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국제재혼’ 열풍
최근 사회지도층 중년 이혼 남성들 사이에 외국 여성과의 ‘국제재혼’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젊고 예쁜 배우자를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과 한국여성에 비해 비교적 ‘몸값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국제재혼’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유산문제 관련, 분쟁 염려가 적다는 점도 국제재혼 붐이 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예전엔 농어촌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만 빈번히 이뤄져왔던 국제결혼 혹은 국제재혼이 이젠 도시 전반의 하이클래스에 속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유행하자, 국제결혼(재혼)중개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본지는 이들 업체에서 소개한 몇몇 성혼커플 남성들과 접촉해, 이들의 ‘국경을 넘나 든 사랑’ 얘기를 들어봤다.


200억원대 자산가인 중소기업 사장 김모(55)씨는 지난해 10월 연하의 필리핀 여성(32)과 재혼했다. 10년 전 이혼한 경력이 있는 그는 이후 젊은 여성과 재혼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나이도 나이지만, 다 큰 자녀들이 ‘유산 배분 문제’를 이유로 재혼을 반대했던 것.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국제재혼’. 김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찾아 상담한 뒤, 지금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우선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날 수 있어 좋고, 젊은 여성과 만나 회춘하는 기분이 들어 더 좋았다”며 “특히 장성한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유산문제에 가장 신경이 쓰였는데 그 부분에 있어 부담이 덜해 좋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일석삼조’라는 것.

‘아내의 나이가 너무 어려 자녀들의 반발이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처음엔 (자녀들과 나이차이가 나지 않아) 자식들 반대가 심했으나, 자녀들도 결혼을 해 따로 나가 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진 않더라“고 답했다.

IT 전문업체 사장 최모(46)씨도 국제재혼을 한 경우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그는 부인과 이혼한 후 외로움에 시달리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2005년 중순께 러시아 여성(28)과 재혼했다.

최씨는 ‘왜 국제재혼을 택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와 마찬가지로 ‘유산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국제재혼을 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자식이 있는 이혼 남성들일 것”이라며 “한국여성보단 외국여성이 사치도 안하고 유산배분에 있어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부인에게 쓰는 돈이 전 아내와 비교해 5분의 1수준밖에 안 된다”면서 “아무래도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돈 씀씀이도 적을뿐더러, 생활비를 조금만 줘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명문대 교수인 이모(43)씨도 지난해 5월 우즈베키스탄 여성(21)과 재혼한 케이스.

부인과 헤어진 지 2년째인 그는 국내 유명 결혼정보업체에 가입, 한국여성과 줄기차게 맞선을 봤다고 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들어간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했다고.

이씨는 “젊고 똑똑하고 얼굴 예쁜 여성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국내에서 40대라는 나이로는 불가능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외국여성은 달랐다.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20대 초반이었으며, 외모도, 몸매도, 학력도 한국여성에 비해 꿀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의 몸값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니, 이씨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건이었던 셈. 결국 이씨는 재혼에 성공했다.

젊고 초혼인 한국 남성이 외국 재혼여성을 원해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종사자 정모(33)씨가 그 주인공. 그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지난해 9월 러시아 여성(28)과 결혼했다. 이 여성은 현지 남성과 25세에 결혼했다가 6개월 만에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기를 놓친 것도 아닌데 굳이 외국 재혼여성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정씨는 “원래 외국여성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었고, 재혼여성이라 해도 나보다 5살이나 어리다”며 태연하게 말했다.


‘외국인 꽃뱀’의 부작용

하지만 모두가 ‘국제재혼’에 성공하고 만족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한국남성들은 불법알선업체를 통한 ‘사기재혼’, 아내의 ‘가출소동’ 등으로 인해 ‘또 다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직 의사인 박모(52)씨. 그는 2005년 말 늦은 나이에 국제재혼을 하게 돼, 상당히 들떠 있었지만 기쁨도 잠시. 중국조선족인 아내는 재혼 3개월 만에 가출했다.

박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아내는 재혼 전 교회도 꾸준히 나가고 순종적이며 검소한 여성이었으나, 재혼하자마자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돈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물론, 잠자리도 거부해 말다툼을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 짐을 싸가지고 가출했다”며 분노했다.

그는 “아내의 목적은 업체와 짜고 국제결혼 혹은 재혼을 해 한국 국적을 얻은 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아내에게 속은 것도 속은 거지만, 불법 알선업체에 속은 것이 더 원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국제재혼의 폐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한국여성과 비교할 때 몸값도 저렴하고 유산문제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국제재혼’에 나서는 사회지도층들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A 국제결혼중개업체 사무장은 “최근 국제재혼을 원하는 이혼 남성들은 학벌 좋고, 집안도 좋은데다, 경제적 능력까지 있어, 그들도 여성을 고르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데 너무 ‘조건(외모,나이,학력 등)’만 따질 경우 재혼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 및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일부 외국여성들 한국남성 직업만 좋으면 ‘OK’

한국남성들과의 재혼을 원하는 외국여성들은 어떤 조건을 내세우고 있을까.

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커플매니저에 따르면, 외국여성들은 대부분 이들의 직업을 능력의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인기 있는 직업은 의사, 법조인, 정치인, 대기업 종사자 등.

한 외국여성 회원은 “직업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돈의 문제가 아닌 그 남자의 진정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여성들의 이 같은 생각에 한국남성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국제결혼중개업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변호사 이모(39)씨는 “직업만 보고 사람의 성실성을 판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이 같은 재혼문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유유상종’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나이 많은 남성이 젊은 여성을 찾는 속내나,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온 여성이 돈이 있는 남성을 찾는 속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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