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로 연결된 계열사…내부거래 자산 불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현대비앤지스틸(사장 정일선·사진)을 살펴본다.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대상 벗어난 자유의 몸 
국세청 증여세도 1억 원 수준으로 부담 없어 
 
현대비앤지스틸의 정일선 사장은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내부거래로 자산을 증식하는 모습이다. 정일선 사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 고 정몽우 현대알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일선 사장과 함께 정문선·대선 3형제가 주요주주로 올라가 있다. 이처럼 범 현대가 식구들이 주요 주주로 앉아 있는 터라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현대비앤지스틸의 부담은 상당한 눈치였다. 
 
그런데 이들의 내부거래는 이상할 만큼 여타 회사와 비교해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현대비앤지스틸의 매출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5479억 원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2439억 원을 내부 관계자들을 통해 기록했다. 내부거래 비율은 44.5% 수준으로 전년 동기 44.2%와 비교해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또 가장 많은 일감이 발생하고 있는 회사는 애드스테인리스다. 현대비앤지스틸이 14%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인 애드스테인리스는 STS냉연 등 원재료를 현대비앤지스틸로부터 매입해 매각한다. 
 
특히 이들은 현대비앤지스틸과 수직계열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3분기까지 애드스테인리스를 통해 발생한 일감은 676억 원 정도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그린파워 등 역시 내부거래를 돕고 있다. 
 
다수의 계열사가 올해 3분기까지 현대비앤지스틸에 준 일감 물량은 1762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해 이들 계열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문제는 현대비앤지스틸이 사실상 법적인 제제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대상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 20% 이상 지분을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을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항에 의해 현대비앤지스틸은 특수관계자 등 내부거래비율이 45%에 이르지만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전혀 없는 상태다. 덕분에 현대비앤지스틸은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동기간 매출 규모가 138억 원 늘었고, 내부거래액은 78억 원 수준이 증가했다. 
 
증여세는 껌 값?
 
더욱이 국세청 증여세도 얼마 나오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향후 내부거래를 늘리는 과정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다르게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친족 지분이 단 3%만 초과해도 증여세를 부과한다. 
 
정일선 사장 형제가 보유한 지분율이 총 4.98%이고 내부거래비율은 45%를 넘나들어 이에 해당한다. 올해 말을 기점으로 현대비앤지스틸이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내부거래를 줄일 것이란 기대감은 거의 없다. 스테인리스 강판이 총 매출의 95% 수준이다보니 내부 일감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군다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줄이면 되는데,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국세청 증여세가 자산에 타격을 줄 수준도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국세청 증여세(증여의제이익)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현대비앤지스틸이 낼 증여세를 계산해보면 약 1억 원 정도에 그친다. 
 
현대비앤지스틸에 따르면 정일선 사장의 한 해 급여만 8억 원이 넘는데, 딱히 내부거래를 조정해야 할 정도의 증여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현대비앤지스틸은 각종 규제에서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얻어 자유롭게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현대비앤지스틸은 정일선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현대머티리얼과 규제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를 절묘하게 맞춰 내부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비앤지스틸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고, 그 이익을 정일선 사장의 현대머티리얼에 나눠주는 식이다. 이곳 역시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으니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일도 없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규 의원은 “현대머티리얼 등 총수 일가의 지분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법 규정대로 부당이익 제공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의원이 지목한 회사는 현대머티리얼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한화S&C, SKC&C, 지흥 등이다. 그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마련 이후 한 건의 부당이익 규제사례가 없었다”며 “기존 내부거래 유예규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2월에 1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공정위는 조만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얻는 행위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상규 의원은 현대머티리얼의 지분이 모두 정일선 사장의 소유라는 점을 들어 부당이익 규제 대상이 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이상규 의원은 “공정위는 이렇게 명백한 부당이익 제공행위를 법대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재벌 총수 일가로 회사의 영업행동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가 회사의 이익을 얻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비앤지스틸은 특별히 할 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비앤지스틸 관계자는 “금액이 큰 것도 아니고, 공식입장을 밝히라는 요청도 없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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