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복지부장관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권 수업을 목적으로 입각을 했지만 차기주자로서 입지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권 후배인 이해찬 총리가 헌재발 혼란정국 중심에 서면서 일약 차기주자로 입지를 다지면서 김 장관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장관과 천정배 원내대표, 신기남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김 장관과 이 총리를 주축으로 한 개혁그룹이 양대 산맥을 형성해 왔다. 또 당권파에서는 정 장관이 개혁그룹에서는 김 장관이 각각 차기주자로 분류되면서 일찌감치 대권수업(입각)에 동참했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전격 발탁할 때만해도 대권에 뜻이 없는 이 총리로 하여금 차기주자를 관리하겠다는 노심(盧心)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총리는 실세총리로 자리매김했고, 헌재 결정이후에는 정국운영을 주도하면서 차기주자로 급부상했다. 김 장관이 불안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색깔과 코드가 비슷한 이 총리의 차기주자 부상은 곧 자신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김 장관과 그 측근들은 김 장관의 향후 거취를 놓고 목하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의 중심에는 ‘전당대회 올인론’과 ‘장관직무 충실론’이 자리잡고 있다.

‘전대 올인론’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모든 승부수를 던져 잠재적 가능성의 현실적 파괴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 4월 재보선을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잘 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는 복지부의 업무 특성도 ‘전대 올인론’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반해 ‘장관직무 충실론’은 입각한 이상 대중적 이미지 제고 및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한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정립 등 뭔가 성과물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전대에 올인해 1등을 하지 못할 경우 차기주자로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작용하고 있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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