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文·武대전, 공천 파동 예고

혁신안 두고 친박 주류 vs 문무(文武) 대전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을 보는 친박계 인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박계 대표적인 인사인 데다 같은 비박인 김무성 당 대표와 손을 잡고 당내 ‘혁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주류의 우려감은 대권보다 2016년에 있을 총선에 맞춰져 있다. 과거 김무성 대표가 친박 주류의 공천 배제로 탈당 직전까지 갔다가 백의종군한 기억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또한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에는 친이명박계가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용두사미식 혁신으로 끝이 났다. 당내 주류가 누구냐에 따라 비주류 인사들의 공천배제는 개혁과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됐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친박계는 이번 혁신위 역시 같은 운명을 겪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가 대표적인 친박이다!”
친박 주류에서 나온 일성이 아니다. 바로 비박계 대표적인 잠룡 중 한 명인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에 ‘쓴소리’를 보내는 친박계 인사들에게 던진 말이다. 잡음은 혁신위원을 꾸리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을 필두로 소설가 복거일씨,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용 전남대 교수, 서경교 한국외대 교수, 송정희 한국여성기술협회장, 김정미 베트올 대표 등 외부인사와 함께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나경원 의원 등이 포함되면서부터다. 중량감이나 정치 역량에 있어 초선 위주의 당내 혁신위원들이나 외부인사와 비견이 안 될 정도의 일당백 인사들로 대표적인 비박계다.

혁신위+최고위 비박 장악 친박주류 반발

당 대표부터 혁신위원장, 나아가 혁신위에 참여하는 핵심 인사들이 비박계로 채워지면서 친박계가 초장부터 발끈하고 나섰다. 친박 중진 유기준 의원은 “혁신위 선정에 충분한 (친박계) 상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특정 세력 위주의 선택이 이뤄진다면 그분들을 위한 혁신이지 당 전체를 위한 혁신안이 나오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거들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컫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현직 도지사가 혁신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혁신위 구성단계부터 친박 주류의 연이은 견제구가 날아들자 김 위원장이 던진 말이 ‘대표적 친박’ 발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혁신 논의전 언론을 통해 ‘비례대표 공천은 특수 약자층에게 전 의석이 배분되야 한다’고 밝히면서 친박계로부터 반발을 샀다. 친박계 초선이자 비례대표 출신인 하태경 의원은 “비례대표는 각계 각층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특수약자층에 100% 비례대표 공천을 준다는 것은 원칙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친박계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지점은 비례대표 개혁보다는 2016년에 있을 총선에 맞춰져 있다. 혁신위가 향후 논의될 핵심 의제 중 하나가 ‘공천룰’이기 때문이다. 이미 김 대표는 공천 관련 일관되게 당 대표나 계파 보스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수시로 밝혔다. 이는 2012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당시 치러진 총선 공천에서 김 대표가 탈락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친박 주류가 김 대표를 배제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돌았다.

하지만 친박 주류는 여전히 김 대표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대표가 공천권에서 한발 물러난 사이 대표적인 비박계 잠룡인 김 위원장이 공천 대수술의 칼을 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일단 ‘상향식 공천제’ 도입에 합의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첫 혁신위 작업으로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의 당협위원장(구 지구당위원장)직 겸직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겸직금지 물갈이 신호?

김 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현역 의원들의 입김을 차단해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당협위원장을 겸직하며 지역 조직을 장악한 현역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공천하고 다시 이들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지역 민심을 왜곡해 공천을 받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빌미로 친박계 주류를 솎아내기 위한 공천룰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 2011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당시 주류였던 친박 세력이 당내 혁신을 기치로 ‘친이명박계’를 정리하고 당을 장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2016년 4월 총선 시기가 박 대통령의 임기를 1년6개월 남겨둔 임기말로 ‘친박 공천 대학살’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박계 잠룡인 김무성-김문수 진영이 기세를 잡을 공산이 높다.

이런 우려감을 감안해 김 대표는 ‘혁신위가 전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최고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일축하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혁신 전권을 대표가 위임받고 대표는 나에게 위임해야만 실효성 있는 혁신을 할 수 있다”며 “일일이 회의하고 의총 거치면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최고위원 구성이다. 김 대표 말처럼 혁신위에서 공천룰을 정한다고 해도 최고위에서 반대할 경우 통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위 구성은 대표 최고위원 1인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지명직 최고위원 2인,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 1인과 정책위의장 1인으로 돼 있다. 현 최고위 인적 구성을 보면 친박계와 비박계가 절묘하게 4대 4로 구성돼 있다. 서청원, 이정현 최고가 핵심 친박이고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은 범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김 대표와 김태호, 이인제 최고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혁신안 ‘캐스팅보트’ 지명직 최고위원은

결국 투표로 의결을 할 경우 막상막하인 셈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임명을 미루고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1석이 누구한테 가느냐가 여권내 초미의 관심사다. 그 인사가 향후 혁신안 의결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자리 중 이미 한 자리는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을 줬다. 그러나 나머지 한 자리는 두 달이 넘도록 아직 결정이 되지 않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로는 김문수 위원장을 비롯해 정몽준 전 의원, 나경원 의원이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이 모두 비박계 잠룡군으로 친박 주류 측에서는 누가 임명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시절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의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새누리당 혁신안 논란과 관련해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비박과 친박으로 나눠졌는데 이건 벌써 개혁을 하는 자세가 안 돼 있다”며 “벌써부터 새누리당(친박 주류)이 ‘비박인 김무성 대표가 (혁신위를 통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해서 과거에 공천으로 불이익을 당한 것을 보복공천을 하기 위해서 한다’는 이런 얘기를 통해서 개혁을 흔들어대면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