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자 프로골퍼 부친의 성폭행사건 전모
유명 여자 프로골프 선수의 아버지가 지난해 해외 골프대회 도중 방송사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아마추어 7년에 프로 3년 경력을 갖고 있는 딸의 매니저인 A(41)씨. 그는 지난해 12월 초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 매니저 자격으로 참가해 알게 된 골프전문 방송 여PD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4일 경찰에 구속됐다.
사건을 담당한 용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당시 대회에서 딸의 성적이 부진한 것을 비관하며 방송국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다 만취, 술김에 여PD를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버지의 한 순간 실수로 10년 동안 피땀 흘리며 노력해 얻은 딸의 명예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된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전모를 밀착 취재했다.



지난 2월 23일 경기 용인경찰서 강력7팀에 한 20대 여성이 고소장을 들고 찾아왔다. 지난해 말 유명 여자 프로골프 선수의 아버지인 A씨가 일본 골프대회 도중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게 고소 내용의 골자. 이 여성은 케이블TV 골프전문 방송 PD인 B(27)씨. 그는 당시 A씨로 인해 처녀막이 손상됐고, 수개월간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려야 했다며 상해 진단서를 제출, A씨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딸 성적 부진에 ‘폭음’한 게 발단

경찰에 따르면 B씨가 A씨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2일. 1~3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일 여자골프대항전에서 A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골프전문 기자의 소개로 인연이 됐다.

B씨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여자 프로골퍼의 아버지 A씨와 알고 지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이날 저녁 A씨와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는 B씨의 동료(여), 골프전문 기자(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술자리는 골프전문 기자의 호텔방 안에서 조촐하게 이뤄졌다.

앞서 A씨는 선수단 숙소였던 J호텔 중식당에서 열린 환영 만찬회에 참석해 폭탄주를 연거푸 마신 뒤 B씨 일행과 두 번째 술자리를 가졌던 것. 때문에 그는 이미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실제로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딸의 성적이 평소보다 저조해 속상해서 술을 과하게 마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1시부터 시작된 이들의 술자리는 계속됐고 나중에는 모두 자신의 주량을 넘어 만취 상태가 될 때까지 마셨다.

몇 차례 폭탄주가 돈 후, 만취한 B씨는 자정 즈음 기자의 방에서 먼저 나왔다.

그는 동료에게 “먼저 숙소(기자의 옆 방)에 가서 자고 있을 테니 바로 따라 들어오라”며 “혹시 벨을 눌러도 자느라 벨소리를 못 들을 수 있으니 방문은 잠그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술김에 딴방 들어가 ‘몹쓸 짓’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 말을 들은 A씨의 가슴 속에서 욕정이 꿈틀거렸던 것.

하지만 어디까지나 속마음이었을 뿐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3시. A씨는 이 시각까지 술을 마신 후 자신도 수면을 취하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갔다. 그러던 중 자정께 B씨가 자리를 뜨면서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호텔방을 같이 쓰던 동료의 출입을 위해 방문을 열어놓겠다는 말이 생각났던 것.

A씨는 B씨의 방문 손잡이를 조심스레 돌려봤다. 문이 열렸다. 술김에 자제력을 상실한 A씨는 결국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술에 취해 곤히 자고
있는 B씨의 성을 유린한 것.

처음에 B씨는 아무런 저항도 못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하게 반항했다. 하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으며, 약간의 폭행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신적 충격 시달리다 뒤늦게 고소

그렇다면 B씨가 저항을 하는 소리를 듣거나,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전혀 없었을까.

경찰에 따르면 당시 같은 층에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모두 알았다고 한다. 당시 같은 층에는 이들과 함께 술을 마셨던 일행들을 비롯한 골프관계자 5~6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A씨의 딸과 부인은 다른 층에 방을 두고 있어 이 사실을 몰랐다. 게다가 A씨가 자신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며, B씨에게 합의를 요구해 이 사건은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숫처녀’였던 B씨에게 ‘처녀막 손상’이라는 병원 측의 진단은 청천벽력 같은 ‘아픔’이자,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게다가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A씨와도 연락이 되지 않자, B씨는 결국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이에 대해 A씨는 “합의를 안 해주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B씨가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해 원만하게 재합의를 한다는 것이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B씨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돼 진심으로 미안할 따름”이라며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딸과 아내에게도 면목 없고 미안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론 질타에 선수 감당 못할까 봐 걱정”

- 프로골퍼 아버지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소속사 측의 입장은.
▲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협회 측이 나서거나 중재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협회 측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선수 보호’ 여부다. 선수 아버지의 한순간 실수로 해당 선수가 비난받고 피해를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 프로골퍼 당사자와 연락은 해봤나.
▲ 언론 보도 이후에 먼저 연락이 왔다. 매우 상심한 듯하다. 힘없는 목소리로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 이번 사건으로 인해 향후 선수생활에 지장이 있나.
▲ 협회 측에서 이를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여론의 비난과 질타에 선수가 감당 못하고 좌절할까봐 걱정이 된다. 이 선수에게 아무런 지장 없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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