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도움vs왜곡된 성생활

법원 “성인용 동영상 지나치게 보는 것 이혼 사유”
“부부관계에 도움” vs “왜곡된 性생활 우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 23일 서울가정법원의 ‘성인용 동영상을 지나치게 자주 보는 것은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 이후 성인 동영상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성인물이 부부관계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 성인 동영상을 둘러싼 부부간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명 ‘야동 보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들이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혼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용 동영상을 포기 못하는 남성을 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일요서울]이 들어봤다.


신앙심이 깊은 독실한 크리스천 A씨는 2010년 4월 교회에서 같은 기독교인 B씨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A씨는 B씨도 자신처럼 독실하다고 믿고 교제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성인용 동영상(이하 야동) 때문이다.

남편의 어두운 면모 집착·의심 더해져…

B씨는 ‘야동 마니아’였다. 컴퓨터에 수많은 야동을 다운 받아서 몰래 즐겨보는 것이 취미였다. 그러나 연애 시절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A씨는 결혼 후 우연히 열어본 컴퓨터 파일에서 야동을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B씨의 야동 시청을 이해하지 못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A씨는 B씨의 행동에 무척 실망했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야동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임, 경제문제, 의심 등으로 자주 다퉜다.

B씨는 의처증 증세도 보였다. A씨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남성들도 용납하지 못했다.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냐고 항상 의심했다. A씨가 야근하고 늦게 귀가하면 B씨는 A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까지 확인했다. 이처럼 어긋난 둘의 사이는 좁히지 못했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진행하는 부부 상담까지 받았지만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A씨가 2012년 4월 언니 집으로 옮기면서 별거를 시작했고 두 달 뒤인 6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소송 도중 A씨는 두 사람의 성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B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동영상 속 남녀가 A씨와 B씨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B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정용신 판사는 “아내가 남편에게 기대하는 독실한 종교인의 생활에 어긋나는 B씨의 지나친 성인용 동영상 시청 등으로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며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야동으로 인한 부부갈등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한 지 2년 반이 지난 김모(30·여)씨는 지금 이혼을 생각 중이다. 김씨는 당시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지만 사랑하는 남편만 보고 결혼을 승낙했다. 그러나 현재 김씨는 “외로워서 미치겠다”고 말한다. 말수가 적은 남편 때문에 부부대화도 거의 없고 같이 하는 취미활동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의 취미는 바로 야동보기다. 김씨와 결혼한 뒤에도 남편은 꾸준히 야동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했다. 그러나 남편은 김씨와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매번 피했다. 처음에는 ‘남자는 원래 그러겠지’라면서 야동을 보는 것을 이해했던 김씨도 점점 화가 났다. 결혼 3년차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화를 시도해도 매번 남편은 ‘남자는 다 그래’라며 변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이혼을 결심했고 남편과 합의이혼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남편은 부인보다 AV배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소홀한 부부관계 女 “자존심 상한다”

이모(29·여)씨는 남편(32)과 연애 시절부터 성관계 횟수가 적었다.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하는 바람에 잠자리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7개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부부관계에 소홀하다. 이씨는 남편과 잦은 관계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야동을 보면서 자위행위는 한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그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로 인해 남편과 다투면 항상 “앞으로 잘할게”라는 말만 할 뿐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씨가 몇 시간 자리를 비우면 남편은 어김없이 야동에 빠져들었다. 결국 이씨는 남편에게 “내가 성적 매력이 없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니다. 야동과 잠자리는 별개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이씨는 남편과 관계가 서먹해지고 말았다. 이씨는 “창피해서 누구한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없다”며 “그렇다고 잠자리 때문에 이혼하기도 그렇고…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야동을 보는 남편들이 정작 부인과의 성관계에는 흥미를 잃으면서 부부싸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심하면 김씨처럼 이혼까지 가지만, 보통은 이씨처럼 참고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부부사이는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야동 보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야동이 부부사이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외친다. 자극적인 야동에 빠진 남편들이 정상적인 아내와의 성관계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야동에서 나온 잘못된 性지식으로 아내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최모(35·여)씨는 “남편이 걸핏하면 야동에서 나오는 여자 배우와 비교한다”면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듣지를 않는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남편들 가운데는 “야동이 부부관계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신모(34)씨는 “부부가 함께 야동을 보면 색다른 경험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성적 흥미는 물론 두 사람간의 관계도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동에 빠지는 사태가 심하면 이혼까지 갈 수 있다. 이번 법원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야동이 이혼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부부문제 상담을 진행하는 정진 변호사는 “유부남이 야동을 보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성적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 “남편과 대화를 해 문제해결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지만 해결이 안 되면 이혼여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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