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흡연부스 시대’ 341건 민원이 ‘0건’으로
스마트 흡연부스, 빅데이터 수집 통해 금연 캠페인까지
정원오 성동구청장 “흡연자, 비흡연자 권리 동시 보호”

성동구 '스마트 흡연부스'. [박정우 기자]
성동구 '스마트 흡연부스'.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서울 성동구 서울숲역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 흡연부스’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첨단기술이 도입된 흡연구역은 내부에는 냄새가 배지 않고, 외부로는 냄새가 배출되지 않는다. 이에 수백 건이 넘던 인근 지역 흡연 관련 민원이 사라져 최근 1년간 0건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탄생했다”라며 ‘스마트 포용 도시’의 취지를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입장. 일각에서는 흡연자들의 ‘금연구역 흡연’, ‘꽁초 무단투기’ 등의 잘못된 흡연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스마트 흡연부스와 같은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요서울이 스마트 흡연부스를 찾아봤다. 

서울 성동구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D타워 앞 설치된 ‘스마트 흡연부스’가 호평을 받고 있다. 성동구청이 지난해 11월 설치한 이 부스는 첨단기술이 도입돼 일반 흡연구역에서 발생하는 간접흡연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됐다.

주민들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이 사라진 것과 더불어 흡연자들의 건강도 고려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성동구청은 2018년부터 ‘스마트 포용도시’를 지향하며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 흡연부스 재떨이. [박정우 기자]
스마트 흡연부스 재떨이. [박정우 기자]

첨단기술, 음압설비와 정화필터로 만족도 상승

스마트 흡연부스는 부스 내 공기압을 주변보다 낮춰 공기 흐름이 항상 외부에서 부스 안쪽으로 흐른다. 이에 흡연부스문이 열려도 내부의 담배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해 거리로 냄새가 배출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보통의 흡연부스는 내부 냄새가 심각해 흡연자들이 부스가 있음에도 부스 인근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마트 흡연부스는 안에 연기가 자욱하지 않다. 공기정화 장치가 계속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가로 6m, 세로 3m, 높이 3.1m 공간으로 구성된 부스는 최대 14명까지 동시 흡연이 가능하다. 이때 담배연기와 유해물질은 정화 필터를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이에 부스 안에서 흡연을 해도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다.

아울러 부스 내부에 특수 도료가 발라져 있어 유해물질인 니코틴이나 타르가 붙지 않는다. 추가로 냉·난방기와 재해·재난 등 긴급정보 전달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방범용 폐쇠회로TV(CCTV) 및 비상벨 등이 설치돼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스마트 흡연부스의 특이한 점은 재떨이였다. 담배꽁초가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담뱃불을 끄고 잘게 파쇄해 흡연자들이 바닥에 재를 털지 않았다. 이렇게 모인 재와 꽁초는 독성이 제거된 후 목재 원료로 재활용될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 흡연부스 안에는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설비도 갖춰져 있다. 흡연자의 성별, 연령대와 흡연 시간대를 구분한다. 성동구청은 이를 통해 취합한 빅데이터를 금연 캠페인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스마트 흡연부스는 하루 평균 1200~1500명가량이 이용한다. 하지만 스마트 흡연부스 인근 흡연 관련 민원은 0건이다. 설치 전인 2020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민원 건수는 341건에 달했다.

성동구, 간접흡연 방지와 흡연자 권리 보호 동시에?

성동구청 관계자는 지난 11월2일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간접흡연과 관련해 민원이 많았다. 과태료를 부과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이에 스마트 흡연부스를 통해 간접흡연의 피해도 방지하고, 흡연자의 권리도 보호할 겸 해서 처음으로 설치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D타워에 설치된 스마트 흡연부스 인근 지역은 원래 흡연 관련 민원이 수백 건이었으나, 현재는 0건이다”라며 “현재 24시간 운영 중으로 시민들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성동구청에서 기획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어떻게 됐는가’ 질의에 관계자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간접흡연 피해도 방지하고 흡연자 권리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라며 “기술이 있는 곳을 알아보며 지금에 이르렀다”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현재 여러 성동구 내 지역에서 설치 문의가 있다. 현재 11월 둘째 주까지 하나가 또 설치되며, 구청사 뒤에도 추가로 설치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흡연부스를 만들어달라’라는 주민제안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직원들과 함께 고민했다”라며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스마트 흡연부스다. 앞으로도 ‘스마트 포용도시’ 방향에 맞게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뿐만 아니라 전 지역 건강한 흡연문화 자리잡아야

취재진이 만난 흡연자 윤 모(27, 남) 씨는 “이렇게 흡연부스가 잘 마련돼 있는 곳도 있지만, 애초에 흡연구역이 전무한 곳도 있다”라며 “흡연구역이 어느 정도만 조성돼도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흡연자 류 모(32, 여) 씨는 “스마트 흡연부스가 지역 곳곳에 많아지면, 서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간접흡연 피해와 꽁초 무단투기 등은 매년 불거지는 문제다. 흡연자들이 흡연문화 개선도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0월6일 국회 본회의에서 10년 넘게 논의되던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에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은 모두를 위한 건강권 확보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흡연부스 내부. [박정우 기자]
스마트 흡연부스 내부.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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