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터질 때마다 박근혜 '혈육보다는 측근…'

 육영재단 사태-박근령 박지만, 최태민 목사 겨냥 결국 무산
 청와대 문건유출- 박지만 측근 겨냥…대통령, 정씨 손들었다?   
 박근령 박지만 vs 최태민에서 박지만 vs 정윤회 대결구도 번져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육영재단 사태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파문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지만 EG회장 vs 3인방 정윤회 간의 권력다툼으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건 자체를 찌라시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3인방과 정씨’를 신뢰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족보다는 측근들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육영재단 사건은 박 대통령의 가족과 최태민 일가 간의 권력다툼 양상을 띠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 가족 내 불화가 불거졌다. 더욱이 육영재단 사태가 종지부를 찍은 뒤에도 박 대통령은 최씨 일가를 옆에 두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현대판 육영재단 사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문건 자체가 정씨와 박 회장의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박 회장과의 대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은 ‘육영재단 사태’의 전말을 비교해봤다.

“정윤회 씨와 대립하는 다른 축은 불분명하지만 과거 육영재단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이 그때와 비슷하게 형제보다 측근의 편을 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노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 동생들이 ‘최태민 일가가 육영재단의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해 큰 알력 싸움이 있었다”며 “그때 박 대통령은 형제가 아닌 최 씨 일가의 편을 들었다. 그 최 씨 일가가 오늘날 어찌 보면 정윤회 씨와 그 부부로 이름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영재단 결말 들여다보니…

사실 육영재단은 육영수 여사가 복지사업을 위해 1969년 설립한 재단이다. 그러나 소유권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 EG 회장, 박근령 씨의 불화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1990년도다. 박 대통령이 재단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최태민 목사가 재단의 고문으로 지냈던 것이 화근이 됐다. 결국 박 대통령의 남매와 최태민 목사 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띠었던 것.

실제 박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와 박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보낸 A4 12장에 이르는 장문의 편지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박근령 씨는 편지에서 “(최 목사는) 순수한 저희 언니에게 교묘히 접근해 언니를 격리시키고 고립시킨다”며 “이번 기회에 언니가 구출되지 못하면 언니와 저희들은 영원히 최 씨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장난에 희생되고 말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소중한 언니를 잃고 싶지 않지만 저희들에게는 힘이 없다.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각하 내외분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유족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고 또 함부로 구원을 청할 곳도 없다”며 “언니와 저희들을 최태민의 손아귀에서 건져 달라”고 적시했다.

또 “최태민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언니인 박근혜의 청원을 단호히 거절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묘안이 없을 것 같다”며 “그렇게 해야만 최씨도 다스릴 수 있고, 언니도 최씨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최 목사 비위에 관련된 내용 A4 5장을 노 전 대통령에게 고발했다. 크게 ▲금전 편취 ▲유가족에 대한 인격 모독 ▲부모님에 대한 명예 훼손으로 나눠 총 18개 항목으로 최 목사의 잘못을 고발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회장이 이 과정에서 박근령 씨의 편을 들어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 대통령 남매가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던 것은 박 대통령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박근혜-최태민’ 관계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박 대통령은 이사장직을 물러나면서 최 목사의 편을 들어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이 발언했던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

박 대통령은 그 당시 “내가 아는 한도에서 지금까지 최 씨에 대한 의혹의 실체는 없다”며 “문제가 있었으면 아버지 시대나 이후 정권에서 법적 조치를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끈끈한 관계 때문일까. 최 목사가 사망한 이후에도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은 가깝게 지냈다. 최 목사의 딸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과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더욱이 미래연합 창당 멤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젊은 시절 박 대통령과 가까웠고, 박 대통령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최 씨를 제 2부속실로 채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최 씨를 신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최씨와 결혼한 정윤회 씨도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약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 입문할 당시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선도 맡았고, 지난 대선에서는 ‘강남팀’의 핵심이었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았다. 최근에는 비선실세로 불리면서 갖가지 소문에 시달리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규정하면서 그를 부쩍 신뢰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박근혜 “찌라시” 발언, 그 뒤에 숨겨진 의미
 
이 때문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육영재단 사태 데자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가족들이 아닌 최씨 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 씨는 “찌라시 수준의 문건 배후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문건은 박관천 경정이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청와대는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 전 비서관이 7인회 모임에서 허위 정보를 양산, 유출했다는 내부 감찰조사 결과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인회 멤버로서는 조 전 비서관, 박 경정, 오모 청와대 행정관, 국정원 고위 관부, 박 회장 측근 전모씨, 언론사 간부, 대검찰청 수사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 측근 전모씨가 7인회 멤버에 속해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과 두터운 관계다. 1994년 박 회장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될 때 담당 검사로 인연을 맺은 이후 각별했던 것이다. 여기에 박 회장 측근까지 거론되면서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박 회장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즉 육영재단 사태 이후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최태마 일가와 박 회장이 또 다시 정면충돌한 셈이다.

그러나 육영재단 사태와 마찬가지로 최 씨일가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말하는 것은 다 사실이 아니다. 7인회는 없는데 나를 7인회로 엮으려 한다. 참 나쁜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며 문건 내용에 대한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씨가 ‘비선실세’라고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정 씨 등을 옹호하는 것 같다”며 “육영재단 사태와 마찬가지로 혈육보다는 측근 인사들, 최씨 일가 등을 더 챙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과 정 씨의 관계가 미스터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웅천 ‘윤필용’ 언급 “위험한 일 하고 있다”

한편,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를 ‘윤필용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부하들이 정 씨와 한 몸이 되어 유신시대 ‘윤필용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부도덕하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필용 사건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 씨가 사석에서 이후락 정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형님이 각하의 후계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데타 모의로 비화됐다. 윤 사령관 등 윤필용 그룹 10여 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30여 명이 군복을 벗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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