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11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야권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다만 4월 보선 출마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고문과 함께 김성호·최규식·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신당에 합류키로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전 의원도 신당 합류 가능성도 있어 향후 야권 지형에 어떤 영항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부터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이 최근 요구한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민주·진보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촉구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명이라고 확신했다"며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적 인사들의 목소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응답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정치, 좋은 정당의 출현에 밀알이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며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가시밭길이고 바람부는 광야라는 것을 알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면 그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의 존재가 간절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합리적 진보 정치, 평화생태복지국가의 대의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봉사를 이 길에서 찾겠다. 모든 걸 내려놓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기꺼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하나의 벽돌을 쌓는 데 낮은 곳에서 작은 땀방울을 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모든 비판은 달게 받겠다. 언젠가 제 진심을 이해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위안 삼아 광야에 서겠다"며 "지금은 혼자지만 나중에 수많은 동지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아니다. 당헌과 강령들에서 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해 왔던 진보적 가치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며 "중도 우경화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이런 가치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 이제 대한민국에 진정으로 서민과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이 기댈 정당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쪽으로 더 진화하지 못하고 사회적 강자를 위한 정당으로 퇴화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지난 6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구나 하는 현실 앞에 참담했다"며 "지난해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여당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보면서 야당 정신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정 고문은 "세상 어느 나라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협상하는 야당이 어디 있나"라며 "이제 합리적 진보와 야당성마저 사라진 새정치연합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생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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