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명선거 협약식’서 與 대선후보 9人 첫 대면식
9龍 후보들 내로남불 자성론과 尹 공세에 한 목소리
조국 전 장관 및 일가 의혹엔 與 후보 반성·엄호 교차
이재명, 친문 연대론에 “자연스러운 일”...몸 사리기?

민주당 대선 9룡이 1일 공명선거 협약식에서 뭉쳤다. (왼쪽부터) 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박용진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이광재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두현 기자]
민주당 대권주자 9룡이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공명선거 협약식에서 본 행사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박용진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이광재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9룡(龍)이 1일 한 데 뭉친 진풍경을 연출하며 대선 슈퍼위크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본격 당내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민주당 대선 후보 9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된 ‘공명선거 협약식’에 참석해 공정한 경쟁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협약식에 참가한 대권주자는 경선 후보 기호순(1~9번)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김두관 의원 등 9명이다. 행사 전후로 이재명 지사와 김두관 의원의 대선 출정식이 각각 있었으며, 이로써 이낙연 전 대표를 제외한 8명의 후보가 모두 대선 출마 공식화 수순을 밟았다.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은 후보들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노골적인 탐색전은 피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 9룡은 현 정권의 부동산 패착과 당내 성비위 문제에 대한 자성적 비판과 함께 야권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공세에 입을 모았다.  

민주당 대권주자 '빅3' 라인업인 (왼쪽부터)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정두현 기자]
민주당 대권주자 '빅3' 라인업인 (왼쪽부터)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정두현 기자]

예선 링으로 소환된 9龍, 덕담일색에 긴장감 ‘0’ 

본 행사에 앞서 각 후보가 다른 후보 한 명을 지명해 반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너 나와’ 코너에선 경쟁자 간 신경전은 찾아보기 힘든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초 경선 후보 간 경쟁구도를 미리 들여다 보는 의도로 기획됐지만, 대체로 덕담이 오가며 김 빠진 예선전에 그쳤다.     

다만 박용진 후보를 불러 낸 이재명 후보는 법인세 감면을 통한 투자 증대를 주장해 온 박 의원의 지론에 대해 “불평등·불공정을 완화해 그 힘으로 성장해 전환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게 중요한데 박 후보의 성장·발전 방법으로 법인세 감면·투자 증대를 말했다”면서 “과연 투자할 돈이 남아도는 시대에 법인세를 깎는 게 가능할지는 나중에 토론해보자”고 가벼운 신경전을 폈다. 반대로 박 후보 차례엔 이 후보가 지목됐지만 막상 법인세 감면 지적에 대한 반론은 하지 않았다. 

또 한편, 추미애 후보를 지목한 이낙연 후보는 이 자리를 빌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격했다.

그는 과거 ‘추윤갈등’을 언급하며 “추미애 후보께서 법무부 장관 시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를 덜했던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하시는 걸 보니 추미애 후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특히 법치, 공정, 민주주의에 대한 윤석열 씨의 생각이 치우쳐 있고, 역사의식이 매우 얕은 걸 보면서 (추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많이 애태우셨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왼쪽부터) 박용진 의원, 이광재 의원, 추미애 전 장관 [정두현 기자]
(왼쪽부터) 박용진 의원, 이광재 의원, 추미애 전 장관 [정두현 기자]
(왼쪽부터) 최문순 강원지사, 김두관 의원, 양승조 지사 [정두현 기자]
(왼쪽부터) 최문순 강원지사, 김두관 의원, 양승조 지사 [정두현 기자]

9龍, ‘부동산 실패, 내로남불’ 자성 줄지어...尹에는 맹공

본 행사인 공명선거 서약식에 이어 진행된 취재진 질의응답에선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실정(失政)과 당내 성비위 논란 및 조국 내로남불 사태 등에 대한 반성론이 잇따랐다. 

또 일각에선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맹공이 펼쳐졌다.

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내로남불 논란과 관련, 최근 성범죄 2차가해 파문을 일으킨 양향자 민주당 의원의 거취 문제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박용진·김두관·최문순 후보는 양 의원 출당 조치에 동의했다.

가장 먼저 답변한 박용진 후보는 “내로남불은 우리 민주당이 지난 4.7 재보선을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점을 다들 인정한다”면서 “국민 신뢰에 응하지 못한 것이 불신으로 이어졌고, 아전인수 식 정치를 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지도부는 과감한 결단을 해서 (양 의원을) 출당조치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한 의견을 냈다.

이어진 질문에서 김두관 후보는 최근 3년 동안 가장 분노했던 사례로 민주당이 ‘무능·위선·내로남불’이란 오명으로 규정됐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30년 동안 자치분권과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저로서는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철저하게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차기 민주정부를 출범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영끌·빚투’ 의혹을 비판하는 시각엔 이낙연 후보는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도적 보강이 시급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본 행사인 취재진과 일문일답에서 이광재 의원(좌측 두 번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좌측부터) 추미애 전 장관, 이광재 의원,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지사, 최문순 지사 [정두현 기자]
이날 본 행사인 취재진과 일문일답에서 이광재 의원(좌측 두 번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좌측부터) 추미애 전 장관, 이광재 의원,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지사, 최문순 지사 [정두현 기자]

경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취재진 질의도 이어졌다. 이광재 의원은 “(경선에서) 만에 하나 진다면 남자답게 열심히 도울 생각이다. 제가 반드시 이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라면서도 “실용적 진보, 유능한 진보의 길을 가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친문계의 연대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우리 안에 누가 더 많은 역량을 가졌는지 겨루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방식은 후보 간 연대 협력도 있을 수 있다”며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이는 당내 주류 계파와 갈등 확산과 경선 후보들의 협공을 의식한 수비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의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후보들의 자성론과 조 전 장관 엄호론이 뒤섞였다.

박용진 후보는 “내로남불과 정치적 위선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민주당을 불신하고 있다”고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고, 양승조 후보도 “내로남불 측면에서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박 후보와 궤를 같이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을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문순 후보는 “조국 사태가 아니라 윤석열 사태다. 윤 전 총장은 대선에는 나와서는 안 됐다”고 윤 전 총장에 대한 역공을 펼치며 시선을 틀었다. 양승조 후보는 “조 전 장관의 사법개혁 방향은 옳았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세균 후보는 “주택정책에 회한이 많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정책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랜 잠행 끝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총장을 향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공세에도 힘이 실렸다.

추미애 후보는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직행한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에 도전장을 낸 것”이라며 “윤 총장 자체가 총장으로서도 부적격이고 대선 직행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최문순 후보는 “조국 전 장관에 위압적인 수사를 한 것은 명백히 잘못한 일”이라 했고, 이광재 후보도 “왜 검찰이 개혁되어야 하는지 보여줬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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