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후 사회격리 ‘보호수용법’ 찬반 논란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 이름 바꿔 재등장?
여론조사서 ‘흉악범 사회 격리’ 찬성 의견 90%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보호수용법을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재범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에 대해 형벌 외 다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근거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 내부에서 보호감호제와 다를 바 없다는 반대 목소리도 크다. 앞서 1980년대 도입된 보호감호제는 대상, 수감시기 등이 명확히 정해진 바 없어 인권 침해, 이중처벌 논란에 휩싸이다가 2005년 폐지된 바 있다. 과연 보호수용법 도입이 실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도입하는 ‘보호수용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법무부는 보호수용법이 수용자의 최대한 편리를 보장하며 전문가를 대동한 심리상담 등으로 재범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이중 처벌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보호수용법이란 무엇일까.

흉악범 사회복귀 위해 최장 7년 격리

지난 3일 법무부가 발표한 보호수용법 입법예고에 따르면 이번 보호수용법은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을 형기 종료 후 일정 기간 격리하면서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제정됐다.

법안에 따르면 검사는 2회 이상의 살인을 저지르거나, 3회 이상의 성폭력,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중상해를 입힌 범죄자 가운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법원에 보호수용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보호수용이 청구된 사람에 대해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최소 1년에서 최대 7년까지 보호수용을 선고하게 된다. 그 뒤 법원은 범죄자의 징역형 집행 종료 6개월 전 다시 보호수용 집행의 필요성을 심사하고, 그 결과 보호수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석방일로부터 2년 이상 7년 이하의 기간 동안 보호수용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수용자는 형 집행시설과 구분된 보호수용 시설에 수용되며, 이들은 6개월마다 한 번씩 가출소 여부를 심사 받게 된다. 시설에서 수용자들은 1인실을 사용하며, 횟수의 제한 없이 접견, 편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또 심리상담센터에서 전문가에게 심층적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고, 연 2회에 걸쳐 48시간 이내의 단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수용자는 자신이 신청하면 작업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도 지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호수용법’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의 부활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1980년부터 도입된 보호감호제는 상습적으로 특정 범죄를 저지른 자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호감호시설에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했던 제도다. 그러나 보호감호시설은 사회로부터 단절돼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중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05년 폐지됐다.

이번 보호수용법도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똑같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호수용법에 대해 이중처벌이라며 반발하는 참여연대는 2010년 법무부가 보호감호제 재도입을 시행할 때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은 당시에도 “일부 범죄에 대한 형의 상향이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나 형법의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도입을 반대했다. 이번에 법무부가 보호수용제를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과거로 역행하는 입법”이라며 비판했다.

이중·과잉처벌 “과거 역행하는 꼴”

이러한 반대 의견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인권훼손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변 측은 “이미 형기를 마친 사람을 또 다시 격리하는 것은 이중처벌 논란이 없을 수 없다”며 “재범 가능성을 이유로 사회와 격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잉처벌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변 측은 “재범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 유기징역 상한 확대, 화학적 거세, 성폭행범 신상공개 등 제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형벌 위주로 가게 되면 인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호감호 폐지 후 재범률 2배 이상 증가”

그러나 법무부는 보호수용법이 연쇄 성폭행, 아동 성폭행, 연쇄 살인범만 대상으로 실행되며 기간도 정해져 있고 처우도 개선돼 보호감호제와는 다르다며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유럽 선진국들은 현재 보호수용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수용기간의 제한 없이 실시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최대 10년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또 미국은 형기합산주의, 삼진아웃제를 통해 형벌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격리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보호감호 폐지 이전인 2005년 7월까지 가출소자의 재범률은 36.5%에 불과했지만 폐지 이후는 60%까지 증가했다”며 “보호수용법은 아동과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형기를 마친 사람들을 사회로 보내지 않고 자유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주거와 음식을 마련해주고, 직장도 구해주며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다만 밤늦게 활동 하는 것만 제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호수용법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찬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그동안 살인·성폭행 범죄에 대한 형량이 적다는 문제가 제기된 만큼 보호 시설을 통해 사회로부터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12월 한국형사정책원이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자에게 형벌 이외의 다른 제재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96.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항목에는 89.1%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회사원 이모(28·여)씨는 “범죄자 처벌은 강력해야 한다. 오히려 범죄자가 너무 좋은 대우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인권 침해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피의자 인권을 외칠 시간에 피해자 인권부터 돌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36·여)씨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범죄의 피해자가 돼도 인권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보호수용제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아동 성폭행 추방 시민단체에서도 “하루 빨리 도입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국민들이 보호수용법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형량을 높여라’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거로 돌아가는 ‘악법’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한편 보호수용법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연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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