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10년…미국 본사로 1조 원 송금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을 살펴본다.
 
올해 경영 자문료만 800억 원 보낼 예정
서민 금융 지원·점포 폐쇄는 ‘나 몰라라’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본사에 과도한 경영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은 건 벌써 수년째다. 더군다나 매해 배당으로 본사에 송금하는 액수가 만만치 않아 국부유출이 아니냐는 비판도 높다. 
 
이상직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2011년 영업이익이 5501억 원이었을 때 본사로 경영자문료 708억 원을 지급했는데, 2012년 영업이익이 2600억 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367억 원을 송금했다”며 경영자문료의 기준을 지적한 바 있다. 
 
즉,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본사로 경영자문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하면서 배당세와 법인세 등 세금축소를 기도했다는 해석이다. 또 배당금을 직접 송금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상직 의원은 “한국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10년 동안 경영자문료 7539억 원 중 4789억 원을 용역비로 계상해 본사로 송금했다”며 “배당을 포함하면, 한국씨티은행이 벌어들인 3조 4185억 원 중 30%인 1조 원 이상이 유출됐다”고 비판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올해 한국씨티은행은 800억 원이 넘는 경영자문료를 해외로 송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들어 발생한 용역비 1800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뉴욕 본사 등에 보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년치 자문료를 한꺼번에 송금하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까지 포함한 금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자문료는 씨티그룹 뉴욕 본사 혹은 해외법인이 전산지원·경영자문 등 한국씨티은행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받는 돈을 말한다. 
 
경영자문료 송금은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이익은 2708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던 2008년 6402억 원의 42% 수준에 머문 수치다. 
 
더욱이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지점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 점포를 폐쇄했고 전체직원의 15% 가량인 650명을 희망퇴직을 통해 감축했다. 대대적인 위기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경영자문료가 위기 극복을 위해 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일각은 납득하기 힘든 경영자문료 계산 방법과 과도한 이익 빼돌리기는 직원들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이러한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하고 그냥 지나칠지가 관건이다. 
 
주변은 안 보이나?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황과 대조돼 더 큰 비판을 듣고 있는 측면도 크다. 한국씨티은행은 서민금융지원 실적에서 2년 연속 최저 등급을 받고 있다. 당장 “서민은 나 몰라라 하고 미국 본사만 챙기는 외국계 은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1년 7조5714억 원에서 2012년 6조6792억 원, 2013년 6조2638억 원으로 감소해 왔다. 국민은행(67조4806억 원)이나 하나은행(31조9911억 원)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심화된다. 
 
서민금융상품 새희망홀씨대출 취급도 저조했다. 새희망홀씨대출은 햇살론, 미소금융과 함께 서민대출상품 중 하나다. 2010년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월까지 2444억 원을 대출해줬는데, 대출 상위권인 신한은행(1조639억 원)과 국민은행(9815억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상반기 지원액 중 저신용·저소득자 비중은 52.7%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이렇다보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에서 한국씨티은행은 최저인 저조 등급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미국 본사만 좋은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이사보수한도를 슬그머니 늘려 배를 채우는 형태다. 여타 금융사들이 경영진의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이사보수한도를 줄이고 있는 추세와도 상이하다. 
 
한국씨티은행은 연말을 앞두고 이사보수한도를 50억 원에서 9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1분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8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하향조정했다가 이번에 오히려 증액했다. 
 
물론 합병과 맞물려 이사보수한도를 조정할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지만, 연말에 한도를 재조정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실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지난 10월 합병됐다. 하지만 합병 전과 비교해도 이사보수한도는 늘어났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등기임원의 숫자가 줄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이사보수한도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모두 당연한 과정이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과 같은 다국적기업에서 그룹 내의 계열사가 본점 또는 지역본부로부터 용역을 제공받고 실제 제공되는 용역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원칙이며 국내 세법에도 정당한 대가의 지급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2011년 정기세무조사 때 과세당국으로부터 경영자문료의 일부에 대해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받은 부분도 설명했다. 그는 “과세당국의 결정에 대해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 등을 제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사보수한도나 배당금에 대해선 “5년간 배당성향이 20.4%로 시중 은행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면서 “이사보수한도 조정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증액 또는 감액되며 지주사 통합 등에 따른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한도 조정의 필요성이 생겨서 조정했다”고 말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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