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창당 or 입당 or 무소속 or 중도사퇴 ‘가시밭길’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 시초는 1992년 14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와 민주당 김대중 후보 간 양자대결 속에 제3후보 격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 직전 통일 국민당을 창당해 대선판에 참여했다.

특히 정 회장의 표가 보수표인 YS표를 잠식할 거라 예상되면서 집권 여당을 긴장케 만들었지만 결과는 9천9백만표를 얻은 YS가 8백만표를 얻은 DJ를 누르고 압승했다. 당시 정 후보는 380만표를 얻어 ‘캐스팅 보트’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2002년 대선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노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가 제3후보로 급부상했다. 2002년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본 정 후보는 지지율에서 노 후보를 압도하기도 하면서 노 후보와 단일화가 화두가 됐다. 부동의 1위인 이회창 후보에 맞서 두 후보는 여론조사까지 벌여 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 공신’이었던 제3후보 정 후보는 하지만 대선 하루를 앞두고 지지철회를 선언하면서 막판 대선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결과는 야권 진영을 자극하면서 노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후보는 이로 인해 차기 대권에서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서 민주당 인물이 맥을 못추는 사이 고건 전 총리가 제3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야권 후보로 이 후보에 맞설 강력한 후보였지만 노 전 대통령이 끝내 ‘낙점’을 거부하면서 출마도 하기 전 ‘불출마 선언’을 하는 망신을 당해야만 했다. 결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정동영 후보는 역대 대선중에서 가장 큰 격차로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다.

2012년 역시 2007년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라는 걸출한 인물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은 고만고만한 야당 후보에 압도적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에 등장하면서 여야 후보를 능가하는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작업이 있었지만 끝내 무산되고 안 후보는 대선후보 중도 사퇴 선언을 하면서 박 후보가 당선됐다. 2017년은 역대 대선과는 달리 여야 모두 막강한 후보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반기문 카드는 여야 모두에게 매력적인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반 총장의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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