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지루성 두피염을 꼽을 수 있다. 환절기 건조한 날씨로 인해 피부수분함량이 낮아지면서 두피의 보습력과 면역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두피는 피부신경이 집중돼 있고 피지분비도 매우 왕성하다. 피지로 인한 지루성 염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도 안면부 근육과 연결돼 있어 섬유조직은 질기고 모발에 쌓여 있어 일반적인 지루성피부질환에 비해 치료에 더 많은 시간과 섬세함을 요한다.

지루성 두피염을 앓게 되면 환자 당사자가 느끼는 고충과 불편은 상당히 크다. 머리가 간지러운 것은 물론 염증으로 인해 불쾌한 냄새까지 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루성두피염이 장기화 될 경우 모근 손상을 초래해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우리 조상들이 건강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해 왔던 생활건강법 중 반신욕은 오늘날 지루성피부염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반신욕은 단순해 보이지만 상·하체의 체온불균형을 해소하고 냉기를 제거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건강기능을 개선한다. 현대 의학계에서도 반신욕이 혈관확장과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저명한 의사였던 헤르만 보어하브(Hermann Boerhaave) 역시 “머리는 차갑게 발을 따뜻하게 한다면 평생 의사를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후세에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지루성두피염의 발병원인 중 하나는 오장육부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체내에 쌓인 열독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인체의 내과적 기능과 순환기능에서 기인한 것으로 반신욕을 통해 체온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효과적인 반신욕을 위해서는 먼저 물의 온도를 체온과 비슷하도록 맞추고 반신욕 시간은 1회 30분 이하가 적당하다.

다만 반신욕을 금해야 할 경우도 있다. 반신욕은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고혈압환자에겐 기립성 어지럼증을 유발하거나 혈관부종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수인성 전염병 보균자도 반신욕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옛 선인들이 즐겨 먹던 별식이나 식품도 알고 보면 지루성피부염의 훌륭한 치료제다. 대표적으로 귤, 메밀, 보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귤은 한의학적으로 기의 순환을 돕는 일종의 이기약(理氣藥)이다.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지루성피부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 메밀에는 ‘루틴’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있다. 그래서 혈액 내 독소배출을 돕고 위장의 습열(습기와 열로 건강을 해치는 한의학의 병리적 요소)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보리는 필수미네랄의 하나인 칼륨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 양이 토마토와 우유의 3배가량 달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들 식품은 진피, 교맥, 맥아라는 또 다른 이름의 한약재로 사용돼 왔다. 과거 조상들이 이들 약재를 묵이나 떡, 반찬 등으로 만들어 즐겨 먹었던 것은 어쩌면 생활의 지혜이자 기미론(식물의 기와 맛을 가진 고유한 약리작용)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 했던 노력일 것이다.

지루성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실천법으로 복식호흡을 추천한다. 복식호흡은 횡격막의 작용으로 공기를 출입하는 호흡법으로 폐의 정화작용을 강화하고 가래를 비롯한 호흡기 이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폐와 호흡기가 튼튼해지면서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복식호흡은 호흡과정에서 미주신경이 함께 연동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조상들이 공부를 하기 전 정신집중을 위해 복식호흡을 하거나 평소 좌선을 통해 심신수양을 쌓았던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자 착용은 지루성 두피염이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좋다. 두피염 환자가 모자를 자주 착용하게 되면 통풍이 적어져 염증반응이 더욱 심해지고 기혈순환도 저하된다. 노폐물과 땀이 두피 내에 잔존해지면서 세균번식을 높일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또 스타일링을 위해 자주 하는 염색이나 파마는 물론 헤어젤의 사용도 삼가는 편이 좋다. 이들 화학약품의 성분이 두피를 자극하고 피부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지루성 피부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멋보다 건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우보한의원 이진혁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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