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람들 ‘안철수’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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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안철수, 조강특위 탈퇴 권유 “속탄다 속타!”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정치에 뜻을 뒀던 안철수 사람들이 단단히 화가났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지난 3월26일 창당한 이후 7개월 만에 사실상 5:5정신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7.30재보궐 선거와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사람들은 5:5 특혜를 누리지 못했지만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246개 지역 위원장을 뽑는 조직강화특위에서마저 안철수 사람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정치의 꿈을 가졌던 안철수 사람들은 심한 좌절감을 맛보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 뜻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지만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창당할 시 합의했던 5:5 정신이 사실상 폐기됐다. 신당 창당 당시 이 합의 정신에 따라 안철수 사람들이 당 지도부와 대변인직 그리고 당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7.30재보선 패배에 따른 안철수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합의정신은 퇴색됐다. 이어 박영선 비대위체제와 문희상 비대위 체제하에서 사실상 5:5 정신은 사라지고 ‘안철수’만 남았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았다.

안의 사람들 “안철수만 남았다!”

급기야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대비해 당협위원장 인선 및 시도당 개편대회를 위해 꾸린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에서 안 의원 사람인 송호창 의원이 자진 사퇴해 20대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안철수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사실상 챙겨줄 주군이 사라지면서 당장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리던 인사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조직강화특위에서 ‘철수’하면서 수도권과 호남 그리고 부산 정치권이 출렁거리고 있다. 당초 지역위원장 공모에 적극 나설 계획이었던 지역의 안철수 측 세력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의견들이 도출되면서 기류가 급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역위원장 응모를 적극 검토했던 상당수 인물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구도라면 신청해도 특정계파에 밀릴 가능성이 많고 그렇게 들러리 설 바에야 발을 빼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는 응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10월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기는 조강특위 선정 과정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배제당한 것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안 의원은 금 전 대변인 내정 단계에서 반대와 송호창 의원의 자진 사퇴 종용 관련해 “조강특위 위원 선정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한번도 저한테 물어본 적 없다”면서 “그래서 처음에 상의를 했다면 조강특위 불참 입장을 밝혔을 텐데 상의가 없어서 혼선이 있었다”고 간접적으로 문희상 비대위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어 비대위 참석과 조강특위에 불참하는 배경에 대해서 안 의원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책임정치가 우선이라 생각한다”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겠다는 생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안 의원은 ‘5대5 지분’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면서 “그래서 이제 뜻을 함께해온 분들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은 당이 국민 신뢰 회복위해서 헌신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철수 최측근인 송 의원이 조강특위에 임명된 것 역시 사전 상의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안 의원은 “송 의원 본인에게 연락이 갔고 나는 연락을 받은 적 없다. 송 의원 역시 (나의 입장을) 모르고 참여를 결정했다”며 “사전에 상의가 있었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자신과 함께 뜻을 같이했던 인사들에게 “이제 뜻을 함께 한 분들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며 ‘헌신’을 재차 강조했다.

“특위 구성 사전협의 없었다”

그러나 안 의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를 따라 정치에 뜻을 뒀던 안철수 사람들의 불만은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팀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송호창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마저 막은 것은 안 의원의 오만”이라며 “안 의원이 뒷짐을 지고 있고 송 의원마저 조강특위에 불참하면 사실상 아무도 챙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안 의원의 말대로 하면 안철수 사람들 중에 당협위원장직 응모하는 사람은 현역 의원이나 원외당협위원장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조강특위에 안철수 사람이 없으면 힘들다”며 “안 의원이 나서지 않는 이상 당직자가 당협위원장 임명을 앞두고 실사를 나가면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은 다수의 안철수 사람들로선 서류 제출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정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 중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왔다. 5대5 정신은 안 의원이 이미 신당 창당 과정에서 합의한 ‘5대5 정신’이 ‘5대5지분’으로 해석돼 민주당 사람들과 새정치연합 인사들 간 갈등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안 의원이 사실상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5대5’ 합의 정신은 실종됐다.

나아가 김한길-안철수 공동 대표시절 합의했던 사안으로 박영선 비대위와 문희상 비대위 체제를 거치면서 사문화된 규정이 됐다. 결국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이 조강특위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 역시 소문에 그쳤다.

5대5 지분 ‘전광석화’처럼 했어야…

이 인사는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 당협위원장 출마가 예상되는 안철수 사람들 중에 정균환 전 새정치위원장이나 금태섭, 이태규, 정기남 같은 ‘급’이 되는 안 의원측 인사들도 당협위원장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새정치를 꿈꿨던 정치 신인 역시 마찬가지 신세다. 이 인사는 “진정으로 안 의원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를 보이려면 본인이나 측근인 송 의원이 솔선수범해 당협위원장직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자신이 챙길 능력이 없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포장 정치만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대5’ 합의 정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보냈다. 이 인사는 “지난 지방선거 공천심사위원회에서도 안철수 사람들이 못들어갔다”며 “사실상 7.30재보선 패배이후 5대5 정신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만약 안 의원이 ‘5대5’합의정신을 구현하려면 전광석화처럼 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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