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서 무기명 투표...찬성 160명·반대 99명·기권 22명

30일 국회 본회의서 가결 선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뉴시스] 
30일 국회 본회의서 가결 선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서 가결됐다.

투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최소 38명이 가결에 투표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당내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의 저항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무려 99표에 달하는 반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 등 사법리스크 후속 대응을 위한 민주당의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으며, 투표 결과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됐다. 국회 본회의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최종 가결된다.  

앞서 이날 본회의 표결 전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개최해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 총의를 모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우리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하고, 체포동의안이 의결된 상태에서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노웅래·이재명 민주당 의원에게 일관되게 해 왔다"라며 "그런데 우리 참가 의원 수보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이 적으면 우리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가결을 독려하는 '권고적 당론'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의총에서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자율 투표로 치르자는 방침을 정했다. 이날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고 법무부 장관의 설명과 의원의 신상 발언을 들은 후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 河 체포동의 표결 후폭풍 불가피 

앞서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압도적으로 부결시켰으나,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상당수 동의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발(發)로 추정되는 반대표도 무려 99표가 나와 '이재명 방탄' 프레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은 표결 전부터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혀온 만큼, 대체로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기명 투표 특성상 국민의힘에서 일부 '이탈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 의원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일부 자당 동료 의원들이 이번 투표에서 부결 또는 기권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여당 이탈표까지 감안하면 민주당에서 대략 40~50명 규모로 체포동의에 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 전원을 포함, 최근 민주당과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까지 체포동의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찬성표는 총 122표가 된다. 이 경우 민주당에서 38명이 찬성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정의당 이탈표를 고려하면 민주당 찬성표는 최소 40명 이상인 셈이다.

민주당 찬성표의 출처는 비명계로 추정된다. 이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 국면에 이어 이번 표결을 통해 친명(친이재명)계와 현 지도부를 재차 압박하는 차원의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최근 이 대표 강성 팬덤인 개딸(개혁의딸)의 문자·전화 테러와 '노른자 당직'인 사무총장을 배제한 조직 개편에 반발 기류가 거세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는 체포동의 부결에 힘을 실었다는 게 중평이다.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보니 친명계로선 후속 대응을 위해서라도 부결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반대 99표는 여당 이탈표 등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 친명계의 '당 대표 엄호' 기조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켰지만 여당 의원의 표결에는 가결을 던진 것을 보면 민주당은 여전히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추가적인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시 민주당이 재차 딜레마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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