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수도권 강의석 기자] 민선 6기 경기도의 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취임 첫 해를 보냈다. 지난 71일 취임한 남 지사는 6개월 동안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연합정치를 실현했으며, 재정위기를 극복했다. 경제실을 경기북부청으로 이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하며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로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재난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며 사고 재발방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남 지사의 지난 6개월은 앞으로 남은 3년 반의 임기 동안 선보일 굿모닝 경기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을 일들을 이뤄 낸 남 지사의 취임 첫 해를 돌아봤다.  

남경필표 연합정치, 대한민국 정치사의 새 장을 열다 

과연 될까?’ 싶었던 남경필 도지사의 연정 제안은 지난 124일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취임으로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전인미답이란 말이 어울리는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연합정치가 경기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남 지사는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인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제안하며 연정 논의에 불을 댕겼다.

이후 하려면 정책합의까지 제대로 하자는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위원장의 역제안을 받아들인 남 지사는 여야정책협의회 구성과 협상을 거쳐 지난 8520개항의 여야 정책합의서를 발표하는 첫 번째 성과물을 냈다.

그러나 순조로울 줄 알았던 연정은 경기도의회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 위기를 겪으며, 다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도정공백이 길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남 지사는 묵묵히 생활임금 조례 시행,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실시 등 여야 합의사항을 지켜나갔고 11,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내년부터는 도와 도의회가 함께 예산을 짜는 새로운 시도도 앞두고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연정실험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 지사는 야당뿐 아니라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왔던 경기도교육청과도 상생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당선인 시절인 6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이른바 설렁탕 회동을 갖고 정책협의 기구 구성에 합의한 남 지사는 지난 달 그동안 중단됐던 교육협력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도는 내년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형 재난안전 교육과 노후학교 시설 개선사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재정위기 선언했던 경기도, 재정건전성 회복했다 

2013년 재정위기를 넘어 재정파탄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경기도가 1년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 2015년을 재정건전성 회복 원년으로 선포했다.

남 지사는 지난 112015년도 예산안으로 178185억 원을 편성, 경기도의회에 제출하고 새해 예산 심의를 요청했다.

남 지사는 시정연설을 통해 재정건전을 최우선 조건으로 남은 재정력을 북동부 균형 발전, 사회기반시설 강화, 안전에 집중하도록 예산을 짰다라며 재정위기 선언 후 1년간의 구조조정과 예산절감 끝에 재정위기를 극복했다. 2015년은 법정경비 과거 분을 완전히 청산하고 경기도 재정이 건전성을 회복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38월 경기도 재정위기 선언 이후 민선 6기로 지급의무가 인계되어 각 시군과 교육청 등에 지급하지 못했던 법정경비 8318억 원을 14년 추경과 내년도 예산에 전액 반영했다. 군 재정보전금 4007억 원, 교육청에 지급할 지방교육세와 교육재정부담금 3047억 원, 상생발전기금 1264억 원 등이다.

도는 올해 1회 추경 때 3222억 원, 2회 추경 때 2056억 원 등을 법정경비 과거분 청산에 투입했으며 내년 본예산에 3040억 원을 추가로 반영해 법정경비를 모두 청산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 예산안을 지난 24일 제293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최종 처리했다. 내년도 경기도 예산은 당초 도가 제출한 178185억 원 가운데 3956억 원이 감액되고 7020억 원이 증액된 181249억 원으로 확정됐다.  

경기 북부 발전, 이제 시작이다 

민선6기 경기도 출범 이후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곳은 단연 경기도 북부청이다. 첫 번째 변화의 시작은 조직 개편.

남 지사는 경기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경제실을 북부청으로 이전했다. 11본부 432629명이 근무하던 북부청은 경제실 이전으로 21본부 340개과 756명이 근무하는 북부발전의 핵심기구가 됐다. 조직개편에 이어 확실한 예산지원도 뒷받침됐다.

