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주택가 파고 든 ‘오피스텔 안마방’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든 불법 성매매 업소가 주거지역인 오피스텔까지 영업범위를 넓혔다. 평범한 원룸에 접대여성을 두고 성을 팔고 사는 것이다. 여성들이 손님을 받는 방은 TV, 컴퓨터, 가스레인지 등 생활 집기를 모두 갖춰 일반 살림집과 다름없다.

이들 업소는 ‘오피스 업소’로 불리며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마치 여자 친구 집에 찾아온 듯 편안한 분위기에 고객들은 열광한다. 관련 업소를 경험한 사람들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오붓하게 연애하는 기분이다”고 말한다. 특히 ‘불륜의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남성들이 이들의 단골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업소는 최근 2:1 난교와 포르노 쇼 등 변태서비스까지 동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 무색할 정도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겉보기에 살림집과 다름없는 이들 업소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 신고·허가조차 받지 않은 불법 영업장은 탈세 창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불법과 퇴폐가 난무하는 오피스 업소의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일반 안마시술소와 달리 오피스텔 안마방은 3~6개월 정도 장사를 한 뒤 영업장을 통째로 옮긴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영업할 오피스텔을 구하는 방법도 방을 빼기 쉬운 속칭 ‘깔세’(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월세를 한꺼번에 낸 뒤 매달 제하는 방식)를 선호한다.


경찰 피해 3개월에 한번 이사

오피스텔 안마방 업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업소를 홍보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가입 회원이 2만명을 넘어선 곳도 있다. 카페에 가입, 정회원 자격을 얻어도 업소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업주들이 단속을 피해 업소 위치를 철저히 숨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L업소의 경우 손님이 접대여성을 만나기까지 과정이 ‘007작전’에 비유될 정도다.

먼저 광고에 뜬 전화번호로 손님이 전화를 하면 ‘실장’이 대략적인 업소 위치를 알려준다. “~까지 오시면 다시 전화주세요”하는 식이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10번에 가까운 통화 끝에 업소를 찾아도 끝이 아니다.

접대여성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실장의 까다로운 ‘면접’을 거쳐야 한다.

‘어디서 전화번호를 얻었나’ ‘잘나가는 업소이름 3군데 이상 대봐라’ 등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대답을 얼버무리면 들어갈 수 없다. 경찰이나 기자를 걸러내기 위한 일종의 관문인 셈이다.

까다로운 면접을 통과한 손님에게 실장은 아가씨가 대기하고 있는 오피스텔 동과 호수를 알려준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손님에게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하나씩 들려준다.

단속에 걸렸을 때 “쇼핑몰에서 산 물건을 반품하러 왔다”는 핑계거리를 위해서다.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애인 집에 놀러왔다 둘러대라”고 가르친다. 오피스텔 안마방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인 집 왔다’고 하세요”

오피스 업소의 이용요금은 1시간에 13~15만원. 현금과 카드를 모두 쓸 수 있다. 가끔 ‘이벤트’ 가격을 적용하면 10만원으로 값이 내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안마시술소 보다 싼 값은 손님을 끄는 또 다른 이유다.

오피스 업소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은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다.

유사성행위업소(속칭 대딸방)에서 일하던 여대생들이 오피스 업소로 흘러들어온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피스 업소를 경험한 직장인 A씨는 “말 그대로 여자 친구 집에서 1시간 즐기다 온 기분”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구조가 일반 가정집과 똑같다. 아가씨와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아내가 있지만 마치 애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성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회원은 “(오피스 업소)서비스가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자 친구 몰래 불륜 코스를 체험하기엔 그만”이라는 체험후기를 적었다.

업주는 보통 역세권 오피스텔 5~6개를 한꺼번에 얻어 영업한다. 일부 업소는 이미 수십 명의 접대부를 고용, 하루 종일 손님을 받으며 거대화·기업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금 낼 필요 없는 고수익 사업이라는 입소문에 많은 업주들이 오피스 업소로 뛰어들었다.

자연히 손님을 끌기 위한 업소들의 퇴폐 서비스도 도를 넘고 있다. 일반적인 성매매를 넘어 2:1 그룹성교와 포르노 체험 서비스까지 등장,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성인인증 장치가 없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청소년에게까지 이들 업소 행태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이다. 문제의 커뮤니티엔 접대여성들의 프로필이 공개돼있다. 여성의 가슴선과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도 버젓이 올라왔다.

한편 이들을 단속해야할 경찰은 한숨만 쉴 뿐이다. 젊은 사람 혼자 사는 집과 똑같이 꾸며놓아 당사자들이 ‘발뺌’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

지난해 관련업주들을 붙잡은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업주가 방에 라면과 과자를 쌓아놓고 자취생 집으로 위장했다. 몇 달 동안 내사를 벌인 끝에 혐의를 잡아 검거했지만 주거지역으로 파고든 성매매 업소는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업소서 경찰에 발각된다 해도 애인이라 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증거 없이 남의 집에 쳐들어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주택가로 파고든 성매매 업소의 그늘이 더욱 짙어진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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