. 

이에 일각에선 민주당이 기권 또는 무효표로 모호한 스탠스를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결국 169표가 가결‧부결 어느 한 쪽으로든 쏠리게 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번 체포동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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