남 지사는 매년 400억 원 이상의 북동부 특화발전자금을 일반회계에 신설, 경제, 산업, SOC 등 북동부지역 발전 사업에 수시로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매년 400~500억 원 규모로 경기북동부지역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북부지역 5대 핵심 도로사업 등에 기존 도로사업 투자와는 별개로 매년 5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이번 도로분야 투자 확대로 북부지역의 정체구간 해소와 산업단지 조기 준공 등이 가능해져 북부 지역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남 지사는 임기 동안 7000억 원을 들여 패션·디자인산업 클러스터인 ‘K(코리아)-패션빌리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남 지사는 동두천·양주·포천시 쪽에 디자인스쿨과 비즈니스센터, 디자이너들의 창작공간을 조성하기로 하고 내년 3~4월께 부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자리 70만개 달성을 위한 힘찬 출발 

남 지사의 민선6기 경기도 슬로건은 일자리 넘치는 따뜻한 경기도. “일자리 창출은 경기도민이 뽑은 최우선 정책과제이자 최고의 복지라고 강조해온 남 지사는 취임 초부터 일자리 문제에 역량을 집중했다.

첫 번째 성과는 삼성전자의 평택 고덕산업단지 조기 투자다.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라인 가동을 2018년 말 정도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최근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 대비 1년 이상 앞당겨 조기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조기투자 및 지원협약 체결은 지난 20127월 분양계약 체결 이후, 26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삼성전자는 2015년 상반기부터 착공을 시작해 2017년까지 1단계로 156000억 원을 투자해 라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을 연이어 만나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삼성전자의 조기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외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남 지사는 7월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에서 뉴욕과 워싱턴 DC, LA 등지에서 3건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고 12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를 이끌어냈다.

도는 세 건의 투자유치로 직접고용효과 1천명,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약 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월에 있었던 독일 방문에서는 자동차 관련 산업과 첨단소재 분야의 히든챔피언 기업으로부터 총 11000만 불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남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아 최소 14만 평에서 최대 20만 평 규모의 넥스트 판교(2판교테크노밸리)’를 현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에 조성, 2018년 입주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재임기간 동안 자활, 노인,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6개 분야 43개 사업에 13600억 원을 투입해 사회적 일자리 18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올해 2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남 지사의 일자리 창출목표는 4년 동안 70만개다.  

무엇보다 도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2014년 대한민국 최고의 화두는 안전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는 국민 모두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안전 도지사를 약속해온 남 지사는 취임 직후 분산된 재난안전 관리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해 안전기획관(3)을 소방재난본부 내에 신설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현장지휘체계 구축을 위해 소방재난본부를 도지사 직속으로 편제하는 방안은 현재 추진 중이다.

판교 사고 발생 당시 독일 출장이었던 남 지사는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급거 귀국해 경기도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경기지사의 책임이라며 사고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는 사고 발생이후 57시간 만에 유족과 협상을 마치고, 부상자 치료에 전념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신속하고 원만한 사고 수습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고 발생 후 남 지사는 2차례에 걸쳐 도내 13186개 환풍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덮개가 불량하거나 표지판이 없는 등 불량 환풍구 479개소에 대한 긴급조치를 완료했다. 또한 11월에는 도내 48개 기관 401명이 참여하는 대형 재난 대응·수습 실전 훈련 등을 실시하며 대응태세도 강화했다.

이밖에도 남 지사는 일종의 안전현장지도인 '안전현장지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전현장지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범죄 예방지도인 크라임 맵처럼 사고 유형이나 피해 대상, 날씨, 계절, 유동 인구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안전사고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공무원도민기업인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도지사 

남경필 도지사와 경기도 공무원의 첫 만남은 다소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단상에 올라서 취임사를 읽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은 없었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남 지사는 직원 들을 대상으로 향후 도정 운영 방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며 온라인 메신저로 직접 소통하자는 도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일부 직원들은 직접 남 지사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도지사 집무실이 사라지고 원탁회의탁자도 없어진 대신 많은 직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넓은 회의실이 생겼다.

회의실 한쪽 벽에는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어 있다. 도청 직원들이 아이디어나 건의사항을 적어 놓은 포스트잇이다. 남 지사는 포스트잇에 적힌 사연대로 회의 시간을 임산부를 위한 의자를 제공하거나, 회의시간을 1시간 뒤로 늦추는 등 직원들의 의견을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도 남 지사는 광교신청사 설계에도 직원들을 참여시켰으며, 독일 출장 때는 희망 직원 2명을 선발해 동행하기도 했다.

도민과는 매주 직접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 남 지사는 취임 이후 매주 금요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사와 의정부시 북부청사를 격주로 오가며 '굿모닝! 경기도 도지사 좀 만납시다’'라는 민원상담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kasa5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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