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나선 서청원, 역습 노리는 김무성

서청원 최경환 유기준 등 친박 핵심들과 2시간가량 만찬
대통령, 김무성 불신론 대두 속 친박계 김무성 선전포고
원내 당무감사 등으로 ‘친박 살생부’작성 소문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중진 의원들이 청와대에서 비밀리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제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오더를 받은 친박계가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견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친박계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지만 비박계 내부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 본격적인 계파갈등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비박계와 ‘허니문’ 관계를 유지했던 친박계가 본격적으로 김무성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지난해 12월 19일, 서청원·정갑윤·유기준·김태환·안홍준·서상기 의원 및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에서 2시간가량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은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과도 소규모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초선 의원들 4, 5명씩 그룹 지어 최소한 2차례 이상의 비공식 만남을 했다고 들었다”며 “초청 대상은 청와대가 ‘믿을 만하다’고 본 의원”이라고 말했다.

‘허니문’ 깨려는 친박
대통령과 ‘통’했나

이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자 비박계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빠졌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박 핵심으로 불렸던 이들은 ‘청와대 초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진짜 자기사람’만 초청한 셈이다.

청와대 회동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정보를 수집하는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친박계 중진인사들만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 인적쇄신 방안, 공무원연금개혁 법안 처리 계획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는 원내대표 선거 및 당에 관련된 이야기 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어떠한 얘기가 직접적으로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향후 당내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당직자는 “청와대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어느 정도 사인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자제해오던 서청원 최고위원이 앞으로 ‘센’ 발언을 자주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회동 이후 친박계 인사들이 대규모 송년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김 대표가 당을 사당화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할 뿐 아니라 믿을 만한 친박계 인사와 박 대통령이 핫라인을 구축해 김 대표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며 “친박계에서 김 대표를 겨냥한 것은 향후 있을 당직인선, 당무감사 등을 통해 친박계가 배제될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다. 사실상 친박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 대통령이 친박계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 비박계는 불만을 토로했다. 비박계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2015년에는 청와대가 환골탈태해 속 좁은 정치를 그만했으면 한다. 국가나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패거리 정치하지 말고, 너그러운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김 대표는 수십 차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비박계 일부에서는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친박들이 ‘살생부’ 명단에 오르는 것 아니냐”며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일부에서는 친박계 송년모임과 김 대표 기자간담회가 지난해 12월 30일 같은 시간에 한 것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선 “친박 송년모임이 잡힌 뒤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공표했다. 친박계 송년모임 주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을 대비해 김 대표가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급히 기자간담회를 잡은 것 아니겠느냐”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당내 계파갈등이 서서히 불거지면서 친박은 김 대표를, 김 대표는 친박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새다. 향후에도 이 같은 계파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란 말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말이 나오는 것일까. 그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친박-비박 과거사
허점 보이면 맹공격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 김 대표의 중국 상하이발 개헌 발언 및 여의도연구소장 임명, 청와대 신년인사 이군현 사무총장이 제외….’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으르렁댔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여기엔 공통점이 있다. 한 진영이 허점을 보이면 맹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계파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TK지역 의원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상하이발 개헌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실수였다고 박 대통령에게까지 사과했지만 청와대에서는 ‘실수’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군현 사무총장이 청와대 신년인사 명단에 빠지자 김 대표는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라고 화를 냈다”며 “친박계와 비박계가 융합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계속적으로 김무성 죽이기 시나리오, 동시에 친박계 죽이기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과 비박계 간의 갈등은 어떤 형식으로는 표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얘기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당시 친박계는 윤상현, 홍문종 의원 등을 내세워 그 자리를 꿰차려 했고, 김 대표 측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정몽준 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이 ‘사퇴’를 철회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최근에도 계파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인사문제로 부딪혔다. 그 중심에 바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있다. 김 대표 측에서는 박 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김 대표가 박 이사장 임명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에서는 박 이사장이 아닌 다른 두 사람을 추천했으나 김 대표 측이 박 이사장 임명을 강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당청 소통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게 친박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니문’ 유지하려는 金
소나기는 피했지만…

이처럼 김 대표와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친박계는 ‘허니문’을 깨고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허니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로우킥 행보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박계 인사들과 박 대통령이 청와대 회동을 한 것에 대해 “그렇게라도 만나서 소통하는 일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 한 인사도 “최근 TK지역 초선 의원과 수도권 3선 의원도 청와대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청 간의 소통차원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뿐만 아니다. 김 대표는 당협위원장 선출과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100%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당내 계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친박계가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정면반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가 ‘친박계 대학살’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올해 당무감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원외 당무감사와 함께 원내 당무감사까지 함께 실시할 방침이었으나 계파 간 싸움으로 비화돼 “원내감사는 계획이 없다”며 유보한 상태였다. 당규에 따르면 당무감사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원내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

이 경우 친박계 인사들이 대부분 그 대상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40여 명에 달하는 당협위원장을 대다수 친박계로 교체, ‘조직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공천에 있어서 ‘살생부’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개헌 문제 등도 계파갈등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친박과 비박계 간의 대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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