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책연구원이 말하는 ‘박근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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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분당’ 이명박 ‘친박공천학살’, 朴 대통령은 통합 시도
여론관리형·수성형 리더십 보유…“예측 가능한 정치로 성공”
야당, “여당 ‘중도보수’ 인정, 박 대통령 허점 파고 들어라!”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까지도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선 패배 책임론 이후 ‘친노 2선 퇴진-비대위원회 체제-비노 김한길 당권-비대위체제’를 거치고 있지만 좀처럼‘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 내에서도 ‘박근혜 정치’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한 자료집을 내놨다.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가 그것이다. 박 대통령의 전략과 스타일 등을 분석한 민주정책연구원은 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에는 박근혜 전략, 박근혜 스타일, 박근혜 패러독스 등 박근혜 대통령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분석해놨다.

이명박 ‘정치 아웃사이더’
박근혜 ‘준비된 인사이더’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수법이다. 민주정책연구원 이진복 연구위원은 ‘여론조사의 정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은 ‘감’이나 ‘이념’에 의존하는 여론돌파형 리더십이 아닌 치밀한 여론조사에 근거한 여론관리형 리더십을 지녔다고 소개했다.

또한 순발력에 근거한 역발상의 적극적 공성형 리더십이 아닌 지구력에 기초해 기다리면서 역습하는 수성형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집권 초 어떤 ‘개혁 드라이브’도 없이, 구체적 액션도 없이 보내는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최초”라며 “대한민국의 국민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에 대한 낮아진 국민의 기대수준에 맞추어 지지율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지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초노령연금 후퇴이고, 다른 한 번은 여론의 지탄을 받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했다”며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던 것. 이는 박 대통령이 여론이 좋지 않은 연말정산 관련 조세정책은 즉각 수정했고,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사퇴시킨 사례가 여론조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의 ‘통치위임범위’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양극화 정치’를 단행했지만 박 대통령만의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 이는 대통령 당선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다. 이에 국민들은 지난 10년간의 아웃사이더 정치를 거부하고 안정감을 선택한 것이다”며 “극심한 정치불신 속에서 삶의 예측가능성이 파괴된 ‘불안한 유권자’는 안정감 있는 준비된 인사이더 정치를 선호했다”고 술회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조용하면서도 강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했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신뢰와 원칙’이라는 인물론에 기초한 리더십 대선이었다고 평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등은 정치적 갈등과 정치 불신만 가중시켰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기대수준이 낮기 때문에 대통령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기를 바라는 정서가 유효했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대선 전략이기도 하다. 이 위원도 이러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극심한 정치 불신 속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맞춤형 복지, 검찰개혁을 비롯, 경쟁상대의 이슈를 포섭하여 쟁점을 없애고 ‘신뢰와 원칙’의 인물 선거로 승리했다”며 “정치혐오 상황에서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점을 착안,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며 ‘죽은 박정희’를 재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심판 분위기 속에서 친이 한나라당에서 친박 새누리당으로 재창당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불안해하는 중도 무당층의 ‘박근혜 정권교체 지지자’에 어필, 높은 투표율 속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과반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캐릭터를 분석한 대목도 눈에 띈다. 성공한 대한민국의 그림자인 분열과 갈등의 ‘살아있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태생적으로 상징한다는 것. 이 때문에 ‘묻지마 지지자’와 ‘묻지마 혐오자’로 자연스럽게 양극화를 야기시켰다고 전했다.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를 형성, 지지자를 동원하는 51대 49의 ‘이기는 양극화’를 추구했다는 게 이 위원의 얘기다.

‘플러스 정치’로 통한 지지층 대단결 유지

‘박근혜 정치’에 대해서 이 위원은 ‘마이너스 정치가 아닌 플러스 정치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분당과 이 전 대통령의 ‘친박 공천학살’과 달리 박 대통령은 자기편을 플러스하는 정치를 선택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과거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지 않고 친이와 선진당 합당을 이뤄냈다.

특히 한화갑·한광옥 등 호남 인사를 영입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참신한 비대위원의 위촉과 선대위 구성 및 정강정책 혁신을 이뤄 과감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했다. 이는 보수 지지층의 대단결을 유지하면서 불안한 중도층에게 새로움과 안정감을 부각시켜 높은 정당지지도를 이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도보수 삼각편대’의 역할분담 전략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 위원은 “50% 가까운 안정적인 지지도의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 40% 초반 지지도의 ‘책임있는 새누리당’, 20%의 보수 ‘애국세력’이라는 체계적인 역할분담 전략으로 외연 확대에 성공했다”며 “비박·비주류 당대표가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퍼런 집권 2년차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전후무후할 사건”이라고 평했다.

이어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차별성이 강화되어 탄력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했다”며 “‘애국세력’이 돌격대 역할을 수행, 10년 집권 경험의 새정치연합을 맞상대하여 수권정당을 ‘시민단체식 진보’로 격하, 지지율을 하락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이 위원은 새누리당을 단순한 보수정당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중도를 장악한 ‘중도보수’ 정당으로 인식해야 한다. 동일하게 50% 가까운 대통령을 경멸하는 것은 자기위안일 뿐, 현실감각이 마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고정관념 버려야 자기혁신 절실하다

이 위원은 자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여야의 차별화와 ‘야성’ 회복을 통한 ‘강한 야당’의 고정관념, 선악 이분법에 입각한 진영 논리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또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선거, 네거티브는 야당의 본령, 자기성찰은 2중대, 여당의 실정이 야당의 승리라는 반사이익 정치 심리가 야당이 무너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여당의 실수를 기다리는 우연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수권정당의 모습이 아닌 이슈파이팅 시민단체로 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인기가 없다면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로 ‘김무성 정당’으로 전환, 야당의 심판 포인트를 없앨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례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탄생 자체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부자와 서민을 제로섬 관계로 여기는 심리, 부자를 적대하고 중산층을 무시하면서 ‘상상 속의 서민’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있는 그대로의 서민에 맞춰 현실을 직시하면서 설득력을 높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서민’을 기준으로 당위 일변도로만 나가면서 오히려 ‘현실의 서민’을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를 지지하는 ‘현실의 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자기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 전략으로 ‘박근혜 정치’의 허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박근혜 정치는 정치 불신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은 반정치이자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의 기본을 파괴, 정치불신을 가속화시키는 ‘정치실종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은 정치를 복원하는 ‘신뢰의 정치’와 함께 ‘정치 정상화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야당의 힘은 오직 민심에서 나오기 때문에 민생정치의 실현과 공감의 정치, 진짜 국민제일의 정치를 실현할 필요성이 있다 말했다.

게다가 시민단체와 역할을 분담하는 ‘네트워크’를 형성, 해법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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