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경선 TV토론회서 후발주자들 ‘기본소득’ 등 집중 타격
이 지사 옹호했던 추 전 장관도 돌연 이재명 때리기에 가세
李, 경선후유증·친문트라우마 의식한 ‘부자 몸사리기’ 집중

당내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정두현 기자]
당내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여야 공세가 연일 집중되면서, 잔매에 피멍 드는 이변이 돌출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오는 11일 오후 컷오프 발표를 앞두고 민주당 경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선두주자인 이 지사에게로 추격자들의 공세 좌표가 쏠리는 모양새다. 그 만큼 네거티브 수위도 높아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야 대선 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지사는 압도적 대중 지명도와 달리, 당내 주류인 친문의 비토 정서가 강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민주당 ‘미운 오리’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이며 당심(黨心)에서 멀어졌다.  

그런 이 지사에게 사실상 대권을 쥐기 전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당내 경선인 셈이다. 이광재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후보 단일화를 신호탄으로 비(非)이재명 연대가 부상하고 있고, 이는 결선투표 등 본 경선에서 지금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변수로도 꼽힌다. 

與 후발 주자들, 연신 ‘이재명 때리기’ 

실제로 이 지사는 경선 TV토론에서 캐치프레이즈 ‘기본소득’ 정책과 ‘경기도 계곡 정비’, ‘김부선 스캔들’ 등으로 후발 주자들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후퇴 ‘말 바꾸기’에 대한 공세가 줄을 이었다.

지난 5일 2차 TV토론에서 박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관련, “윤석열 총장에 대해 정책 없다고 뭐라고 하셨던데, 윤 총장 흉볼 거 없다. 그 양반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며 “근데 이 후보는 했던 말도 뒤집으니까 국민들이 할 말이 없지 않나”라고 정책 기조를 바꾼 것에 대해 따져 물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여기에 가세해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이 후보가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 없다고 한 건 명백히 잘못한 것”이라며 “국민과 당원께 사과해줬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이 지사의 사적 스캔들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정 전 총리가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 이 후보가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면서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도록 말씀을 하라”고 답을 촉구하자 이 지사는 “그럼 제가 혹시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일 TV토론회에선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이 지사를 겨냥해 “지도자 언어의 품격, 신뢰도가 국가 위상까지 영향 미친다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김부선 스캔들을 파고들었다.

당초 경선 후보들 중 유일하게 이 지사를 옹호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갑자기 (기본소득이) 대표 공약이 아닌 것처럼, 성장 우선이라고 하나”라고 지적하며 스탠스를 바꿨다. 

민주당 1위 후보의 여유? 몸사리기?

이번 경선 과정에서 1위 후보인 이 지사의 처신도 지난 대선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상대 후보를 향한 직언에 거침이 없었던 공격적 자세를 거두고 ‘부자 몸사리기’ 모드에 돌입한 것. 일각에선 대세 후보의 여유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대체로 경선 후유증과 ‘친문 트라우마’를 의식해 수비 태세로 전환한 것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른 후보들의 십자포격에도 이 지사는 경쟁자의 약점을 파고들며 역전지세를 꾀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마녀사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경쟁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야 한다”, “잘 견뎌내고 원팀이 깨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비교적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경쟁 후보들과 대립을 최소화하면서 현상 유지에 전념하겠단 의중으로도 풀이된다.

이를 두고 한켠에선 ‘김빠진 사이다’라며 이 지사를 몰아부쳤다. 7일 후보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은 “이전에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는데 ‘부자 몸조심’을 하시는지 ‘김빠진 사이다’가 아니냐는 우려가 된다”고 직격했다.

지난 7일 이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후보들의 집중 공세는 이미 예견했던 바고, (이 지사가) 대세인 만큼 지난 대선과는 입장이 확실히 다르다”면서 “이번 경선에서 만큼은 공격적 대응으로 실익을 취하기 보다는 대세 후보로서 그릇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지사께서 당내 후보들과 ‘원팀’이라는 인식히 확실하다. 당장 경선을 돌파하기 위해 후보들과 갈등하는 것은 당심 관리 차원에서도 대승적 취지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선 예열 단계에서부터 이 지사도 타격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본선을 대비한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쟁자들의 집중 공세를 받아치기만 하는 경선 전략은 대세 굳히기는커녕, 되려 핵심 후발 주자들에게 역전의 빌미를 줄 여지가 크다는 인식에서다. 

사실상 예비경선 컷오프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이 지사로선 확실한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자칫 ‘가랑비에 옷 젖는’ 돌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결국 ‘이재명 독과점 체제’를 방불케했던 민주당 경선 구도의 흐름이 크게 뒤바뀔 지 추후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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