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라이벌 정치인 학맥 탐구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우리나라에서 ‘학맥’은 사회생활의 기본요소다. ‘학맥’은 ‘학연’으로도 불린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지연과 함께 학연이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꼭 성공이 아니더라도 원활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연과 지연을 외면할 수 없다. 일반기업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소속 정당이 다르고 이념이 다를지라도 학연과 지연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여야 라이벌 정치인들의 이색 학맥을 찾아 분석해 봤다.

소속 정당과 이념 달라도 동문이면 하나 돼
지역 마다 정치인 배출 명문학교 따로 있어

여야로 나뉘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대표 주자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정치권 최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를 통해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표 선출 이후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내 입지를 세워 왔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충돌도 있었지만 당 대표로서 새누리당을 지금까지 잘 이끌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에서 45.30%의 득표로 박지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취임 이후에는 “우리 당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것에서 출발하겠다” “계파 논란을 확실히 없애겠다. 틀림없이 계파의 ‘ㄱ’자도 안 나오게 될 것”이라며 당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여당과 야당의 대표로서 서로 칼을 맞대고 있는 사이다. 언제든지 상대방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휘두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첫 만남은 의외의 곳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뤄졌다.

대선주자 김무성·문재인
정치인 요람 경남중 출신

지난 1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경남 중·고 재경동창회 정기총회 및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이곳에 바로 김 대표와 문 대표가 참석한 것이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경남중학교 1년 선후배로 김 대표가 24회, 문 대표가 25회 졸업생이다. 1년 선후배 사이니, 두 사람은 1965년부터 1966년까지 2년간을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정을 거닐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문 대표를 “후배님”으로, 문 대표는 김 대표를 “선배님”으로 불렀다. 이후 인사말에서 김 대표는 “찬란한 옥과 같이 갈리고 갈린 우리 존경하는 문재인 후배께서 제1야당 대통령 후보에 이어 당대표에 선출돼 정말 마음이 흐뭇하다”며 “앞으로 험악한 파도와 같은 현 정치상황 속에서 문 대표와 저는 대한민국 호의 사공이 돼서 지혜롭게 노를 저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전 김택수 공화당 원내총무와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 때처럼 여야가 함께 상생하는 상생의 정치를 이루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동문들께서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에게 절반쯤 지지를 보내주시고, 나머지 절반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저에게 지지를 보내 달라. 많이 성원해 달라”고 말했다.

경남중학교 출신의 두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PK에서 김무성, 홍준표, 문재인, 안철수, TK에서 유승민, 김부겸, 수도권에서 김문수, 박원순, 충청권에서 이완구, 안희정 지사가 대선 후보 주자로 분류 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김 대표와 문 대표를 능가할 만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유력한 두 대권 주자가 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사실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만약 이 상황이 대선때까지 지속된다면 경남중학교 동문들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경남중학교는 유독 유명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찬종 전 의원,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홍원 국무총리, 서병수 부산시장 등 정계의 학맥이 상당히 탄탄하다.

TK 맹주 김부겸·유승민
경북고 1년 터울 선후배

최근 새누리당의 새 ‘원내 사령탑’이 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도 라이벌이 있다. 내년 총선 때 ‘대구 입성’ 가능성이 점쳐지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의 컴백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구 출신인 유 원내대표와 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에서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 출신 기대주 정치인이다. 최근에는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김 전 의원도 19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릴 만큼 인지도가 높다. 결국 두 사람은 정치적 기반은 겹치고 당은 다르기 때문에 향후 치열한 경쟁을 벌일 라이벌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또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1958년 1월생으로 동갑이다. 하지만 경북고등학교 1년 터울의 선후배 사이로 김 전 의원이 선배다. 또 서울대는 입학 동기다. 유 원내대표는 김 전 의원이 19대 총선과 작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석패하자 위로전화를 할 만큼 친하다.

하지만 최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공을 들여 온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자 새누리당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수도권 3선의 기득권을 버리고 고향인 대구에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39.9%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고 6·4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나와서는 야당 후보 역대 최다인 40.3%를 얻고 낙선했다.

김 전 의원은 2·8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해 달라는 당 안팎의 요청에도 “대구 수성갑에 당선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변하게 돌아가자 여당도 당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을 야당에 내줄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이런 상황에 김 전 의원의 대항마로 유승민 원내대표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원내 대표를 소환 할 만큼 김 전 의원의 인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여권의 기대주’다. 정치권에서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히든카드’라고도 부른다. ‘원조 친박’인 유 원내대표는 계파를 떠나 의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2012년 새누리당 국방위원장 경선 당시 3성 장군 출신인 황진하 의원과 붙어 92대 34의 압도적인 표차로 이기기도 했다.

또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용감한 개혁’을 주장하며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개혁 성향인 데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소신을 꺾지 않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경북고 출신 정치인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한구 의원 등이 있다.

‘잠룡’ 김문수·김상곤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

4·29 재보선을 앞두고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동문이다.

김 전 교육감은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무상 의무급식을 실시하는 등 혁신 교육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후 정치 1번지 여의도에 정책 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공공부문 정책 발표·제안·자문·지원, 시민교육과 시민학교 운영, 주요 현안 토론회, 사회개혁과 정치혁신 제안 등을 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교육감에 대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평이 많다. 당초 도지사를 넘어 대권까지 뜻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진 뒤 연구소 활동과 강연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역임하며 전보성향 교수그룹으로 꾸린 그의 싱크탱크는 어느 정치인보다 탄탄하다는 평이다.

실제 과거 경기지사 경선과정에서 내건 에너지·교통·일자리·복지공약 등의 입안은 물론 언론인터뷰에도 교수그룹이 다수 참가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런 김 전 교육감이 4·29 재보선을 앞두고 성남중원 출마를 위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브콜을 받는 곳은 국민모임과 새정치연합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에서는 서울대 운동권 후배이자 김 전 교육감을 14대 경기도교육감으로 추천했던 이해찬 의원이 적극 나서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전 교육감의 출마가 기정사실이 될 경우 여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비록 ‘보수 혁신’ 내세웠지만 내부 의원들의 도움이 없어 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와 함께 여권의 대선 주자 1, 2위를 다투는 김 전 도지사의 컴백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 이번 재보선에서 컴백할 확률도 높다.

만약 김 전 도지사가 컴백한다면 이번 재보선은 ‘빅매치’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선후배 격돌, 과연 올 재보선에서 실현될지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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