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터주는 역할은 기관과 외국인

대세 추종은 개인투자자의 생존전략

류시화 시인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에서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라고 했다. 우리가 현재 버겁게 느끼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회한을 토로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상에서의 후회는 대체로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다지 급할 것 없다는 판단으로 혹은 잠시 뒤에 하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미뤄 뒀던 일이 나중에 발목을 잡는 꼴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민첩한 행동과 빠른 의사결정이 느린 것 보다는 후회할 확률이 오히려 적다고 할 수 있다.

민첩한 행동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말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실속은 적어지며 실언할 가능성은 증가한다.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언은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고 신용을 떨어뜨리는 첩경이다.

더불어 굼뜬 행동 역시 바람직스럽지 않다. 모름지기 일상생활에서는 민첩한 행동과 신중한 말이 긴요한데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라고 말한 바 있다. ‘일에는 민첩하고 말에는 신중하라’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는 일상생활과는 반대로 다소 굼뜬 의사결정과 행동이 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하는 경우가 더 많은 보인다. 이것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선제적 대응보다는 상황이 어느 정도 벌어진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주식시장을 추동하는 것은 결국 거대한 개인의 힘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그저 그 거대한 힘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기관과 외국인이 물꼬를 트고 그 물꼬가 개인의 힘에 의해 더욱 확대될 때 비로소 추세가 된다. 개인 스스로 물꼬를 틀수는 없다. 따라서 정보와 자금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개인은 대세에 순응하고 대세를 추종하는 것이 주식시장에서의 적절한 생존전략이다.

간혹 선제적 대응을 말하는 이가 있다. 선제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에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정보획득의 신속성이라는 측면에서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파편화한 정보를 꿰어 이를 통찰한 후 예비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선제적 대응이 아닌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일 뿐이다. 누군가 선제적 대응을 말한다면 그것은 오류에 의한 식언이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궤변일 뿐이다. 슈퍼컴퓨터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계인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선제적 대응이 아닌 추세적 대응이 최선의 전략이다.
 

<조선기 SK증권 안산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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