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카드가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지 110개월 만에 수장을 3번이나 바꾸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친정인 우리은행의 수장이 바뀌면서 애꿎은 우리카드의 수장도 덩달아 교체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된 이후에도 우리은행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카드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중이다.

지주 해체해도 은행 따라 바뀌는 풍전등화 CEO
민영화 앞두고 매각 변수 산적내부 분위기 침울

우리카드가 다시금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것은 20134월의 일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2003년 카드대란 직후인 2004년 우리은행에 합병됐으나 9년 만인 2013년 재분사했다. 지속적인 규제로 카드업계의 업황이 불투명하고 전업계와 은행계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위의 눈치를 보며 겨우 승인을 받은 터였다. 이때 초대 수장으로 선임된 정현진 전 사장은 2개월 만에 최단기 기록을 세우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수장이 이팔성 전 회장에서 이순우 전 회장으로 바뀐 탓이다.

이후에는 약 3개월간 공백이 이어지다가 같은 해 9월 강원 전 사장이 부임했다. 강 전 사장은 자리에 있던 14개월간 우리카드의 외형과 내실을 키웠다들여다보면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분사 전 7%에서 8.3%까지 1.3%포인트 올라갔다. 또 지난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5% 오른 545000억 원을 기록했고 연말에는 우리카드 역사상 처음으로 월매출 5조 원을 찍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강 전 사장이 우리카드 분사 이후의 사업방향을 잡고 조직을 이끌어간 셈이다.

매출·시장점유율
모두 성장했지만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고 지난달 우리은행의 수장이 이광구 현 행장으로 바뀌면서 우리카드는 다시 한 번 사장을 교체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볼 때 우리금융지주가 사라졌고 우리카드는 독립법인이므로 우리은행 인사와 우리카드 인사가 연동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유구현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간 성과적인 면에서 연임이 유력시되던 강 전 사장의 퇴임에 우리카드 내부는 술렁였다.

이는 마치 이순우 전 회장 겸 행장의 연임이 확실시되다가 갑자기 이 행장이 급부상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은행과 카드의 규모 차로 볼 때 그 충격은 덜하지만 우리카드는 물론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카드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원칙 없는 인사에 분노하며 우리카드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온몸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새로 출범한 금융계열사가 110개월 만에 수장이 3번 바뀌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굳이 은행에서 독립했다면 친정의 영향력도 최소로 했어야 한다. 카드업계에서는 이제 막 중위권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우리카드가 수장 교체로 인해 향후 사업방향 등이 바뀌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신임 사장 역시
자리보전 장담 못해

일례로 전임인 강 전 사장이 론칭했던 가나다 카드는 앞서 현대카드 알파벳 시리즈나 삼성카드 숫자 시리즈처럼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분사 이후 방향을 이끈 수장이 또다시 교체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다는 비판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은행 출신과 외부 경력직이 혼재된 내부 분위기 역시 몇 달이 멀다 하고 바뀌는 최고위직 아래에서는 융화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유 사장 역시 강 전 사장처럼 우리카드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해도 자리를 보전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유 사장의 임기는 1년으로 타사에 비해 짧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카드는 우리은행과 더불어 민영화를 앞두고 매각 등 변수가 산적해 있다. 수장에게 힘을 실어주더라도 풍전등화와 같은 상태라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카드의 자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임직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명약관화다.

우리카드 내부 관계자는 작금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도 점유율 늘리기가 힘든 시장 상황이라며 어려운 가운데 이룩한 의미 있는 성장을 이유 없는 수장 교체로 한순간에 꺾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독립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은행이 하는 대로 바뀌어야 한다면 카드는 계속 부록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바람 잘 날 없는 민영화 등 앞날이 험난한 상황에서 조직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봐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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